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라다 May 11. 2021

아줌마

춤 또는 흥, 뻔뻔해서가 아니었구나.

챙겨보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채널을 돌리다 전국 노래자랑을 볼 때면

방송에 나가는 줄 알면서도 무대 앞까지 나와서 춤을 추시며 흥에 취하신

어르신들, 특히 아줌마들이 꼭 있다.

어디 그뿐이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춤추는 아줌마들.


그걸 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

'창피하지 않을까? 자녀들이 보면 아는 척하지 말라고 도망갈지도 몰라.'

노래교실에서 다 같은 머리를 하고 모여서 춤을 추는 엄마를 발견했을 때

우리 엄마가 저렇게 흥이 넘치는 분인 줄 미처 몰랐다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는 임영웅.

그 방송을 보고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 아줌마들의 춤은 뻔뻔해서 그런 게 아니구나.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깨우치신 거구나!

너무 거창하게 해석하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나도 아이를 낳고 젊은 아줌마 대열에 합류해

곧 마흔을 앞두고 있다.

아직은 남들 앞에서 춤을 출 만큼의 깡은 없지만

지금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남의 눈 신경 쓰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깟 춤 좀 추는 게 어때서?

어차피 오늘 지나면 안 볼 사람들,

그 사람들이 속으로 흉 좀 보면 어때?

어차피 그 순간 일 뿐 그 사람들이 두고두고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기억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으신 게 아닐까.


나이가 어릴 때 특히나 더 남의눈을 신경 쓰며 살았다.

튀지 않고 싶었고 행여나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걸 모른 채 하루 종일 거리를 활보했다면

이미 스쳐 지나간 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창피해서 이불 킥을 했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정도로 민감하게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진 않는다.

그들이 보는 내가 나의 전부가 아닌 것을 나만 잘 알아주면 되는 거였다.


아줌마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지금 이 순간 흥에 겨워 춤을 추는 것은

그만큼 인생을 살아오며 터득한 삶의 진리, 연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제 나서서 같이 춤을 추지는 못할망정

'어우~ 왜 저래?' 하는 시선 대신 열심히 박수 쳐주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은행나무 열매와 장미의 가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