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인정받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하는 것 말고 처음으로 아이에게 바란 것은
'인사를 잘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나에게 인사는 습관이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00좀 부탁드릴께요. 미안해' 등등 말 그대로 습관처럼 입에 붙어있었다.
부모가 인사를 잘하면 아이도 보고 배운다고 했었기에
특별히 인사를 가르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아이는 그냥 길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마다 '안냐떼요' 하고 인사를 해서 특히 어르신들께 온갖 귀여움을 다 받았다. 당황한 듯 웃으며 받아주시는 분들께는 쑥스러운듯 웃으면서 나도 함께 인사를 건내며 속으로는 뭔가 뿌듯했다. '역시, 내가 인사를 잘 하니까 아이는 그냥 되는구나.' 그것은 내가 인사를 잘하는 것에 대한 칭찬인냥 너무 큰 기쁨이었다.
가끔 그냥 쌩하고 지나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럴 땐 '못보셨겠지, 인사하는 줄 모르셨을거야.'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야속하기도 했다.
그러던 아이들이 아기 티를 벗고 점점 어린이가 되어가면서부터 종종 인사 하기를 쑥스러워 하며 생략하기 일쑤였다.
그럴 때에도 나는 "인사해야지~" 하고 힌트를 줄 뿐
인사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물론, 엘베에서 자주 만나는 분들이 먼저 인사를 건냈는데 가만히 있을 때면 언질을 준다. 다들 좋으신 분들이라 웃으며 이해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남편도 나도 평소 인사를 잘 하는 편이라
보고 배운 것이 있으면 언젠가는 자연스레 인사가 습관이 되겠지 생각한다.
아이를 기르면서 무엇이 되었든 '내가 먼저' 보여 줘야 하는 것들이 많아 졌다.
어떤 말을 쓸건지, 어떻게 감정표현을 할건지 등등
말로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속에 보여지는 모든 것들로 부터 아이는 세상을 알아가고 있기때문에...
때로는 그것이 나를 족쇄처럼 옭아 맨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내가 모델이 되어 어떤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랄까?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서 힘든 날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바라기 보다는 내가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나에겐 더 먼저였고 중요했다.
처음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했던 노력들이 결국은 나를 변화시켰다.
그것이 나의 내면의 평화를 가져오고 그것이 또 다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순환의 수레바퀴에 들어서는 순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며 지금 현재를 즐기며 사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먼저 나를 바꾸려 노력하다 보니 어떤 행동이든 고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아이가 실수를 반복해도 '그래, 내가 백번 말해도 될까 말까 한데 고작 두어번 가르쳐 준 걸로 그게 고쳐질까'생각하며 심하게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줄 수 있게 되었다.
학교에 들어간 아이 공부를 봐주기 위해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하는 것들을 고민하며 '내가 아는 것'과 '아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천지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내 나름의 엄마표 수업도 준비해봤지만 나도 일을 하는지라 매일 그렇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요리나 미술, 과학놀이 등 가끔씩 집에서 할 때에도 내 예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아이들 덕분에 결국은 큰소리가 한 번 나갈 때, '아, 괜히 했어. 누굴위한 엄마표인가'한숨쉬며 마무리할 때 '내 아이공부는 내가 못가르친다'던 선배엄마들이 말이 맞다는 걸 공감했다.
그래서 그것들을 훌륭히 해내는 선생님들께 더 깊이 감사할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다.
아이를 통해 경험하며 내가 배우는 것들이 더 많다.
처음에 나는 엄마로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이것 저것 기웃거렸다. 주위에서는 그만하면 충분하다며 어떻게 육아를 하며 그런 것들까지 하냐고 대단하다고 칭찬해줘도 나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나 스스로 만족 할 수 없었다. 할 수록 부족한 면만 보이고 노력해도 안되는 것들에는 '왜 이것밖에 안되지, 왜 이것밖에 못하지'하며 자책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인간은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에 멈추고 싶지는 않다.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그저 묵묵히 가고 싶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어른의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죽는 날까지 불가능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그래도 포기 하지 않고 무언가 내가 이루고자 한 것을 위해
묵묵히 가다보면, 내가 지나온 그 길에서 무언가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것을 아이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아이들이 나에게서 그것을 보았으면 좋겠다.
완벽하지 않지만 노력하는 엄마,
실패와 포기보다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재도전을 외치는 엄마,
실수도 좋은 경험이라고 말해주는 엄마.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안식이 되어줄 수 있는 엄마.
그런 내가 되고 싶다.
엄마라는 타이틀을 떼버리더라도
완벽하지 않지만 노력하는 나.
실패와 포기보다는 시행착를 겪더라도 재도전을 외치는 나.
실수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나.
나 자신에게 늘 안식이 되어 주는 나.
아이들을 위해서 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나를 위해서 오늘도 꿈꾸는 삶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