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성장하는 삶
아이를 키우며 나도 키워내는 삶
육아[育兒]는 육아[育我]다.
제가 요즘 꽂힌 말입니다.
서천석 박사님의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라는 책 제목도 애정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나도 성장하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 혹은 아이를 잘 가르치기 위해 완벽히 준비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베테랑 교사였던 사람도 자신이 낳은 아이 앞에서는 초보 엄마가 된다고 합니다.
저는 유아교육, 자녀교육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엄마”라는 직책을 명 받고 수행해 나가는 과정이 결코 순탄할 리 없었겠죠.
더군다나 남편은 너무 바쁜 사람이라 독박육아 당첨.
그 모든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데 가장 도움을 준 것이 무엇일까요?
1등 공신은 바로 “시간”이었습니다.
무심한 듯 유유히, 제가 힘들거나 말거나 시간은 흐르고 있었으니까요.
아이를 앞에 두고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해봤자 그것이 해결될 틈도 없이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아이는 계속해서 발달하고 해결되지 못한 고민은 그냥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고민이 채워졌을 뿐입니다. 한마디로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했던 고민들은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아이가 낯을 가리지 않는다. → 나와 애착관계 형성이 안 된 걸까?
아이가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다. → 검색 중 발견한 원인 철분 부족 →(병원 행)
아이가 잠을 자다가 자지러지게 운다. → 원인 분석을 위한 검색 → (해결 방법 없음)
아이가 나를 자꾸 꼬집는다. → 꼬집는 것이 버릇되면 어떡하지?
내가 아이에게 짜증을 내거나 소리를 질렀다.
→ 아이가 나중에 이걸 기억하면 어떡하지? 애착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둘째가 태어났다. -> 첫째가 버림받았다고 받아들이면 어떡하지?
기타 등등 너무 많아요. 몇 가지만 적어 봐도 너무 부끄럽네요.
이런 것들은 대부분 발달과정에서 사라졌습니다.
원인 분석을 위해 몇 날 며칠을 관찰하고 검색하던 수고는 쓸 데 없는 짓이 된 거죠.
그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와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지금 이 순간 내 삶이 너무 피폐해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지나간 일에 후회가 남는다면 다시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다가오지 않을 미래가 불안하다면 그 불안을 대비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여정이 시작되었어요.
그 여정은 바로 “나”를 찾아가는 과정과 이어졌습니다.
“나”를 찾고 “나”를 들여다보니 왜 그토록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는지 해답도 보이더군요.
지나고 나서야 나를 찾기 위한 공부인 걸 알았습니다. 그 시작에는 아이들이 있었죠.
무엇인가를 배우고 연마하는 과정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가 먼저 경험하고 있습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도요. 그러고 나니 아이들을 기다려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할까’ 자책하던 내가,
‘이 상황에서 이 정도면 최선을 다한 거야. 잘했어.’ 스스로 격려하는 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따스하게 대해주니 제 마음이 여유로워졌습니다.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아이들을 더 많이 안아주고받아주고 사랑해 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욕심이라면,
그런 저를 보면서 아이들도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너무 보람될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저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며 성장해가겠죠.
그때는 제가 아이들에게 배우며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