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오분 (1:05)
정확히 언제쯤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아마 퇴근길은 아니었고 서울 어딘가를 놀러 갔다가 오던 길이었던 것 같다. 평소 인디음악을 즐겨 듣는 내게 유튜브뮤직 알고리즘이 검정치마의 ‘한시 오분’이라는 노래를 틀어주었다. 전부터 알고 있던 노래였지만 그날따라 그 노래 가사가 선명하게 들려왔고 그때도, 지금도 나와 가장 가까운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나와 남자친구는 정말 많은 게 다르다. 요즘식으로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는 앞에 I만 같고 뒤에 세 개는 정반대의 mbti다. 나는 대문자 F, 그는 대문자 T 같다. 서로의 생일을 두 번 축하해 줄 만큼 만난 우리지만 처음엔 그게 조금 힘들었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T는 F를 수용하기 쉽지만 F는 T를 수용하기가 참 힘든 것 같다.(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나는 늘 돌려서 말하고, 그는 늘 있는 그대로를 말하다 보니 처음에는 조금 상처가 되는 일도 많았다. 아마 그게 그에게도 꽤 힘든 일이었을 거다. 그래도 늘 옆에서 참고 내가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이 곡의 제목은 '한시 오분 (1:05)'이다. 시계를 보면 1시 05분은 시침과 분침이 함께 1을 가리키는 시간이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Love does not consist in gazing at each other, but in looking together in the same direction.”
“사랑은 두 사람이 마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
라는, 생텍쥐 베리의 명언처럼 조금은 뻔한 이야기지만, 이 곡의 제목이 '한시 오분'인 이유는 아마 이런 이유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곡의 가사 중, 내가 제일 좋아하고 공감하는 부분은 '우린 같은 템포 다른 노래인 거야.'이다. 앞서 말했듯이 나와 남자친구는 많이 달라, 다른 노래인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템포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흘러가고 있고, 오히려 다른 노래기 때문에 더 재밌고 상호보완적인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기야 나는 너를 매일 다른 이유로 더 사랑했었고'라는 가사도 좋아하는데, 약 2년의 연애를 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매일 다른 이유로 그가 사랑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나는 누구보다도 사랑이라는 것에 냉소적인 사람이었고, 마음을 굳게 닫고 지낸 시간이 꽤 길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운이 좋게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고, 이젠 한시 오분 멈춰있는 시계처럼 한 사람을 보게 되었다. 사실 지금 이 글을 발행할지 말지 너무너무 고민이 된다. 다시 읽어봐도 얼굴이 빨개지는 이런 글을 과연 내가... 발행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끄러우니까 얼른 ‘한시 오분 (1:05)’을 들으러 가보자~~
https://youtu.be/-_r_Y5nuHlo?si=qL8Nd22lWpxf1_Z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