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새는 다르지만 같은 양의 감정을 가진 아들과 나
아들은 아내를 많이 닮았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모습에서 종종 아들을 본다.
아내는 나와는 좀 다르다.
그래서 아들과 나 역시 다르다.
나는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다.
큰 기쁨도, 큰 슬픔도 내 기억 속에서는 찾기 어렵다.
반면 아내는 갑자기 즐거워하거나 우울해한다.
그런 감정의 변화가 신기하면서도 때로는 당황스럽다.
아들은 그보다 더한 것 같다.
감정이 하늘 저 끝과 지하 끝에까지 닿아서인지...
하루는 '감정 총량의 법칙'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문득 공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물질은 변화되어도 질량은 항상 같다는 법칙인
질량 총량의 법칙에서 유래된 심리학 개념이다.
기쁨의 양도, 누구나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데
다만 쓰는 방식이 다른 것일 뿐이지 않을까?
나 같은 사람은 매일 조금씩 일정하게 쓰지만
아들은 한꺼번에 많이 쓰는 것이다.
마치 똑같이 한 달 30만 원의 식비가 있는데
나는 매일 좋으나 싫으나 1만 원짜리 음식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어느 날은 20만 원짜리 최고급 음식을 먹고
다른 날들은 라면이나 빵으로 버티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총량은 같지만 쓰임새는 다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서로에게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좀 지겹지만 기본식은 꾸준히 먹는다.
대신 최고급 음식의 맛은 모른다.
그처럼 아들이 경험하는 극상의 기쁨도
한없이 가라앉는 절망도 잘 모른다.
다만 그렇겠구나 하고 짐작하며 이해하려고 한다.
그래도 판단보다는 이해 쪽에 서 있는 것이 다행이다.
글을 쓰다 보니 '마음 총량의 법칙'도 있을 것 같다.
전에는 아들에게 마음을 잘 쓰지 못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많았는데
이제는 마음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날 쓰지 못한 마음이 남겨져 있는 것이
어쩌면 앞으로의 날들에는 더 좋은 일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