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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un 14. 2023

2% 부족한 일본 도쿄지하철의 분실물 처리 서비스

일본 지하철에서 물건 잃어버렸을 때 대처법

오랜만에 만났던 히라오카(平岡) 씨와 헤어져 닌교쵸(人形町)에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한국 요리와 일본 소주를 마시며 두 시간 넘게 이야기를 했더니 꽤 피곤했는데, 마침 다음 역에서 자리가 났다. 가방은 선반에 그대로 올려둔 채로 자리에 앉았다. 도착까지는 20분가량, 마침 이 열차의 종점은 天仁이 내려야 하는 기타센주(北千住), 내릴 역을 지나칠 걱정이 없어 안심하고 눈을 붙였다. 히라오카 씨는 天仁보다 나이가 3살 많다. 오래전 비즈니스로 만난 일본인이지만 마음을 터 놓고 얘기할 수 있는 좋은 분이라 일이 끊어진 지금도 친형님처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깜빡 졸았는데 종점에 도착했다는 방송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람들 소리에 눈을 떠 선반에 둔 가방을 메고 내렸다. 3층 플랫폼에서 1층 개찰구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아뿔싸 가방과 함께 선반에 올려 두었던 아웃도어용 매트를 챙겨 오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5cm×5cm×60cm의 사각 막대로 길이가 길어서 가방에 넣지 않고, 들고 다니다가 선반의 가방 옆에 두었는데 깜빡했다. 얼른 플랫폼으로 되돌아 올라갔는데, 야속하게도 열차가 막 문을 닫고 출발해 버린다. 종점에 도착한 열차는 승무원들이 내리지 않은 사람들이나 차 내 분실물을 확인하느라 꽤 오래 정차해 있는데도 조금 늦었다.


곧바로 개찰구로 내려가 역무원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담당자가 잠깐 기다려 보라고 하더니 사라졌다. 그는 5분도 더 지나서야 돌아왔는데, 열차에 가서 찾아봤지만 天仁이 말한 매트가 보이지 않더라고 한다. 열차에 확인하러 갈 거였으면 天仁이 몇 호 차 어디에 탔고, 매트를 어디에 두었는지 물어보고 보고 다녀왔으면 좋았을 텐데 일처리가 아쉽다. 선반 구석으로 밀려 선반과 평행되게 놓였으면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나중에 알았지만 열차는 기타센주역 다른 장소에 잠깐 대기했다가 차고로 이동하여 안전 점검을 받은 후 다시 다른 운행에 나선다고 한다. 역무원은 내일 관리회사인 도쿄메트로(Tokyo Metro) 분실물센터에 확인해 보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잠깐의 실수로 일이 귀찮게 되어 버렸다.


다음 날 도쿄메트로 분실물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을 걸어도 계속 통화 중이다. “이용자가 많으니 홈페이지의 문의처(お問い合わせ)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두어 번 더 시도하다가 전화를 포기하고 홈페이지에서 분실 신고를 했다. 분실일시, 승하차역 및 시간, 분실물에 대한 상세사항과 모양을 알 수 있는 참고 사진을 첨부하여 신청했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이틀이 지난 금요일 저녁, '天仁이 잃어버린 것과 비슷한 물건을 보관하고 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내용에는 '天仁이 신고한 것으로 보이는 분실물을 찾아 보관 중이다. 3~4일 보관하는데, 찾아가지 않으면 경찰청 분실물센터로 이관한다'며 담당부서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그런데, 연락처가 도쿄 메트로가 아니고, 도부철도(東武鉄道) 고객센터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 도쿄 시내 전화번호라 별생각 없이 도부철도로 전화를 걸었다. 사토(佐藤)라는 담당 여직원은 내역을 확인하더니 '天仁이 잃어버린 물건이 사이타마현(埼玉県) 기타고시가야(北越谷) 역에 보관되어 있다'며 역의 전화번호와 8자리로 된 관리번호를 알려준다. 기타고시가야는 기타센주에서 20km 이상 떨어져 있고, 전철로 편도 30분이나 걸리는 곳이다. 기타센주가 종점인 도쿄메트로 열차에서 잃어버린 물건이 왜 도부철도, 그것도 그리 먼 곳에 보관되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열차가 다음에 기타고시가야로 운행을 했다"라고 한다. 승객들은 자기 물건이 아니면 손을 대지 않으니, 아마 기타고시가야 종점 차고에 가서 직원이 발견하여 보관 중인 모양이다. 물건을 잃어버린 기타센주역으로 가져다 달라고 말하려고 하다가 다행히 물건을 찾았다고 하고, 분실물 처리 시스템도 잘 몰라 그만두었다.


도쿄의 지하철 히비야선(日比谷線)은 기타센주역까지는 도쿄메트로가 운영하지만, 도쿄 시내를 벗어나는 그다음 역부터는 노선 이름도 '도부 스카이트리 라인(東部 SKYTREE Line)'으로 바뀌고, 민간기업인 도부철도가 운영하는 사철(私鉄)이 된다. 서울 지하철 3호선의 경우, 서울 시내인 구파발까지는 서울지하철공사가 운영하지만 서울 시내를 벗어난 지축부터 대화까지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형태다. 도쿄 시내 지하철은 대부분 시내구간은 도쿄 메트로가 운영하고, 외곽 구간은 민간기업인 사철이 운영한다. 사토 씨에게 분실물 센터의 위치와 받는 방법을 물었고, 역사 개찰구 안에 있는 사무실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기타고시가야역에 전화로 한 번 더 확인한 뒤 점심을 먹고 매트를 찾으러 갔다. 장마기간이라 마침 비가 내려 산행도 못 갈 토요일이라 도서관에 갈 예정이었는데, 수요일까지 평일에는 가기 어려울 것 같아 계획을 바꿨다. 기타고시가야역 담당자는 관리번호와 물건의 모양 등을 다시 확인하더니, ‘분실물수령서’에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신분증을 달라고 한다.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잃어버렸던 매트를 돌려 받았다.


그런데 이때 문제가 생겼다.


고맙다는 인사 후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30대 초반의 역무원 기타무라(北村) 씨가 '개찰구에 IC 카드를 찍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전차를 타라'는 것이다. 왕복 전철 요금 940엔(한화 약 9천 원)을 내라는 것이다. “뭐라고? 전철 요금을 내라고?!” 순간, 天仁의 귀를 의심했다. 철도회사가 승객의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도쿄 시내에 두고 내린 물건을 20km나 더 떨어진 먼 곳에 갖다 놓아 시간을 손해 보게 한 것도 이해하기 힘든데, 전철 요금까지 부담하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전철 요금을 내라고요? 왜 내가 전철 요금을 내야 하지요? 나는 히비야역(日比谷駅)에서 기타센주역까지 정기권으로 통근하는 도쿄 시민입니다. 물건을 잃어버린 곳도 도쿄메트로 구간 내인 기타센주역이 종점인 열차였는데요. “


“하하, 여기까지 전철을 타고 오지 않았습니까? 분실물을 찾으러 오시는 다른 분들도 전철 요금은 본인이 부담합니다.” 역무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한다.


"뭐라고요? 나는 전철 요금을 내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 분실물을 내가 탔던 열차의 종점인 기타센주역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다시 열차를 운행했나요? 당신들의 관리 소홀이고, 업무 편의 때문에 그랬던 것 아닌가요? 오늘 아침에 통화했던 귀사 분실물센터 담당자, 이 역의 담당당자분 그 누구에게도 그런 설명과 안내를 받지 못했어요. 나는 전철 요금을 내지 못하겠습니다. “


단호하게 말했다. 잘못된 관행이나 불합리한 일도 정부나 공공기관이 밀어붙이면 선량한 시민들이 당연한 듯이 모두 감수하는 것은 일본 사회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럼 분실물을 드릴 수 없습니다. “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역무원이 天仁이 들고 있던 매트를 돌려 달라고 한다. 화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쉼 호흡을 하며 우선 화를 가라앉히고, 다시 또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도 이건 옳지 않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잘못된 것이다. 매뉴얼대로 시키는 대로 처리하는 직원이야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다시 조용히, 그리고 정중하게 말했다.


"그래요. 내 물건이지만, 도로 가져가세요. 이 매트는 4천 엔짜리인데, 지금 찾아가지 않겠어요. 전철 요금까지 내며 찾아가고 싶지는 않네요. 나도 직장인이라 바쁜 사람이지만, 정식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어요"


매트를 돌려주었다. 다시 매트를 받아 든 역무원이 움찔하며 깜짝 놀란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런 것을 고쳐 나가지 않으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점점 더 퇴보하게 된다. 선진국이지만 이런 점을 보면 일본은 상식적이지 않고, 민주사회가 아니다.

 

"잠깐만 기다려 보십시오. 상사와 의논해 보겠습니다."


"도쿄 메트로 홈페이지의 신고 내용을 확인해 보세요. 수요일 오후 9시 16분 닌교쵸역 개찰구에서 체크인해 기타센주행 열차에 탑승한 기록도 남아 있을 것입니다. 처음 신고했던 기타센주역에서 작성했던 분실물 신고서 증빙 사진도 가지고 있어요. 오늘 아침에 통화했던 도부철도 분실물센터에도 확인해 보세요. '통화품질 향상을 위해 통화 내용을 녹음한다'라고 했으니 당연히 녹취도 남아 있을 겁니다."


그러는 사이에 점잖아 보이는 역장이 나왔다.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군요. 폐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역장님, 물건을 찾아 보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건 분명히 잘못되었어요. 왜 도쿄메트로 기타센주역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도쿄 시내 도쿄메트로 분실물 센터에 보관하지 않고, 이 먼 곳까지 가져왔을까요? 귀사의 업무 실수를 백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왜 당신들이 운영하는 철도의 요금까지 나에게 내라고 하는 것인가요? 그리고 전철 요금을 天仁이 부담해야 한다고 사전에 아무도 안내를 해 주지 않았을까요? 내가 손해 보는 시간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나요? 도부철도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기업이지만, 전철은 시민들의 발인 공공교통수단입니다. 당신들은 장사꾼이 아닙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죄송합니다, 손님.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사이에 다른 직원이 다시 나오고, 뭐라고 귓속말을 속삭인다.


"손님,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업무 처리에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용서하십시오."


"작은 일을 따져서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잘못된 관행과 매뉴얼은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그래야 선량한 시민이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역장님도 도부철도(東武鉄道)의 역장이시기 이전에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이시지 않습니까? “


기분을 풀고,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이 남지 않도록 웃으며 짧게 덕담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을 타기 위해 20m 정도 떨어진 에스컬레이트에 올라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역장과 직원이 天仁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90도로 허리를 숙여 절을 하고 있었다.


히비야선(日比谷線)은 나카메구로(中目黒)~기타센주(北千住)은 도쿄메트로가, 이후 구간은 민간기업인 도부철도(東武鉄道)가 운영한다.
도쿄시내 지하철은 도쿄메트로 9개 노선, 도에이 4개 노선, 닛포리 도네리라이너, JR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리 주체가 다른 노선은 환승하면 할인없이 별도의 요금을 내야한다.
도쿄 메트로 홈페이지에서 분실물 신고를 했더니 이틀 후에 이메일로 답장을 보내왔다. 3~4일 보관후 경찰청 유실물센터로 이관한다는 내용과 고객센터 연락처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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