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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Apr 22. 2020

츠타야 서점과 지적자본론

1951년생인 CCC 츠타야 서점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끼(増田宗昭) 사장의 경영철학을 듣고, 저서 지적자본론과 관련 자료를 읽었다. 오사카 조폐창을 만들고, 상공회의소를 창립하며 메이지 유신의 기반을 만든 실업가 고다이 도모아츠(五代友厚)의 선구적인 사상과 오버랩된다. 한 세대를 앞서 가는 사람들은 역시 생각이 다르다.

마스다 사장은 지금을 3rd Stage로 정의한다. 산업혁명 이전을 ‘생산자가 중심’이었던 1st Stage, 그 이후 대량생산이 되면서 ‘소비자가 중심’이 된 시대를 2nd Stage, 넘쳐나는 상품과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스스로 구매를 결정하기 어려워 적절한 제안을 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즉 ‘제안자가 중심’이 되는 시대를 3rd Stage로 정의했다. 그래서 3rd Stage의 마케팅 방안으로 ‘고객가치 창출’과 ‘Life Style 제안’을 강조한다. 그가 생각하는 기획이란 ‘고객의 가치(Customer Value)를 최대화하는 것’이다. 3rd Stage에서 기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좋은 물건을 제안하는 ‘큐레이션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3rd Stage의 큐레이션 역할을 잘 보여주는 곳이 츠타야 서점이다. 그는 서점이란 ‘좋은 기획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생각한다. Creative , 지적 생산성이 향후 일본의 강점이기도 하거니와 동시에 과제이기도 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무릇 서점이란 주변에 나무가 있고, 해가 잘 들고, 맛 난 커피가 있으며,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하트를 느낄 수 있는,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런 곳에 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이깐야마(代官山) 츠타야 서점은 그런 콘셉트로 지었다. 고객이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기획을 할 수 있도록 편한 소파, 커피,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도 제공한다. 굳이 책, 음악 CD, DVD를 살 필요가 없는 고객에게는 렌털 서비스도 한다. 새벽 2시까지 문을 열어 두기도 한다.

츠타야 서점에서는 십진분류법이 아닌, ‘Life Style’ 별로 책을 분류하여 전시한다. 각 코너에는 그 분야에 관한 도서뿐만 아니라 관련 사항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여행 관련 서적이 진열된 곳에는 관련 지도뿐만 아니라 상담하고 예약할 수 있는 여행사도 입주한다. 남성 패션 코너에는 남성용 시계도 판매한다. 작년에 문을 연 히라가타(枚方)점은 6~8층에 은행이 입주해 휴일에도 영업을 해 호평을 받고 있다. 책꽂이 사이에 은행이 있는 것인지, 은행 내에 책이 전시되어 있고, 고객들이 책을 즐기도록 한 것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이다. 츠타야 서점은 서점이 아니라, 가전매장이고 백화점이며 복합 상업시설이다.

대여업 다음으로 도전해 온 그의 서점, 가전매장, 상업 시설들은 모두 ‘리얼’한 소매이면서 ‘Life Style’과 ‘편안함’, ‘시간 소비’라는 키워드로 진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런 변신을 해 온 배경에는 기존의 임대 사업에 대한 위기감도 있었을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 전성시대에서도 존재 의의가 있는 유통 매체는 무엇일까? 단지 판매가 중요한 것이라면 인터넷 쇼핑몰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서점에서는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팔려고 하는 것일 게다. 그래서 이러한 마케팅은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소매업의 대안으로 떠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러한 소매 형태가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고품격 매장에서 판매되는 도서 이외의 가전, 용품은 디스카운트 스토어와의 가격 경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또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1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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