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안천인 Oct 31. 2023

함께 기적을 만들어 가는 은인들

다카오산 정상으로 찾아온 뇌졸중 - 9

1. 호루라기 소리에 달려와 구급차를 불러준 다카다(高田) 씨 : 다카오산 시로야마(城山) 정상에서 쓰러졌을 때,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호루라기 소리에 달려와 구급대를 불러 주셨다. 덕분에 골든타임 내에 6백 미터 산속에서 30km 넘게 떨어져 있는 병원, 사이가이치료센터에 도착하여 신속하게 치료를 받고 후유증을 줄일 수 있었다.


2. 장금침술원 오오아케(大明) 원장 : 산에서 쓰러졌을 때 휴일인데도 곧바로 전화를 받아 주셔서, 天仁의 증상을 뇌경색으로 판단하고 병원의 어느 과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셨다. 덕분에 구급차의 목적지를 미나미타마병원(南多摩病院)에서 뇌신경과가 있는 사이가이의료센터(災害医療センター)로 변경하여 시간로스를 줄였고,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미리 CT, MRI 촬영을 준비시켜 골든 타임 내에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산속에서 업혀 나와 작은 엠뷸런스에서 몇 번을 옮겨 타며 인ㄱ수인계에 문제가 있었던지 병원으로 향하는 엠뷸런스의 구급대원도 天仁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판단을 못했더랬다. 원장님의 조언이 없어, 구급대원의 판단대로 뇌신경과가 없는 미나미타마 병원으로 갔더라면 그 이후의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3. 사이가이의료센터(災害医療センター)의 후루키 미사코(古木美紗子) 선생 : 사이가이 병원 뇌신경내과의 NO.2 의사. 당직도 아니고 휴무 중이었다는데 응급콜을 받고 한 걸음에 달려 나와 일사천리로 天仁을 치료해 주셨다. 입원 중에도 수시로 병실을 찾아와 회복 상태를 점검, 확인해 주고 재활에 대한 용기를 북돋아줘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었고, 충분히 치료를 받은 후 도쿄의 재활병원으로 전원(転院)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4. 사이가이의료센터 뇌병동 집중 치료실의 가쿠다(角田) 간호사 :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의 天仁을 퇴원 때까지 3주간 적극적으로 케어해 주어 회복이 빨랐다. 한국을 좋아하여 몇 차례 여행 중인 아가씨로 한국어를 공부 중부 중이다. 天仁이 재활병원으로 옮겨 갈 무렵 마침 혼자서 부산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고맙게도 누님과 자형이 가쿠다 상이 가보고 싶어 하던 해운대에서 꼭 먹어보고 싶다고 하던 간장게장을 대접해 주셨다. 일석이조, Two birds with one stone!


5. Next door to Mr.HIgo(肥後信治): 고탄다 재활병원의 옆 병실에 입원 중인 동료 환자. 입원하는 날 식당에서 처음 만났는데,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天仁이 어색한 병원 분위기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너무 건강하셔서 70대로 보이지만, 실제는 90세. 은행원 출신이신데 일본에 살고 있는 91개국 외국인이 영어로 소통하는 볼런티어 모임 IES(International Exchange Society)의 30여 명 회원과도 교류 중이시란다. 지역 의료시설의 잡지에 에세이도 20여 회 기고하시는 정력가. 건강식품도 드시는 것이 없다고 하시는데 머리숱도 많고, 청력도 좋고, 노안도 없고, PC로 주식거래까지 하시는 열정가이시다. 天仁도 히고 상처럼 건강하게 90을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6. 니시카타 유우스케(西片祐介) 치료사 : 고탄다 재활병원의 天仁 담당 이학치료사. 실력과 성실함을 겸비한 베테랑. 관련 도서를 읽고 재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天仁에게 각 재활 운동의 목적, 개념 등을 쉽게 설명해 주셔서 재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7. 마쯔바 야스코(松葉泰子) 간호사 : 転院했을 때부터 天仁이 잘 적응하여 재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해 케어해 준 고탄다 재활병원(五反田リハビリテーション病院)의 天仁 담당간호사. 오키나와 출신이라고 하는데, 한국어를 공부 중이라며 자주 한국말을 건넨다. '수고 많으십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같은 간단한 말들은 완전히 입에 붙었다. K-POP과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8. 히마리(日葵) 엄마 : 재활의 의지가 약해질 만하면 히마리와 아이들의 사진을 보내와 힘을 북돋아 준다. 


매일 열심히 노력하지만 재활의 효과는 바로 알 수가 없으니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든 일이든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그 성과는 직선으로 상승하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서는 것처럼, 재활의 결과도 서서히 나타난다. 재활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천천히, 천천히, 한 걸음이라도 제대로 걷자. 


매거진의 이전글 뇌경색 6개월, 지팡이 졸업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