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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Apr 24. 2020

아침 6시 11분발 지하철을 타는 소녀

일본의 중고교 일관(一貫) 교육시스템

소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한 살 어린 남동생과 함께 아침 6시 11분 아야세(綾瀬) 역 출발 지하철에 오른다. 전 역에서 막 도착하여 환승을 하기 때문에 앉아 가기가 어렵지만, 어른들의 배려로 대부분 앉아 책을 읽으며 학교에 간다. 간혹, 天仁이 6시 16분 발 열차를 탈 때도 있는데, 이 열차에서도 통학하는 소학교 3학년과 1학년의 남매를 만난다. 이 아이들은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잘까?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얼굴도 깨끗한 것을 보면 준비 시간도 그리 짧지는 않을 것이다. 아침은 먹고, 잠은 충분히 자고 나오는 것일까?


동경의 소학교가 대부분 8시 30분까지 등교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 아이들은 지하철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사립학교에 통학하고 있을 것이다. 동경에서는 이렇게 지하철로 먼 길을 통학하는 소학교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명문 사립 소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다. 일본에는 명문 대학이 설립한 사립 소학교에 입학하면 무시험 전형으로 중, 고를 거쳐 대학까지 진학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시스템’이 시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8년부터 ‘중고일관교(中高一貫校)' 도 시행해 오고 있다. 이 제도는 입학한 중학교에서 무시험으로 고교에 진학하여 중등과정을 마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본래 취지는 중고를 통합, 교과 과정을 조정하여 6년 제로 운영함으로써 도시화, 사회화로 가정의 교육에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고, 지나친 평등주의, 획일화된 교육으로부터 사회, 경제 부문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명문 소학교는 진학하기도 매우 어려워, 동양문화권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모들의 등살에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전문 입시학원을 다니며 재수도 경험하는 입시 전쟁에 빠져든다. 일관교 입시 전문 학원 니치노켄(日能研)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인구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수도권 인구는 증가하면서 최근 4년간 중고일관고의 지원 수험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에는 부모의 희생과 희망에서 시작된 학력 지상주의와 소자녀화(少子化) 문제가 그 배경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면에서는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경영 측면에서도 사전에 엘리트 학생을 확보한다는 전략도 상존할 것이다. 명문 사립 소학교는 2천 년대에 들어오면서 꾸준히 늘어나는 추이로, 동경 지역에는 게이오(慶応義塾大学), 와세다(早稲田), 리츠메이칸(立命館), 도시샤(同志社大学) 등 약 60여 곳에 이른다.  


일본 문부성의 ‘학습 비용 조사'에 따르면 유치원에서 고교 졸업까지 드는 비용은 공립학교가 약 6백만 엔인데 비하여 사립학교는 약 1천8백으로 공립학교 비용의 약 3배나 된다. 그런 비싼 수업료 때문에 사립 명문교에 대해 '도련님 학교’, ‘아가씨 학교’, ‘끼리끼리 논다’, ‘에스컬레이트 학교’라는 등 비아냥거림도 많다. 아이들도 어려운 현실을 헤쳐나가기 쉽지 않지만, 힘든 것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의 교육비를 벌기 위해 대부분의 부모가 맞벌이를 한다.


일본에서는 공립학교의 지나친 집단주의 교육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바보처럼 따르기만 하는 평범한 시민을 양성한다는 비판도 많다.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4시간 이상 자면 안 된다는 입시 전쟁도 현실이다. 그렇지만 사립학교 진학을 아이가 정말 좋아하고, 모두 다 적응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명문 사립 소학교에 진학하면 명문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이제 대여섯 살 된 아이들의 진로를 어디까지 부모들이 결정해야 하는 것인지를 의문시하는 목소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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