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생존기_전업투자자가 되어보자!

by 슬로우

퇴사 후 다시 일반적인 회사원으로 살기 싫었던 나는 '돈을 벌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물론 대부분의 시도는, 아니 모든 시도는 100% 실패로 끝났다. 퇴직을 대비해 모아 놓은 돈은 서서히 사라져 갔고,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5천 만 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브랜드 창업도 실패하고, 블로그 수익화에도 실패한 나는 예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주식 투자를 본격적으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업투자는 절대로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나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 호기롭게 플랜을 짜고 공부를 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주식 투자 관련 책들을 나열한 후 그중 평이 좋은 10권 정도를 열심히 정독했다. 기본적 분석, 기술적 분석, 퀀트 투자 등등 주식은 공부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재미있었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기업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경제 상식과 용어들, 몇 년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주식 투자 등 기본적인 바탕이 있어서인지 책 내용이 어렵지는 않았다.




전업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나만의 투자 방식을 루틴으로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나는 퀀트투자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본격적으로 미국 주식을 대상으로 퀀트투자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수익률이 상당히 좋았다. 종잣돈 5천만 원을 투자해서, 한 달에 400만 원을 번 적도 있었고, 적게 벌어도 150만 원은 벌었다. 6개월 간 벌어들인 총수익이 2,000만 원 정도였으니 년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80% 정도의 수익률이었다.


이건 뭐 워런 버핏도 한 수 가르쳐달라고 나에게 매달려야 하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때는 그것이 내 실력인 줄 알았다. 미국 주식 시장이 하락기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게 잘 나가던 미국 주식들이.. 영원할 것 같던 상승 곡선들이 어느덧 꺾이기 시작했다. 이때라도 빨리 빠져나왔어야 했다. 원래 내가 계획한 퀀트 투자 법칙대로라면 손실률이 10%에 도달하면 다 매도하고 빠져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미국 주식에 대한 맹신과 지난 몇 개월 동안 신의 영역에 도달한 수익률이 나의 실력이라고 굳게 믿은 나만의 착각 속에 보유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갖고 있었다.


특히, 내 투자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은 3배 레버리지 ETF에 묶여있었다. TQQQ, SOXL이 대표적이었다.


결국, 나는 주식 시장에서 돈을 잃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지른다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렇게 안 팔고 버티다가 최저점에 모두 매도해 버렸다.


손실률은 무려 -80%였다. 그동안 번 돈을 다 토해낸 것도 모자라 원금도 1천만 원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수익을 낼 때는 무섭게 돈이 불어나지만, 손실이 나기 시작하면 청산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 레버리지 상품이다.


더 한심한 것은 그렇게 보유할 거면 2년만 더 보유하지.. 그랬다면 4배가 올랐을 텐데..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사연 없는 죄수 없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다.


그렇게 나는 큰돈을 잃고 전업투자자의 꿈을 접었다.




블로그 수익화로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전세계를 노트북 하나 들고 여행하고자 한 내 꿈도 사라지고, 전업투자자가 되어 디지털 노마드를 실현하고자 하는 꿈도 좌절되었다.


그때 세운 주식 투자 관련 몇 가지 철칙이 있다.


첫째, 절대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거나 빚내서 투자하지 않는다.

둘째, 우량 주식에 분산투자, 분할매수를 한다.(미국 주식 시가 총액 20위 이내 주식만 투자)


아이러니하게, 퇴직하면서 퇴직연금IRP로 받은 퇴직금의 70%를 미국지수추종 ETF에 투자해 놓고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퇴직금은 4년 만에 80%의 수익률을 내게 안겨주었다. 연평균 20%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역시 주식은 잘 모르면 우량주를 사고 잊어버리는 것이 돈을 버는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P.S. 오래전 군대에 있을 때 손금을 볼 줄 안다는 후임병이 내 손금을 보더니 50대부터는 탄탄대로라고 손금이 너무 좋다고 했었는데.. 40대 후반에 회사를 나와서 50 초반에 들어선 나는 왜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 것일까?


역시, 손금이나 사주, 점 등을 맹신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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