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얼떨결에 시작한 우편물류센터 알바는 무더운 여름을 지나 조금은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9월 말까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원래는 3개월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일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고, 이 일을 그만두고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올해 말까지 3개월만 더 다니자는 생각으로 3개월 계약 연장을 했다.
하지만, 계약 연장 후 10월 말이 되면서 계약을 연장한 것을 후회하였다. 무더운 여름, 너무 더워서 소금기를 옷에 배출하며 매연과 싸워가며 일하던 작업 환경이 겨울이 되면 조금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겨울이 다가올수록 너무 추웠다. 중간중간 난로가 있긴 했지만 외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온몸으로 맞이하는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여름에도 참기 힘들었던 매연은 겨울이 되니 공기 순환이 안되면서 더욱 참기 힘들어졌다.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지만, 마스크 틈으로 들어오는 매연 냄새와 먼지는 참기 힘들었다.
최저임금을 받으려다가 병원비가 더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평생 사무직으로 일을 하면서 잘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을 사용하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신호가 왔다.
처음에는 허리가 아프더니, 손목, 목, 어깨, 발목이 번갈아가면서 아팠다.
나는 어느덧 정형외과 단골손님이 되어가고 있었고, 무조건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하겠다고 속으로 몇 번을 다짐했다.
그리고, 내 관절들을 살리기 위해.. 그동안 잘 하지 않던 스트레칭을 열심히 했다. 살면서 스트레칭이 이렇게 중요한지는 처음 알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12월 말이 다 되어가고 있었고, 나는 새해부터는 이 일을 하지 않고 뭘 하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변수가 찾아왔다.
통상적으로 공무직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년에서 2년 정도 계약직으로 일해야 하는데, 내년에 정년 퇴직하는 공무직들이 많아서, 6개월 일한 나도 공무직이 되어버렸다.
나는 또 고민에 빠졌다. 계약직이나 공무직이나 급여에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큰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공무직이 되면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이 메리트였다.
운 좋게 공무직이 되고 보니, 이 일을 그만두려던 나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비록 최저임금이지만 정년이 보장되고, 4대 보험이 해결되며 , 하루 4시간 정도 일하고 한 달에 백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는 알바가 있을지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니 그냥 여기에 다니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나는 3년째 우편물류센터 업무를 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으며, 아픈 허리와 발목, 그리고 최근에는 족저근막염까지 발생해서 정형외과를 자주 드나들며 월급의 십일조를 병원에 내고 있다.
나의 원래 퇴직 후 목표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블로그 글을 쓰며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나를 대신해 세계를 여행할 우편물들을 분류하고 운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도 여기서 일하면서 벌어들이는 한 달 백만 원의 달콤한 유혹에 매몰되어 더 큰 꿈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출근을 준비한다.
나에게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