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2년 정도는 여행도 다니고, 매장 운영도 해보고, 블로그에 집중해서 열심히 글도 쓰고, 주식 투자도 하면서 정신없이 보냈다.
하지만, 매장 운영도 실패하고, 블로그도 번아웃이 오면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게 되었고, 주식 투자도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퇴사 후 그렇다 할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모아 둔 돈을 야금야금 다 써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에게는 전환점이 필요했다.
사실, 정규직으로 회사를 다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고(지원해 봐야 뽑아주는 데도 없다는 것이 팩트)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느 정도 수입을 만들고 싶었는데, 알바 채용 공고를 아무리 검색해도 보험 영업, 쿠팡, 택배 같은 직종밖에 없었다.
아직은 간절하지 않아서 인지, 용기가 없어서 인지, 그다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 알바는 시도하지 않았고, 간혹 하고 싶은 알바가 있어서 지원을 하면 연락이 없다는 것이 나를 더욱 초조하게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동네에 아시는 분이 우체국 알바를 추천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선 우체국이 아니라 우편집중국이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우편집중국이 있는데 거기서 알바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솔직히 그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지인의 추천이라 마지못해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을 보러 가서 얘기를 들어보니, 쿠팡 물류센터 같은 일을 하는 곳이었다. 다만, 쿠팡은 택배를 취급하는 곳이라면, 이곳은 우편물과 우체국 택배 등을 취급하는 곳이었데 일이 힘들고 지원자가 적어서 큰 문제만 없으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취급하는 물건은 달랐지만, 쿠팡과 비슷한 일이라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가깝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야 했기에 일을 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우편물류센터의 계약은 3개월 단위로 이루어졌다. 3개월 동안 계약직으로 근무한 후,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연장해서 일을 하다가 1~2년 일을 지속적으로 하면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우편물류센터 일을 시작하던 시점이 2년 전 무더웠던 7월 초였고, 나는 각 우체국에서 수집한 우편물들을 실은 차들이 도착하면 그 차에서 우편물을 꺼내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은 지하에서 이루어졌는데, 7월의 무더위와 우체국 차량에서 뿜어내는 매연과 소음으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작업장 특성상 에어컨 설치가 어려워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이겨내야 했는데, 7월의 무더위와 차량에서 내뿜는 열기와 쉬지 않고 우편물을 차에서 꺼내야 하는 노동의 강도가 합쳐져서 땀은 비 오듯이 오고, 금방이라도 무더위에 지쳐 쓰러질 것만 같았다.
작업은 하루 네 시간이었는데, 작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작업을 위해 입었던 티셔츠와 반바지에 하얀 소금기가 배어 나올 정도였다. 20대 군대에서 훈련받을 때 이후로 이렇게 덥고 힘든 작업은 처음이었다.
단 하루를 일하고 그만둘까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나를 소개해 준 지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운동삼아 3개월은 그냥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티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육체노동을 하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공공기관이기에 3개월 계약직임에도 불구하고, 4대 보험, 주휴수당, 위험수당, 연차 등을 제공해 주는 것에 만족하며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3개월을 다녔다.
그 후 이야기는 2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