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중순에 들즈음, 겨울의 마지막 한기가 입춘을 밀어 내던날 특히 추웠던 날, 나는 아내와 함께 동유럽으로 자유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비엔나와 부다페스트. 유럽의 중심을 흐르는 다뉴브강을 따라 두 도시를 여행하며,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시간을 미국에서 온 여동생네와 함께 여행을 하였다. 비엔나는 우아하고 현대적인 품격이 있었으며, 부다페스트는 낭만과 함께하는 생동감이 넘쳤다. 여행 동안은 마치 한 편의 오페라 속에 들어온 듯, 도시 곳곳에서 역사와 예술을 느낄 수 있었다.
비엔나는 클래식과 품격이 살아 있는 도시였다.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비엔나에서의 첫 느낌은 강렬했다,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며 지금 을 살아가고 있었다. 고풍스러운 건축물들 사이로 부드러운 겨울빛이 스며들었고, 거리는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무대 같았다.
호프부르크 왕궁과 쇤브룬 궁전에서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웅장한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벨베데레 궁전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명한 그림 키스를 감상하며, 오스트리아 예술의 진수를 느꼈다.
비엔나의 매력은 도시의 카페 문화에서 더욱 깊이 느껴졌다. 카페 '자허'에서 부드러운 자허 토르테를 한 입 베어 물고, 카페 '센트럴'에서는 19세기 문학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을 법한 테이블에 앉아 향긋한 멜란지 커피를 마셨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는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의 '아이다'를 감상한 경험이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귀에 익은 장엄한 음악과 연극에 심취하며, 비엔나가 클래식 음악의 수도라 불리는 이유를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음식도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 주었다. 피글뮐러에서 바삭한 비너 슈니첼을 맛보았고, 플라후타에서는 전통적인 타펠슈피츠를 곁들인 전통 유럽의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비엔나는 도시 전체가 예술과 음악으로 가득 찬, 우아한 품격이 살아 있는 즐거운 예술의 도시였다.
부다페스트는 다뉴브강 위의 보석과 같은 느낌이었다.
비엔나에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3시간 반 부다페스트 역에 도착을 하였다, 동유럽의 숨겨진 보석이라 불리는 부다페스트가 차분한 느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다뉴브강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그 위로 웅장한 국회의사당과 부다 왕궁이 빛나는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부다 지구에서는 어부의 요새에서 강을 내려다보며 한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느꼈다. 부다 왕궁에서는 헝가리의 역사를 만나고, 해가 지는 다뉴브강변에서는 부다페스트의 멋진 야경을 감상했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 세체니 다리를 건너며, 이 도시가 왜 '동쪽의 파리'라 불리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식사 또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중 하나인 '군델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현 악기로 연주하는 클래식 실내 음악의 연주와 함께 궁전 같은 멋진 공간에서, 대표적인 헝가리 요리들과 굴라쉬와 달콤한 와인을 곁들인 식사는 마치 영화 글루미 선데이 속 한 장면 같았다.
또한, 유서 깊은 카페들도 구경하고 방문했다. 1858년부터 운영된 제르보 카페에서 헝가리식 커피와 디저트를 맛보았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라 불리는 뉴욕 카페에서 도보 시 토르타를 주문해서 먹었다.
부다페스트 여행 이틀째 날 오전에는 세체니 온천에서 몸을 담그며 겨울 유럽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따뜻한 온천수 속에서 부다페스트의 하늘을 바라보며, 이 도시가 지닌 낭만과 여유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흐른 시간, 오래도록 남을 기억의 여행,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깨달았다. 이번 여행의 시간은 유독 천천히 흘렀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하루는 쏜살같이 지나가지만, 이곳에서 보낸 열흘은 마치 한 달처럼 깊이 느껴졌다.
이번 여행은 패키지 관광이 아닌 완전한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사의 계획된 여정이 아닌, 내가 스마트폰으로 직접 일정을 조율하고 우버 택시를 이용해 이동하며, 오롯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여행을 하였다.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자유로운 유럽 여행’을 실현한 순간이었다.
특히, 아내와 미국에서 온 여동생 가족과 함께한 시간들은 무엇보다도 즐거웠다. 삶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이 여행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뉴브강은 여전히 흐를 것이고, 비엔나와 부다페스트에서의 시간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
언젠가 다시 유럽의 어느 도시를 여행하게 될 날이 오겠지만, 이 여정은 오래도록 내 삶 속에서 가장 뚜렷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