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해외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서 책임자로 근무하던 시절의 일이다.
그해 본사에서 순환근무 과정으로 신입사원 8명이 현장에 배치되었다. 그중에는 신입 여사원도 세 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해외 반도체 건설현장에 신입 여사원들이 배치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그중 한 명의 전공은 더욱 뜻밖이었다. 그녀의 전공은 관광경영학이었다.
이공계 전공자가 대부분인 반도체 건설현장에 관광경영학 전공자가 배치된 것이다.
나는 현장에 도착한 신입사원들과 차례로 면담을 했다.
그 여사원에게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물었을 때, 관리팀장이 옆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본사에서 그 직원의 이력을 보고 채용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학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무려 2년 반 동안 네팔에서 지내며 히말라야 트레킹과 현지 고산 등반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독특한 경험이 있었다.
그 당시 우리 회사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플랜트 턴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다양한 국가에 직원들을 파견해야 했는데, 막상 발령이 나면 현지 적응이 어렵다며 퇴사를 하거나 해외 근무를 거부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신입사원 채용 때부터 해외 현장 근무가 가능한 인재를 선호하게 되었고, 히말라야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그 여사원이 해외 현장에 적합한 인재라고 판단하여 채용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시장은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외 어느 나라든 사업의 대상이 된다. 특히 해외 플랜트 건설업을 하는 기업들은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전 세계가 시장인 셈이다.
이처럼 해외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실이지만, 많은 신입사원들은 입사 후 강남 본사에서 사원증을 목에 걸고 근무하며 점심에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퇴근 후에는 강남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회사의 현실은 다르다.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에게 그렇게 한가로운 시간은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글로벌 톱 5에 속하는 한 타이어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판교의 본사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마친 뒤 국내 공장이나 해외 공장으로 발령을 내면 약 40%의 인원이 사표를 낸다는 것이다.
본사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흰 와이셔츠를 입고 한 손에 커피 머그잔을 들고 일하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공장에서 근무복을 입고 일해야 한다는 현실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젊은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젊은 세대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비교적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하다 보니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가기를 바라며 현실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구인·구직 시장도 양극화가 심하다.
대기업은 지원자가 넘쳐나 옥석을 가려야 하고, 중소기업과 제조업체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신입 연봉과 근무환경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연봉 역시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을 위해 취업 재수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내가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처음 입사하는 회사가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중소기업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에서는 조직의 경직성과 업무 분담 구조 때문에 신입사원이 담당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몇 년이 지나면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는 신입사원들도 실제로 많이 보았다.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업무를 맡으며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할 기회가 많다. 능력에 따라 경영 전반의 업무를 경험할 수도 있고,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다.
그렇게 6~7년의 경험을 쌓은 뒤에는 대기업에 경력직으로 입사하며 직급과 연봉을 보장받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실제로 대기업에서는 과장급 인력 채용 시 해외 석·박사 학위 소지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중간관리자를 대거 채용하기도 한다.
삼성, LG, 현대, SK 같은 기업들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신입사원과 중간관리자 사이에 외부 인재를 영입하여 조직의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발전 속에서 개인의 능력에 맞는 일자리와 기회가 무수히 존재하는 시대다. 회사 역시 예전처럼 한 번 입사하면 평생 다니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개인의 취미와 특기, 아이디어를 살린 사업과 신기술 개발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고, 이제 사회는 직장이 아니라 직업의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 대기업의 근무지가 강남이 아니라 실리콘밸리가 될 수도 있고, 사업을 하는 지역이 국내가 아니라 전 세계가 될 수도 있다. 개인과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 세계를 무대로 경쟁해야 하는 무한 기술 경쟁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들을 바라보면 마음 한편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능력이나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일찍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모습이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어렵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유로 시작도 하기 전에 스스로 한계를 정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생은 누구에게나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준다.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이다.
성공하고 싶다면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야 한다.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워런 버핏은 젊은 시절부터 투자라는 한 분야를 평생 연구했다. 남들이 새로운 유행을 좇을 때 그는 묵묵히 기업을 분석하고 공부했다. 그 우직함이 결국 세계 최고의 투자자를 만들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떤 길이든 끝까지 파고드는 사람에게 길이 보인다.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성과로 이어지는가?”
그 질문 속에 자신만의 재능의 씨앗이 숨어 있다.
돌멩이처럼 보이던 재능도 갈고닦으면 다이아몬드가 된다.
환경을 탓하기보다 다시 시작하면 기회는 열린다.
가난과 실패, 불리한 출발선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 환경을 뛰어넘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성공 스토리 속에 가득하다.
현대 창업자 정주영 회장이 “이봐, 해봤어?”라는 도전 정신으로 현대그룹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성공하려면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되 마음은 긍정적으로 가져야 한다. 긍정적인 사람에게는 사람도 모이고 기회도 열린다.
젊은 시절에는 돈보다 중요한 자산이 있다.
바로 경험, 실력, 인간관계, 신뢰다.
이 네 가지는 시간이 갈수록 엄청난 자산이 된다.
꿈을 계획으로 바꾸고 행동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실패를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반대가 아니라 과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일론 머스크 역시 자신이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도전적인 일을 선택하며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고 끊임없이 개선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 X를 창업해 우주 개발에 도전하고, 전기차의 미래를 믿고 테슬라에 투자한 그의 선택은 모두 실패의 위험을 감수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배우며 앞으로 나아갔다.
결국 인생을 바꾸는 것은 행동이다.
생각만 하는 사람은 많지만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세상은 행동하는 사람의 편이다.
그래서 젊은 세대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세상이 어렵다고 해서 꿈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지금의 실패가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하지도 않는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기회는 생각보다 많다.
한 우물을 우직하게 파라.
그러면 언젠가 물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 물은 결국 자신만의 성공의 샘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의 인생은 타인과의 경주가 아니다.
각자 다른 속도로, 다른 길을 가는 여정이다.
때로는 느리게 가더라도, 잠시 멈추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나만의 성공 자산을 만들어라.
그 자산은 돈이 아니라 경험과 배움, 관계와 실패에서 얻은 지혜다.
이것들이 모여 결국 자신만의 성공을 만든다.
그리고 십여 년 전 해외 반도체 현장에서 처음 만났던 관광경영학 전공의 그 여사원은 지금 인도네시아 화공 플랜트 현장에서 공정관리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 역시 그때 작은 시작을 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 보자.
자신의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