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인생과 부모의 재력

by 김성훈


지난주 휴대폰을 교체하기 위해 집 근처 통신사 매장에 들렀을 때였다. 휴대폰 개통 업무를 도와주던 담당 여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요즘 젊은 세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여직원은 웃으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표정으로 이런 말을 했다.

“제 친구는 부모님이 재력가라 중고등학교 때 대치동 학원을 다니며 공부했고 좋은 대학에 갔어요. 미국 유학도 다녀오고 대기업에 취직했죠.

결혼할 때는 분당에 아파트도 부모님이 마련해 주셨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부모님이 부자가 아니라서…

이번 생에는 결혼도 힘들 것 같아요.”

농담처럼 웃으며 한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요즘 젊은 세대가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이 담겨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의 생각과 그 여직원의 생각은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일들이 반드시 부모의 재력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목표하는 대학에 갈 수 있고, 외국 유학을 가고 싶다면 각종 장학금 제도나 여러 정보를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만들 수 있다.

취업 역시 토익 성적이나 자격증, 준비된 능력을 갖추어 공채에 도전하면 된다. 결혼도 서로 마음을 모아 인생을 시작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듣는 사람에게는 다소 원론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 세대가 느끼는 현실도 분명 이해가 간다.

집값은 높아지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출발선의 격차도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노력보다 부모의 경제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젊은 사람들이 부모를 탓하며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모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부모가 청소년기까지는 자녀를 돌보지만 대학에 들어가면 학비의 상당 부분을 학생이 대출이나 아르바이트로 해결하고 나중에 갚아가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는 자녀가 태어나서 성장하고 취업하고 결혼할 때까지 부모가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력이 있어 도와줄 수 있다면 그것도 부모의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자식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 때문에 부모의 노후까지 흔들리는 경우도 생긴다.

자식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다가 정작 자신의 노후는 준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도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부모와 자식 모두가 힘들어지는 ‘자식 리스크’라는 새로운 사회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각자의 출발선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부모의 도움을 받고 시작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출발선이 다르다고 해서 인생의 결승선까지 모두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도움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본인 자신이다.

부모에게 지나치게 기대는 삶도,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도 결국 서로를 힘들게 할 수 있다. 부모는 부모의 삶을 준비하고, 자식은 자신의 삶을 책임지며 살아갈 때 서로가 더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날 통신사 매장에서 들은 짧은 이야기는 요즘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부모의 재력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이해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삶을 믿고 걸어가는 용기도 여전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부모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만들어 가는 긴 여정이기 때문이다.


요즘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우리 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다.” 처음 들으면 다소 과장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말이 단순한 불평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숫자가 이미 그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는 노력하면 집을 살 수 있는 시대를 살았다. 월급을 몇 년 모으면 전세를 마련할 수 있었고, 조금 더 무리하면 내 집도 가질 수 있었다.

열심히 일하면 삶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월급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집값은 몇 배로 뛰었다.

물가는 계속 오르지만 임금 상승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 투자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 결혼과 출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까지…

지금의 젊은 세대가 살아가는 시대는 부모 세대가 살았던 시대와 게임의 난이도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묻는다.

“이게 정말 내가 못해서 이런 걸까?”

나는 그 질문에 솔직하게 말해주고 싶다.

그렇지 않다. 개인의 능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인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왜 가난하다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으면 이런 대답을 듣게 된다.

“부모님이 가난해서요.”

반대로 “왜 부자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으면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이 부자 셔서요.” 이 말속에는 하나의 체념이 숨어 있다.

경제력이 세습되는 사회 속에서 “나는 노력해도 안 될 거야”라는 생각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 생각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도전을 멈추게 만든다.


하지만 나는 젊은이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출발선은 다를 수 있지만, 속도는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았기에 어린 시절부터 이런 다짐을 했다.

“내 아이들에게는 같은 어려움을 물려주지 않겠다.” 그 다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저축을 시작했고, 공부를 했고,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조금씩 자산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가난은 내 인생의 불행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만약 풍족하게 자랐다면 그렇게 절박하게 노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핍은 때로 사람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삶을 바꾸는 힘이 되기도 한다.



우리를 가장 쉽게 멈춰 세우는 것은 비교다.

“왜 나는 저 사람보다 못할까.” 이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 순간, 스스로의 가능성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부모를 탓하기 시작하면 삶은 그 자리에서 멈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부모를 탓하기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경제 공부를 해보기, 한 달에 10만 원이라도 꾸준히 저축하기, 작게라도 투자를 시도해 보기. 이 작은 행동들이 쌓이면 삶의 방향은 반드시 바뀐다.


나는 직접 경험으로 알고 있다.

노력하는 꾸준함은 결국 재능을 이긴다.

물론 지금의 시대가 쉽지 않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부모의 자산이 자녀의 교육 환경과 주거 환경, 그리고 사회적 네트워크까지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는 이런 현상도 나타난다.

집 사기 포기, 결혼 포기, 출산 포기. 노력보다 현재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문화가 퍼지고, 때로는 자포자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요즘 젊은이들이 게을러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회 구조가 변한 것도 분명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망을 본다.

지금의 시대에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기회의 사다리가 등장했다.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젊은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와 크리에이터 경제는 이전 세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무대다. 물론 이런 성공 사례는 아직 극소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길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시대에 필요한 경쟁력은 단 하나다.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이다.

이 현실을 인정해야 해결책도 보인다. 어떤 젊은이는 말한다. “금수저를 보면 너무 한스럽다.” 재력가 부모를 둔 친구들은 좋은 교육을 받고, 인맥도 넓고, 경제적인 걱정 없이 살아간다.

반대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말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했다. “태어날 때 가난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죽을 때까지 가난한 것은 당신의 책임이다.” 태어날 환경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이후의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그룹을 창업한 정주영 회장 역시 이렇게 말했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 하는 건 핑계다.” 그는 젊은 시절 책 한 권을 사기 위해 며칠을 굶기도 했다고 한다. 배움에 쓰는 돈은 소비가 아니라 가장 이자가 높은 투자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11세에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어린 시절 신문 배달을 하며 사업가적 감각을 키웠다. 학교 성적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몰입했고, 하루의 상당 시간을 투자 공부에 쏟았다.



성공의 열쇠는 단순한 학력이나 스펙이 아니라 꿈과 열정, 그리고 꾸준한 노력이었다.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 회장도 마찬가지다.

19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우유 배달로 시작했지만 성실함과 도전 정신으로 거대한 기업을 만들었다. 세상을 바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환경을 탓하기보다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집중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남긴 말도 같은 의미다. “Stay hungry, Stay foolish.” 계속 갈구하고, 계속 도전하라는 뜻이다. 나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시대는 분명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포기가 아니라 전략의 변화다.

과거의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행동하는 사람만이 미래를 바꾼다.

행동하는 청년은 자신의 환경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지식을 배우고, 능력을 키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에도 기여하려 노력한다.

출발선이 다르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앞에서 말한 통신사 직원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부모의 재력이 인생의 전부를 결정한다고 믿는 순간, 그건 이미 스스로를 포기한 것이다.

현실의 벽을 인정하면서도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당신의 인생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그리고 그 인생의 주인공은 오직 당신뿐이다.

부모의 재력이라는 출발선에 집착하기보다, 당신만의 레이스를 펼쳐나가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경험이 결국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니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리는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한다.

오늘의 작은 선택이 내일의 자산이 된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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