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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의 재회

by 김성훈


군 복무 시절의 중대장님을 45년 만에 만났다. 내가 병장을 막 달았을 때, 그는 대위로 첫 지휘관 임무를 맡은 육사 33기 출신의 젊은 장교였다. 제대 후 살아가며 종종 떠오르던 그분과, 우연한 기회에 연락이 닿아 두 달 전 처음 만나게 되었고, 지금까지 세 번의 만남을 가졌다.


처음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20대 중반 청년 장교 시절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첫 만남은 3호선 남부터미널역 앞에서 이뤄졌다.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당연히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수많은 부하 중 한 명에 불과했던 나를 기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양평의 사단 공병대대 2중대 시절의 추억을 함께 이야기하며 45년 만의 반가운 재회를 나눴다.


그분은 단순한 지휘관을 넘어선 특별한 존재였다. 장교 숙소 대신 중대 막사에서 부하들과 함께 야전침대에서 숙식을 하고, 새벽 3시면 일어나 중국어를 소리 내어 공부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의 리더십 아래 중대 내 선임들의 폭력과 괴롭힘이 사라졌고, 부대는 강력한 조직으로 거듭났다. 체육대회와 각종 측정에서 1등을 차지하며, 중대는 강한 선봉 부대가 되었다. 지휘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경험한 시간이었다.


그는 단순히 나의 군대 상관이 아닌, 내가 본받고 싶었던 롤 모델이었다. 공자의 말처럼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는 깨달음을 실감하게 한 분이었다. 그는 내게 용기와 확신을 주었고, 선택한 일을 끝까지 해나갈 힘을 선물했다.


롤 모델이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나 임무에서 본받을 만한 사람을 뜻한다. 나에게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직장생활 중에도 나는 종종 중대장님의 이야기를 부하 직원들에게 들려주곤 했다. 그분이 남긴 긍정적인 영향은 나의 삶과 직장 내 리더십에 큰 영감을 주었다.


이번 만남을 통해 그분은 건강, 일, 친구, 꿈을 모두 가진 모습으로, 여전히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계셨다. 특히 다음의 네 가지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건강: 건강은 모든 것의 기본이다. 병이 나면 명예와 지위로도 이를 극복할 수 없다. 건강은 건강할 때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일: 삶을 지탱하는 힘은 '일'에 있다. 나이가 들어도 의미 있는 일을 계속하며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년의 기간은 생각보다 길다.

친구: 외로움과 소외감을 이겨내는 힘은 친구에게서 나온다. 진정한 우정을 쌓고,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대해야 한다. 친구와의 관계는 노년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꿈: 노년에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한다. 꿈은 삶을 향한 소망이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성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분과의 만남은 나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그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여전히 칭기즈칸과 같은 도전정신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꿈을 실현해 가고 있었다. 다음 만남에서는 그분의 열정을 더 깊이 배우고 싶다.


괴테는 노인의 삶을 '상실'이라고 표현하며 건강, 일, 친구, 꿈을 잃지 않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 역시 나이 값을 하며, 올바르게 살고 곱게 늙어가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 행복은 언제나 가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삶의 모든 순간에 감사할 것이다.


이번 만남을 통해 나도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 그분이 내게 남긴 지혜와 열정은 앞으로의 삶에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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