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평 Jul 11. 2023

우리 이제 그만할까?

나만 몰랐던 이별의 적정 시기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해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라면 

이제 그만 다가서는 걸 멈추고 

멀어져 보려고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남들은 다 알고 있었던 걸 나만 이제야 안 것 같다. 

"너랑 쟤는 안 되겠다, 쟤 말고 딴 사람은 어떠냐? 

그런 말을 들었던 것도 같은데, 그땐 안 들렸다.  

"니들이 몰라서 그렇지, 우리가, 내가 쟤랑 얼마나 찰떡인데, 

그리고 나는 쟤없이 안 된다니까." 

내 마음은 오래.. 그랬다.  

 

내가 걔를 안 지는 아주 오래됐고, 

본격적으로 만난 건 이제 10년이 넘었나 봐. 

그 10년이 나라고 다 좋았을까. 

그래도 헤어질 마음을 먹지는 못했다. 

나는, 걔 없이는 뭐가 될 것 같지 않았으니까.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같았으니까. 


몰라,

이제 걔가 없는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그렇다고 걔가 있어서 주말이 늘 즐거웠던 것도 아닌데. 

마주하면 괴롭고, 외면하면 더 괴롭고.

차라리 '이번주는 일이 너무 많아 못 만나' 이런 핑계를 댈 수 있던 주말이 덜 괴로울 때도 있었고. 

 

걔가 버거워진 건 올해 초부터였던 것 같아. 

내 마음도 예전 같지가 않더라고. 

마음은 식고, 나이는 들고, 체력은 떨어지고, 일은 많고...

겨우 쉴 수 있는 짬이 나면 

걔를 만나는 것보다 나를 돌보는 일이 우선이었어.

쉬고 싶었지. 

푹 자고, 생각을 비우고, 

그리고 걔를 보는 것보다 훨씬 재밌는 볼거리들이 많았어. 

그것도 쉽고 편하게.

그때부터였을까, 걔가 지겨워진 게. 

"내가 걔랑 뭘 더 할 수 있겠어?"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하던 말이 이제 좀 들려. 

그래서 이제 다른 사람도 만나보려고 해. 

걔 아니면 안 될 것 같던 때가 있었고, 

걔가 아니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던 때가 있었고, 

그러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꼭 걔가 아니어도 걔는 아니지만 걔와 비슷은 한 

닮은 구석이 있는 다른 사람을 만나보려고 해. 

혹시 모르잖아. 

더 찰떡같은 사람을 만날지도. 

매번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나를 더 웃게 하고, 나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나는, 만성이 돼 버린 '꿈'과 헤어지는 중이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써야 한다는 의무로 바뀐 지 너무 오래다.

그동안 모른 척 외면해 왔지만 

쓰고 싶은 마음은 벌써 끝났다.

이제 

더 즐거울 수 있는 인생을 허비하는 일을 중단하고 

죄책감에 시달리지도 않을 테다. 

그러나....

  


결국, 헤어지지 못해서 하게 되는 '헤어질 결심'. 

쓰고 싶은 마음이 마음대로 안 돼서 쓰게 되는 장황한 글.

 

우리는, 나는 걔랑 정말 언제쯤 헤어질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에어컨이 고장난 여름의 절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