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가볍고도 무거운
학생시절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고,
본격적인 밥벌이에 나선 때가 스물다섯.
적은 있었으나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생활은 아니었고,
열정페이로 버텨야 했던 방송작가 막내시절.
"남들은 돈 주고도 배우는데,
너는 돈 받고 배우고 있지 않냐, 열심히 해"
이런 게 통했던 시절. 지금도 통하나?
그렇다면 참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벌써...
지방(이라고 쓰고 싶지 않지만 다른 말을 찾을 수가 없다)에서 4년쯤 일을 하다
다른 바닥에 발을 디뎌볼 거라고
상경(역시 다른 말을 찾을 수가 없다)했다.
그렇게 이 바닥의 공백기 3년,
가방끈은 길어졌으나 벌어놓은 돈은 바닥났고,
결국 다시 밥벌이를 위해 일을 시작했다.
지방 경력에, 공백기 3년.
서른을 훌쩍 넘겨버린 나이.
내 이력서에 다들 의심의 눈빛을 보냈다.
"지방에서 일하셨네요...3년은 쉬었고..흠.."
나중에 알았지만, 지방에서 일한 경력을
서울에선 절반만 인정해 준다더라.
이해하자고 치면, 내가 일하던 곳에선 막내에서 서브로,
서브에서 메인으로...몇 년씩 걸리는 게 아니라
막내로 어느 정도 일을 하다가 서브 단계라는 게 뚜렷하게 없이,
바로 메인으로 일하게 되는 게 대부분이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지만...
그건 시스템의 차이지, 능력치의 차이는 아닐 텐데...라고 말해봐도,
아마 그들은 못마땅할 게 틀림없다.
뭔가 뒤떨어진다고 생각할 테지,
그 무렵 나는 '서울의 달'을 보며 걷다가 종종 외쳤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나 돌아가야겠어..."
하지만 돌아가지 못했고, 아니 돌아가지 않았고,
여전히 남아 이제는
서울엔 한강이 있어 참 좋다..하고 산다.
앞에 이야기가 길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었고.
그렇게 사회생활 거의 대부분을 프리랜서로 일하다
지금은 월급쟁이 생활 3년 차,
사장에 직원, 달랑 두 명이 다인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일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에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일 년 중 두어 달은 보릿고개를 넘어야 해서, 감봉이 되기도 한다.
인센티브가 가끔 있기도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있는 일이고,
연말의 보너스를 꿈꾸지만, 아직 실현되지는 못했다.
제작보단 기획에 무게를 두려고 했지만,
제작에서 손을 떼면 회사가 망한다.
아니 제작에 무게를 두어야 망하지 않고 굴러간다.
그나마도 제작이 줄면 사장님은 월급을 못 챙긴다고 한다.
그럴 때면 내 월급의 무게가 한없이 무거워진다.
세금은 또 얼마나 다양한 이름으로 뜯어가는지, 우리한테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세무사는 하는 일도 없어 보이는데 따박따박 돈을 받아간다.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하는데,
은행에서 만들어줄지 어떨지도 모르겠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또 생각한다.
아무래도 나 돌아가야겠어,라고. 프리랜서의 시절로.
내가 받는 월급이란 게
어느 달은 한없이 가볍고,
또 어느 달은 한없이 무겁다.
그 사이에서 나의 쓸모를 가늠하는 마음이 괴롭다.
받는 만큼 일해왔던 세월이 길어서인지,
일이 많으면 많아서 불만이 생기고,
일이 적으면 적어서 불편한 마음이 생긴다.
똔똔, 이라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나.
찬바람이 불고, 곧 연말이고,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이 다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이
이제 그만 퇴사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적기인 것 같은데.
나,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