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다시 떨어져야 하는 순간
장거리 연애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바로, 오랫동안 못 만났던 사랑하는 이를 만나는 그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대로 가장 힘든 순간은 달콤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떨어져야 하는 그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약 5~6년에 걸쳐 그 순간들이 켜켜이 겹치고 겹쳐져서 나중에는 만난다는 그 설렘보다 공항에서 헤어지는 그 순간과 만나고 난 뒤 다시 혼자 남게 되는 그 슬픔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와, 그 순간을 견디기 싫어 어느 순간에는 차라리 만나지 않을래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오늘은 제가 장거리 연애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중의 하나인 헤어짐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볼까 합니다. : )
(여기서 헤어짐은 이별이 아니라, 장거리 연애 중 잠시 만났다가 다시 서로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입니다.)
만나는 그 시간은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데, 공항에서 다시 덩그러니 혼자 남겨질 때 울지 말아야지, 울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이를 꽉 물고 울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쿨해져야지, 쿨해져야지 강해져야지 강해져야지 하다가도 막상 또 이렇게 헤어지고 나면 언제 보지라는 그 마음에 엉엉....
무슨 견우와 직녀도 아니고 일 년 한두 번, 이렇게 보다 보니 집에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을 때 멍하게 있는 시간이 정말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가장 힘든 시간은 오랜만에 만나고 헤어지고 난 뒤 보름간, 한 달동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 때문에 바쁘게 정신없이 있다가도 퇴근하는 지하철에 혼자있거나,잠들기 전 깜깜한 밤에 혼자 누워 있을 때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을 잡고 같이 걷던 사람이 다시 영상으로밖에 보지 못할 때.
참바보 같게도 영상통화 하면서 애꿎은 스크린만 틱, 틱 만지게 되더라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으로 닿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모니터에 있네,,," 하고 웃어버리죠,,,
그런 제 모습을 보는 남자친구(현 남편)도 애써 웃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매번 공항에서 남자친구가엉엉 울던 제게 해주던 말 중의 하나가 "너무 슬퍼하지 마 우린 곧 만나게 될 거야. 괜찮아 괜찮아."였습니다.
1년에 1~2번 길게 만나면 2주, 짧게 만나면 1주 이렇게 저희는 만났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첫날은 너무너무 설레고 재미있다가도 날이 하루, 하루 지나갈수록 초조해졌습니다.
그리고 헤어지기 하루 이틀 전날에는 다시 헤어지는 것이 무서워 또 우울하게 있었고요.
참, 사람이란 것이 우습다고 느껴진 것이, 헤어질 때 아플 줄 알면서도 함께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오히려 더 행복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하다가도 몇 번 이렇게 만나고 헤어짐을 겪다 보니 마음에서 이미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알고 겁을 먹게 되더라고요.
아무리 우리가 곧 다시 본다고 해도, 짧으면 반년 길면 일 년인데 또 그 시간들을 떨어져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아마도 그 만나기 전까지의 시간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곧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라는 말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으면서도 '우리는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라는 장거리 연애에 대한 원망 아닌 원망도 많이 들더라고요. 누구의 잘못도 없는데도 뭔가 계속 탓하고 싶고...^^;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은 남자라서 일부러 더 담담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자기까지 너무 슬프면 둘 다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저희의 패턴이기도 했는데요, 꼭 떠나기 전 하루 이틀 전에는 언제 다시 만날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유 중에 하나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면 또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 다시 실감이 나서 엉엉 울곤 했기 때문에 일부러 앞의 시간들은 좋은 시간으로만 보냈습니다.
분명히 이 시간에 서로 말하는 이야기들은 미래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은 50% 조차도 안 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할 때는 그래 이것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자! 라고 이것저것 의지가 막 타오릅니다.
하지만 막상 서로 다시 떨어지게 되고 일상으로, 현실로 복귀하다 보면 서로 각자가 맡은 '현실의 무게'라는 것이 있어서 동화처럼,영화처럼 바로바로 실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단, 양쪽 중 한 명이 엄청 부자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것저것 생각 안 해도 되는 '실행력'이 생기거든요. 근데 저희는 그냥 정말 평범한 남자, 여자이기 때문에...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남자친구도 계획을 이야기하다가 속이 상한다 듯이 종종 말했습니다. "내가 진짜 돈이 엄청 많다면 너한테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바로 나한테 와! 이랬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시는 것이 좋습니다. 영상통화나 문자나, 음성통화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이 더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답이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답이 안 나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라고 끝낸 적도 많거든요. 그래도 얼굴 봤을 때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모든 헤어짐은 아픕니다. 만나고 난 뒤는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의 깊이는 더욱 깊어집니다. 상대적 효과 때문이기도 한데요. 내 시간의 24시간을 내 사람과 같이 있어서 마음이 꽉 채워지다가 그 온기가 빠져나가게 됐을 때,
처음에는 응? 괜찮네 하다가도 어느 순간이 오면 "우르르" 하고 빠져나간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그랬어요 ^^;)
인생의 전부가 사랑이 아니고, 상대가 없다고 해서 내가 죽는 것은 아닙니다.
어떨 때는 떨어져 있는 기간이 오래될수록 오히려 기다리는 시간이 편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은 아무리 괜찮은 척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대신제게는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면서 "아, 그래도 역시 이 사람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랄 맞게 아프고 지랄 맞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장거리 연애임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이유를 찾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프지 않은 사랑은 없습니다.저는 장거리 연애라고 특별히 더 아프거나 덜 아프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내 옆에 있는 연애라고 할지라도 분명 그 안에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그 커플만의 아픔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런 순간들 안에서 우리 커플만의 '길'을 찾고, 함께 나누고 고민한다면
분명 그 시간들은 우리를 단단하게 해주는 '의미'들이 될 것이라고 저는, 저희 커플은 그렇게 믿습니다.
장거리 연애를 하는 그 순간이 절대 내 인생의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고 그렇게 믿어 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