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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후 더욱 심해진 무력감

알도스테론 (3)

by 돌장미

처음 저칼륨혈증 현상을 발견하고 치료제가 없는 유전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에 1년 동안 병원을 다니지 않았지만 나는 매일매일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했다. 함께 일하는 분이 매우 워커홀릭이었고 나 또한 일을 열심히 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둘이 함께 일을 하니 아무도 못 말리는 워커홀릭 꾸러기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시제품의 데모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할 일이 갈수록 많아지는 데다가 문제가 해결될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성취감에 중독되어 몸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일만큼은 열심히 하였다. 서울에서 파주, 대구, 창원으로 출장 다니는데 밥 먹을 기운도 없어서 점심도 제대로 안 먹다 보니 몸도 서서히 말라갔다.


분기점이 된 건 코로나에 확진된 후였다. 막상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는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일주일 동안 외출 없이 격리하는 생활은 집순이인 내게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이참에 타이레놀 좀 먹으면서 과로로 인해 지친 몸을 회복할 기회라 생각하여 푹 쉬었다. 문제는 격리가 끝나고 다시 일상을 복귀하려는데 팔다리에 힘이 너무 안 들어가는 것이었다. 출근하는데 비어있는 에코백 하나 들고 가는 것조차 팔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었다. 여전히 두통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나를 괴롭혔으며 최고혈압은 150에서 160 mmHg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밥을 먹는데 젓가락 드는 힘도 없을 지경이어서 그제야 다시 칼륨 부족 문제를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 과로까지 겹치니 멘탈 관리도 잘 되지 않았다. 우울감은 더욱 심해졌고 꾸준히 먹는 우울증 약도 전혀 듣지 않는 모양새였다. 답답한 나머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선생님에게 우울증이 낫지 않는 답답함을 토로하며 칼륨 부족과 고혈압 문제도 그제야 털어놓게 되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선생님은 듣자마자 "아니 이것 때문에 우울한 게 아니었냐"면서, 듣고 보니 부신에 종양이 있어서 알도스테론 호르몬이 과다하게 나오는 질환이 있는 것 같다고 알려줬다. 주변에 해당 문제로 분신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사람이 있었는데 수술 후에 바로 완치가 되었으니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요청해 보라는 것이었다.


당시의 나를 정확히 표현하는 그림 (부신 피로 증상)


안 그래도 신장내과에 정밀 검사를 요청하려던 찰나에 이런 이야기까지 듣게 되어 입원 검사를 하더라도 검사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학병원이었기 때문에 1년 전 진료를 받았는 신장내과 의사에게 진료 예약을 해두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전화가 오더니 해당 의사 선생님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었다면서 다른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를 보아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았다. 알겠다고 하고 두 번째 신장내과 의사 선생님과 진료를 보게 되었다.


새로 만나게 된 의사 선생님은 이전 의사와는 다르게 진료를 매우 길게 보는 스타일이었다. (첫 신장내과 선생님은 진료가 5분 내로 빠르게 끝나는 편이었다.) 기존 예약시간을 한 시간 훨씬 넘게 지나서 마지막으로 진료를 봤는데 꽤나 심각하게 나의 증상을 봐주었다. 1년 만에 확인한 칼륨 수치는 역시나 2.3 정도로 낮았고 의사 선생님은 일상생활에서 힘이 빠지는 등 증상으로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봤다. 나는 매우 기운 빠지는 목소리로 나는 원래 항상 힘이 없다고 울적하게 대답했다. 의사 선생님은 일단 바터니 지텔만이니 하는 유전병은 아닌 것 같고 종양으로 인한 호르몬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신장 및 부신 쪽 CT 촬영부터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혈압이 방치된 상태로 있었던 게 매우 심각하니 당장 혈압약부터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고혈압이 오래 유지되면 심장 뿐 아니라 신장도 장기적으로 손상이 발생하고 높은 안압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실명이 올 수도 있다고 겁을 주었다. 비록 새로운 의사 선생님이 겁을 많이 주긴 했지만 30분이 넘은 꼼꼼한 진료와 진단에 진척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마음은 더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진단 검사의 길 또한 쉽게 끝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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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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