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꽃: 에필로그

by 돌장미

고등학생 미술시간 이후로 수채화를 그리게 된 건 처음입니다. 그 시절에도 그림 그리는 일이 재미있긴 했지만 한 번도 미술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은 적은 없었어요. 늘 반에 한 명씩 있는 진짜 능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제가 이렇게 브런치 북에 수채화를 그려 매주 연재를 했다니 비록 12회 차 밖에 되지 않지만 새삼스럽게 신기합니다. 브런치의 장점이겠죠.


제가 그림을 그리게 된 건 육아를 하면서 남는 시간에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선물 받은 수채색연필로 눈앞에 있는 파브르를 그리다가 굵은 색연필로는 성에 안 차 수채화 물감과 팔레트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도화지가 손바닥 크기만 한 엽서 모양이었기 때문에 얇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직도 후회되는 점은 소박하게 그림을 그리겠다고 물감을 32색이 아닌 20색 세트로 산 것이에요. 실력이 없을수록 재료에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팔레트에 색색별로 물감을 다 굳혀버린 지금은 그냥 있는 대로 쓰고 있습니다. 부족한 실력에 그림을 완성하고서도 아쉬운 날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제대로 배우지 않고 감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바람에 오래간만에 그림을 그리는 날엔 감이 다 사라져서 '어떻게 그렸더라' 하고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사람 그림보다는 쉽겠지만 눈을 그리는 게 얼마나 어렵던지 파브르가 파브르게 아니게 된 그림을 어떻게든 수정하느라 고심을 한 적도 많아요. 이제는 다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참고한 파브르, 올리브 사진들


제가 고양이와 꽃을 그리게 된 건 겨울철 육아를 하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저에게 꽃과 고양이가 저에게 큰 위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많은 꽃들이 고양이에게 독성이 있어 함께 두지 못하기도 했지만요. 꽃 주변을 서성이면서 향을 맡는 올리브와 파브르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치유되곤 하였습니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수채화로 그려보니 또 다른 느낌으로 만족감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수채화로 알록달록 이쁘장하게 그렸을 때에서 오는 만족감이랄까요. 비록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한다는 핑계로 브런치 북 [고양이와 꽃] 연재는 그만하지만 꽃과 식물 그림은 계속 그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마 매주는 아니어도 간간히 그려서 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수록 현실의 재현을 넘어선 아름다운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데 아무 기초도 없는 제가 이루기엔 약간 거창한 꿈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저의 아기가 커서 함께 유화를 배우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상상을 하는 것에 지금은 만족해야겠습니다.


사실 조회수가 많지 않은 브런치 북이라 인사를 드리는 것도 부끄럽지만 그래도 저의 수수한 그림과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목표로 한 12회 차까지 오는데 나름의 동력이 되었어요. 그림들을 엮어 연말에 달력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소소하게 선물해보고자 합니다. 그렇게 하면 [고양이와 꽃] 시리즈에 대한 저만의 목표가 완성될 것 같습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신 브런치 분들께는 마지막으로 올리브와 파브르 사진을 건네드리며 응원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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