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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Mar 29. 2023

문제의 정의와 해결, 안 되면 조력자를 찾고 키워서

스스로의 구원자가 되어 프로젝트를 궤도에 올리기

독대하던 시간이 지났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창업자들 사이에 기이하게 끼어있던 시간이었거든. 창업자들은 다른 과제들을 나한테 던지고 대표는 장기과제를 나한테 던지고 서로 우선순위도 없고.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느꼈다. 그러나 이번엔 중간에 세워진 PM이 문제였. 출신이 아니다 보니 기획의 영역에서만큼은 아무래도 구멍이 있는 기존 경험 base의 고집쟁이. 예사로 일정을 후려치그가 잡고 가는 방향성(결과물)공감이 안 갈 때가 더러. 게다가 사람 말을 잘 안 들어. 여기서 내가 풀어야 할 문제의 범위는 무엇일까. 이걸 내가 깰 수 있을까? 일단 현황파악을 끝 낸 다음 최선을 다해 말이 되는 방향으로 기획을 끝내기로 목표를 잡았다. 이 모든 상황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 그와 대적할 수 있을만한 다른 창업멤버를 찾아가서 고민도 한번 나누었다. 결과는 힘을 빼고 최선을 다하는 걸로.


1주 차. 힘을 빼서였을까 주니어를 케어하는 것에도, 내 결과물에도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맨날 야근하고 주말에 나가고 그런 탓도 있지만 그거 있잖아 공기의 흐름이 바뀐 거. 주니어를 어떻게 끌어올렸냔 소리도 들었다.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했었어야 하는 일 아니에요?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야죠.


2주 차. 키워둔 주니어를 활용하여 불가능해 보이는 일정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도 다음 일감을 정리하고, 보고도 올리고. 힘을 좀 뺐다. PM도 스스로 본인이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잘못을 인지했다.


3주 차. 얼레벌레 일이 마무리가 되어갔고, 스타트업이 늘 그렇듯 다른 지원 건에도 차출되었지만 그 와중에 무사히 순항하였다. 주말시간을 좀 투자하긴 했다. 이번 달 까지는 어쩔 수 없다 마음먹었다. 처음에 세웠던 데드라인은 못 맞출 것 같았지만 그건 이미 너무 무리한 일정이었기 때문에... 대표님도 이해하시는 거 같고(PM만 이해 못 함)


4주 차. 기왕 하는 김에 딱 한 번만 끝까지 해내보자 마음먹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그리고 당연히 일정은 못 맞췄지만(그리고 이 때문에 크게 들이받을 일이 있었지만) 뭐 어쩌랴 싶다. 이게 쪼은다고 해결될 일인가.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이고 좀 더 나은 답을 찾아갈 뿐. 끝이나진 않았지만 들이받은 덕에 기획팀 입장에서의 쁘띠 크런치 기간도 얼추 끝이 보인다. 뭐 일이야... 이제  덩이는 끝났고 다음 한 덩이만 같이 나눠서 부러뜨리면 돼.(이게 또 거대해서 그렇지......)


작년 하반기에 들어오며 원래 해내고 싶었던 과업은 이거다. 주니어 케어와 일감 굴리기, 주니어와 함께 각 리드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기. 리드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었냐면 그건 잘 모르겠지만 결국은 힘을 합쳐  넘어갔다. 하면서 들었던 주니어로부터의 피드백들이 기억에 남는다.

- 힘은 들었지만 덕분에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다.

- 문서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이제 좀 알겠다.

- (PM이 바뀌어 좀 꼬인 상황에서 결과물을 보며) 속도님이 다 하신 거잖아요?

- (리드한테 하는 말을 들으며) 내가 다 속이 시원했다.

뭐 이 정도면 이번 조직에서 얻을 건 다 얻은 거 아닐까. 사람도 키워봤고 프로세스도 세워봤고 싸워서 인정받기도 해 보고. 나는 늘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해 줄 구원자를 원했는데 외부의 구원자는 사실 나였나 보다. 해리포터 패트로누스 생각 마이 나네요.

패트로누스!

이 이미지는 요즘 핫한 우리들의 AI친구 DALL·E 2 가 그려줬습니다.


그렇지 이 구역의 시니어는 나. 이다음의 과제는 아마 데이터 세팅일 텐데... 공부를 해 보자. 나도 세팅은 또 처음이라. 그래도 또 조력자들이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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