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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해녀학교에 입학하고 싶었나

by 여름의 속도
2015.5~2015.8 제주살이의 마지막을 불태웠던 해녀학교에서의 모든 기록입니다. 그날 그날의 일을 그냥 두면 금세 잊힐까 페이스북에 가볍게 남겼었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휘발되지 않도록 조금씩 손보면서 다시 옮겨옵니다.

2013년, 입도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을 통해 해녀학교를 알게 되었다. 귀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건 그때 그때 해야 한다! 언제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지 모르고 때가 맞기도 참 힘들다. 천천히 정보를 수집해보았다.


응, 봄쯤에 입시 모강이 뜨는구나. 응? 아뿔싸. 매주 토요일마다 시간을 내야 한다. 하필이면 지금 하고 있는 승마 시간이랑 겹친다. 그렇게 아깝게 첫 번째 기회를 날려버렸다.


2015년.

이번해를 넘기면 육지로 가게 된다. 그러니까 마지막 기회다! 자기소개서도 써야 된다는데, 아직 공고도 나지 않았지만... 이왕 쓰는 거 제대로 생각해보고 쓰고 싶다. 나는 왜 해녀학교에 입학하고 싶을까.


바다 아래 세상에 대한 동경.

스쿠버다이빙 Openwater 교육 마무리 때, 처음 들어가본 바다를 기억한다. 후- 지상의 숨을 내뱉으며 바다 아래의 세상으로 가라앉던 장면. 불과 몇 분 새에 내 숨소리와 조류에 떠밀리는 리듬만이 존재하는 곳. 그 평화로움을 매주 체험할 수 있다니 그것도 공짜로


미지의 세계, 해녀

물이 묻어 반짝이는 고무로 만들어진 몸에 딱 들러붙는 옷. 비가 엄청 오던 날, 슈트를 입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던 해녀할망을 잊을 수 없다. 뭘까... 삼춘들을 더 알고 싶다.


섬에서의 소속감.

언젠간 섬을 떠날 사람으로서 불쑥 불쑥 드는 불안함을 잠 재우고 싶다. 가끔 차를 타고 길을 잘못 들면 마을에 들어가기 일쑤인데, 마을마다 서있는 보호수가 난 그렇게 좋더라. 단위와, 연결된 느낌. 그런 게 그립다. 금세 잊힐 이미지라는 걸 안다.

입학하고 짧은 몇 달간의 교육을 무사히 이수한다고 하더라도 현지 네트워크는커녕, 아마 이주민 네트워크를 쌓게 될 것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 늘 그렇듯, 그게 나와 딱 맞을 거란 보장도 없고. 아닐 확률이 더 높겠지. 그래도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서 여행자와는 구별되는 정체성을 가지고 싶다. 내가 여기 살았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살고 싶다.

학교를 졸업하면 곧 육지에 가게 되겠지만, 그 이후의 남은 나의 삶도 잘 꾸려내고 싶다.

뜻밖의 움직임에서 삶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직접 몸을 움직이고, 눈으로 확인하고, 숨이 가쁘고 그러다 보면 여름이 되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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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수풀해녀학교 8기에는 외국인, 육지분들, 남성, 여성,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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