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학교 day1
이건 정말 학교.. 학교잖아
2015.5~2015.8 제주살이의 마지막을 불태웠던 해녀학교에서의 모든 기록입니다. 그날 그날의 일을 그냥 두면 금세 잊힐까 페이스북에 가볍게 남겼었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휘발되지 않도록 조금씩 손보면서 다시 옮겨옵니다.
자소서를 준비하고 치열한 서류 심사를 거쳐 해녀학교 8기로 선발되었다.
해녀학교가 뭐 그리 치열해- 싶겠지만 한수풀해녀학교 8기는 여성은 5:1 정도, 남성은 18:1 정도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었다. 지원도 많이 하고, 인원 수도 정해져 있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해녀 삼촌들에게서 직접 물질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인데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나 보다. 심지어 육지에서도 지원을 한다. 올해엔 총 60명 정도가 선발되었다. 예산이 줄어들었단다.. 뽑고 싶지만 많이 뽑을 수가 없어요....라고........ 그러니 아쉽게 탈락하신 분들 제주도청에 전화를.....
운영방침이나 상황, 합격의 변수는 매년 달라질 테니 최신의 소식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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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이다. 첫날. 회사 말고 학교 첫날. 대체 이게 얼마만이야. 모르는 사람이 드글드글하다. 들뜬 에너지가 느껴진다. 잘 정렬된 의자 뒤편 가장 주목을 덜 받을 것 같은 곳으로 가 앉는다. 역시 학교는 예비소집일이란 말인가.. 회사 때문에 못 왔는데 벌써부터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난 대체 학창시절은 어떻게 견뎠지! 난 어느 그룹에 속할 것인가... 쭈글쭈글... 게다가... 국기에 대한 경례에, 학교 자랑에(외국인 학생이 있었다는 자랑은.. 어딜 가나...) 익숙한데 정말 오랜만의 기분이다. 의자 밖은 위험해. 가만히 있어야겠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이것저것 주워들었다. 들어보니 제주에 이주하고 싶어 하시는 분에, 제주 토박이까지 참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다. '회사가 아니었다면 나도 직업을 찾으면서 여기 살긴 힘들었을 것 같은데-' 꿈꾸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처음 제주에 올 때부터 그랬지만, 여기 좀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든다. 안될 거야 아마 그렇게 한창 얘기 중인데 토박이 한분이 로망을 깬다. 여기 날씨가 딱히 좋지만은 않다(그렇다, 옷장의 곰팡이라든지 바람이라든지 무시 못한다), 여유롭지 않다(... 뭐 이건 어디서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이겠지만). 어촌계의 이야기(폐쇄성 얘기다. 그래, 제주의 바다도 사실 구획 구획 나뉘어서 각 어촌계에서 관리하고 있다지.. 해녀가 되려면 어촌계원의 동의를 얻어야 된다고 하더라), 그리고 이 얘기를 한참 듣다 보니 어렴풋이 농활이 떠오른다.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부대끼고 생각을 나누기란 참 어려웠지.
듣다 보니 여기서도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의 존재인 것 같다. 이주민이면서 이주민이 아니고 육지것들도 아닌 게 제주도민도 아니고. 조편성이 되었다. 우리 조엔 나와 같은 이주민이 많고, 어째 마포 쪽 출신이 많다. 제주 이주민들을 보면 그렇게 마포 출신이 많더라며 농담을 던진다. 왠지 좋은 기운(!)이 든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오랜만의 "학교" 시스템에 방황하던 첫째날이다.
오늘 날씨가 심하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