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에게도 회사에서도 그저 다정한 관찰자일수 있을까?!
#
복직을 한지 이제 3개월이 지나간다.
정신없이 새로운 업무와 사람들에 적응하며 지내다보니 눈깜짝할사이 3개월이 지나갔다.
복직을 하기전 늘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는 말이 하나 있었다.
1주일을 버티면 1달을 버틸수 있고 3개월을 버티면 다시 1년을 버틸수 있을거라고
그렇게 버티다보면 어느새 내가 필요한만큼 회사생활을 할수있을거라고..
어찌보면 열심히 다녀도 모자랄 시대에 버틴다는 마음으로 다닌다는게 참으로 어리석은 마음가짐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회사생활의 무게감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다시 내마음도 건강도 와르르 무너질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매번 그런 마음을 먹고는 했는데, 그렇게 버텨낸끝에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것이었다.
#
지난 3개월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복직후 새로맡게 된 업무들이 조금은 익숙해졌고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스타일이 눈에 들어왔다.
부서내 내가 맡고 있는 팀안에는 세명의 직원분이 계시는데
늦게 입사하신 분들이 최근 늘어나다보니 팀원중 두분은 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어찌보면 어색한 구조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말투와 행동에 더 예의를 갖추려 애를 쓰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그 중 나이가 제일 많은 팀원분에게 자꾸 눈길이 가게 되었다.
다행히 악의가 있거나 기본 태도가 나쁜 분은 아니었지만 이전에 함께 일해본 다른 팀장님이 미리 언지를 주었던대로 무언가 지시를 내린 업무들이 다른 팀원들에 비해 느리게 진행되거나 피드백이 제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자리를 자주 비우시거나 맡은일이 다른 팀원들의 업무량이나 내용에 비해 많거나 어려운편도 아닌데도 늘 업무 속도가 나지 않고 처리방법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몇번이나 단호하게 다그쳐야 할까를 망설였지만 그렇게 해도 별로 달라지는건 없었다는 다른 팀장님의 이전 경험담이 나의 입을 더 막고 있었다.
#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늘 새학기가 되면 많은 걱정을 하는 걱정인형인 나였지만 한번 암수술이라는 나름의 큰 사건을 지나고 나니 어느정도는 담담하게 생각하고 넘기려는 습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늘 나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던 큰아의 새학기적응도 , 아직 나의 눈에는 아기같기만 한 작은아이의 유치원 생활의 시작도 나는 최대한 담담한 마음으로 지켜보려 애썼지만..
하필 큰아이의 담임선생님과 첫대면을 하던 총회날 나도 모르게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내렸다.
"영원이가 엄마를 닮아 마음이 여린가보네요.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아이들은 또 잘 변해요."
마음이 여리고 예민하여 걱정이라는 내말에 공감하시며 다독이시는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터져나온 눈물을 연신 손으로 찍어내며 잘부탁드린다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교실문을 나섰다.
#
얼마전 우연히 이은경작가님이 쓴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고싶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직접 비장애인 큰아들과 장애인 작은아들을 키우면서 느꼈던 자녀교육에 대한 생각들을 적은 책이었는데 그 책에서 작가님이 하고자 하는 말이 바로 그 책의 제목이었다.
능력이 뛰어나 자신을 늘 자랑스럽게 만들어준 큰아들에게도, 일상의 스킬이 부족해 늘 안타깝게 만들었던 둘째아들에게도 결국 부모는 다정한 관찰자의 역할이 제일 적당하다는 것이었다.
그 책을 읽고나서 나도 격한 공감을 하며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다짐했다.
아이들에게도 회사에서도 다정한 관찰자가 되겠다고.
너무 거리가 가까워 모든것에 개입하며 마음졸이는 부모도,
너무 거리가 멀어져 아무것도 보고 듣지 않으려는 책임감 없는 직원도 아닌
적당한 거리에서 필요한 순간, 필요한 역할을 해낼수 있는 다정한 마음을 가진 관찰자가 되겠다고.
그것만이 내가 진정으로 나의 모든시간을 버티고 담담하게 견뎌낼수 있는 방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