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스타트업 생활을 접고, 산티아고 순례길로 향한다.
2016년 7월 15일, 3년 반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내 발로 떠났다.
왜 그랬을까. 기억이 소멸되기 전에 치열했던 그 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는 명제를 부정하고 싶었던 나는 조금 창피하지만 요란하게 회사를 떠나고 싶었다.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던 시절 회사에 몸담았던 구성원들은 어떤 방향으로든 회사를 구축하는데 기여해왔었는데, 막상 떠나던 때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쓸쓸해 보였던게 마음에 걸렸었다. 떠나는 자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나만의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많은 이들이 떠나는 나를 축복해주었다.
"왜?"
많은 이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딱히 한 단어로 말하기 어려웠고, 하나의 사건을 말할 수도 없었다. 지지고 볶는 커플들의 이별 사유는 결국 '성격차이'로 수렴하는 것처럼, 3년 반 온갖일을 겪었던 나도 사직서에는 '개인사유'라고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성장을 원하는 조직과 개인이 아름답게 헤어질 수 있는 적정한 타이밍었다고나 할까.
"어디 다른데 갈 곳 정해진거에요?"
퇴사를 하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대부분은 이렇게 물었다.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스물아홉 철없음에 나조차도 피식피식 비웃음이 새나왔다. 친구들은 때려칠 수 있는 무모한 용기를 부러워 했고, 또 당장의 밥벌이가 없어진 나를 걱정했다. 그러한 조언을 뒤로하고 나는 뜻밖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기로 작정했다.
8/1일 파리 in, 9/5일 바르셀로나 out.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면서 여행기는 이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