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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영 Aug 19. 2018

10년 일기

요즘 10년 일기를 쓰고 있다. 정확히는 4월부터다. 10년 일기가 무엇인고하면.

카탈로그 블로그에서 구입했는데 현재는 품절인지 관련 포스팅이 없다. 

'카탈로그'라는 블로그에서 판매하던 제품이고, 친구가 알려주는 순간 곧바로 끌려서 구매했다. 

십년 동안 매일 한 줄씩, 한 문장씩 일기를 쓰게 도와주는 다이어리인데 구성이 참 재미있다. 

10년 간 8/18일의 일기는 한 쪽에 담긴다.
월별, 연도별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월별 회고를 하게 된다. 


일기 속지는 이렇게 생겼다. Simple is the best,라더니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억지로 감성적인 글귀를 담지 않아도 충분히 일기의 노릇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한장 한장 넘기다보면 일년을 다 쓰게되고, 2019년 일기를 새로 쓰는 날은 다시 다이어리의 맨 앞으로 돌아와서 두 번째 칸에 기록하게 된다. 


본래 일년의 첫 시작을 다이어리 사는 재미로 사는 문구덕후인데, 요놈은 10년 동안은 고이 아껴줄 생각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다이어리를 안 사는 것은 아니다..) 


일기장 속의 나를 다시 바로 마주하는 것 


일기의 구조 상 다음년도에는 올해의 나를 만날 수 있다. 기록의 힘이 참 무서운게 더 보태거나 빼지 않고 온전한 그대로 그 자리에 작년의 내가 있다. 사람의 기억은 제각기라 각자 원하는 기억만 취사선택하여 좋았던 건 계속 곱씹고 부끄러운 일들은 빠르게 잊어버리기 마련인데 이 일기장은 자비없다. 기록만 해두면 도망갈 곳이 없다. 


나를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없다. 아무리 철인이라도 내가 저지른 잘못은 티끌이고 잘한 일은 세상 어느 성공보다도 뿌듯하기 마련이니까.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자각하는 '메타인지'는 그래서 훈련이 필요하다. 모든 애정과 편견을 걷어내고 나를 바라보게 해주는데 이런 기록들이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하루하루의 기록들이 쌓였을 때 발휘되는 시너지는 엄청날 것이다. 꾸준히 매일 성실하게 하루를 기록하는 것, 이러한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 일 년, 그리고 십 년이 되면 그 자체로 책 한권이 뚝딱이다. 성실함 앞에 장사 없다고 가진것 없는 나는 꾸준히 비루하게 뭐라도 적어낼 생각이다. 10년 후 이 일기장 마지막 장을 쓰는 날 나는 한 뼘이라도 더 넉넉한 사람이 되어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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