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로 정리해본 나의 2018년
2018년은 갔다.
인간이 쓰기좋게 나눠놓은 무한함속의 티끌과도 같은 1년 단위의 구분이지만 지난 날을 돌아보기에 오늘만한 날도 없다. 월별로 내게 있었던 이벤트들을 간단하게 돌아보기로 한다.
2018년 1월
-2018년 첫 날은 신혼여행 중이었고 발리의 한 호텔에서 맞았다. 남편은 아파서 잠들었고 나는 뭔가 아쉬워서 혼자 호텔 옥상의 행사에 가서 찐따처럼 폭죽을 구경했다.
-외식비를 절감해보고자 맛집 블로거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체험단 당첨이 너무 많이 돼서 역으로 약속을 잡으러 다녔다.
2018년 2월
-부모님을 모시고 처음으로 제주도 가족여행을 갔다. 눈밭에서 말을 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 팀 새로운 보스의 등장. 스타트업에만 있으면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싶다는 욕심이 생겼었다. 이런 부분을 채우기위해 언젠간 대기업에 가고싶었는데, 내 갈증을 충분히 채워주고 계시다.
2018년 3월
-대학교 친구 쪼라와 처음으로 단둘이 여행을 갔다. 미술관 갔는데 폐교 잔디밭이 더 좋았고 횟집에서 둘이 술을 6병 먹어서 사장님이 놀래고 숙소에서는 내 실수로 싸우기도 했다. 여러모로 새로웠던 여행.
-술을 먹고나서 갈아만든 배를 먹으면 숙취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고는 귀가길에 무조건 편의점에서 한캔 원샷하고 들어가는 습관이 생겼다.
-남편이 관리하는 사업장이 하나 더 생긴 달. 가족들과 조촐하게 은행골에서 참치회를 먹었다.
2018년 4월
-봄날의 영월 여행. 그리고 결혼기념일에는 좋은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식사하고 싸움. 멋드러진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가면 소소하게 다투는 징크스가 생김. 역시 나는 소주파인가?
-10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줄씩 쓰는 맛이 있는데 밀려서 쓰게 되는 건 비밀.
-회사에 도움되는 계약을 확보해 대표님의 카드로 소고기를 먹었다. 한 단계 성장한듯한 느낌에 매우 기분좋았던 밤 (소고기가 맛있어서 그런건 아닐거야..)
2018년 5월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트레바리’를 시작했다. 그러나 과거의 나는 내 생활패턴을 무시하고 주중 반으로 신청해버렸고 결국 기대한 만큼 참여하지 못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꼭 주말반으로 신청해야지.
-회사 사람들과 더 비어위크, 용과 함께 하얏트 호캉스. 시부모님 모시고 롯데월드타워. 열심히 콧바람 쐬었다.
-내가 소개해준 더글라스님&하영언니 커플이 결혼했다.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내 소개로 인해 특별한 관계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데 마음이 따뜻했다.
-집에 전기 스위치가 고장나 불편하게 살다가 마음먹고 스위치를 뜯어 고쳤다. 처음 전기 배선에 손을 댈 때 손에 땀 겁나 났지만 다 고친 후에는 허세 뿜뿜.
2018년 6월
-목포에서 있던 사촌언니 결혼식 참석, 그리고 아픈 할머니 얼굴 뵙고 옴. 이 날 할머니 뵙고 온 것이 2018년 잘한 일 중 하나.
-마이크임팩트에서 핸드드립커피 수업 신청해서 하루 공부. 아직은 커피의 모든 것을 알기엔 입맛이 너무 저렴하다. 커피를 공들여 내리는 그 순간이 좋았다.
-건조기를 샀고 결혼생활 중 가장 잘한 소비 2위 안에 든다. 돈으로 가사노동의 무게를 덜어냈던 달.
-시아버지의 자동차보험 갱신 기간에 여러 회사의 금액을 비교해주고 더 좋은 보험으로 알려드렸다. 여윳돈을 P2P투자하는 법을 알려드렸다. 핀테크 회사 다니는 며느리 노릇을 했다.
2018년 7월
-몸과 마음이 지쳐 어디든 도망치고 싶었던 달. 주말을 활용해 가평 백련사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것 다 적어서 불태우라는 A4용지가 있었고 단숨에 쭉쭉써내려간 후 정말 불태웠다. 거짓말처럼 이때 이후 표정이 좋아졌다는 남편의 평이 있었다.
-대학생 때 스타벅스 알바하면서 만났던 원과의 인연으로 고등학생 해커톤 대회의 무려 비즈니스 ‘멘토’로 참여했다. 똘망한 눈빛들로 나를 쳐다볼 때면 뭐든 다 해주고 싶었었다. 어린 친구들의 생기를 받고 온 행사.
-우리 부부의 두번째 지름신이 들어 62인치 티비를 샀고 그것은 우리가 잘한 소비 1위에 등극했다. 케이블 TV 신청 안하고 아예 수신 자체를 끊어버린 것도 잘한 일 중의 하나. 덕분에 미뤄뒀던 좋은 드라마,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한 해.
-처음으로 간식을 사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줬다. 고양이는 츄르를 정말 좋아한다.
2018년 8월
-영업 협상에 대해 본격적으로 스터디를 시작한 달. 이론도 이론이지만, 실제로 내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는게 진정한 의미의 메타인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에서 그동안 고생했으니 쉬라고 여름휴가를 줬는데, 우리는 신나서 제주도여행 tft를 만들어 떠나버렸다. 바다도 맘껏보고 술은 쭉쭉 들어가고, 심지어 칵테일 수업도 들으며 만들어 먹었다. 역대급으로 흥겹게 놀았던 제주도 여행.
-생일이 있었고 많은 분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이태원 오레노, 이태원 올댓재즈의 공연이 기억나는걸 보니 올 한해는 이태원이 나를 많이 축하해줬다.
2018년 9월
-9월은 축제의 달. 8월말에 있었던 송도 맥주축제를 시작으로 우리들의 연례행사 멜로디포레스트캠프. 올해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공연이 최고였다. 이후 10월에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까지 야무지게 다녀왔으니 한 해 쉬지않고 놀았네.
-레이 달리오의 ‘원칙’을 열심히 읽었다. 이 쯤부터 몇몇 친구들과 하루에 책 한 단어라도 읽기 모임을 시작했다. 서로 강요하지 않지만 각자가 자극을 받고 정말 한 줄이라도 읽어야지 마음먹으니 자기 전 책을 펴는 습관이 조금씩 생겼던 달.
-문재인 정부의 ‘마이데이터’ 사업이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되면서 덩달아 회사가 본격적으로 바빠졌다. 우리가 꿈꾸던 비전이 여러 사람들에게 언급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
2018년 10월
-회사 워크샵 in 세계경영연구원. 평소 조직관점의 논의를 깊게 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많이 댔었는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1박2일간 조직문화에 대해서만 논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귀했다.
-동네 뒷산에서 세계불꽃놀이 좀 보겠다고 방방 뛰다가 핸드폰 액정 깨먹음. 보내버린 메시지와 깨먹은 액정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남편과 옆 동네 일본 도쿄로 여행. 하필 제일 바쁠때 떠나 일본 도착하자마자 공항에 쭈그려앉아 노트북 테더링 해서 메일 보내고 로밍해간 전화로 업무를 처리했었다. 일본 동네 야끼도리집에서 먹던 하이볼의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2018년 11월
-전국이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 나도 뒤질 수 없지. 두번 봤는데도 아직까지 퀸 노래 듣고있는 새럼.. 그래도 올해의 영화는 존 조의 ‘서치’다.
-오랜 병마와의 싸움 끝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겪어보지 못했던 터라 내 예상보다도 크게 몰아치는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많이 울었다. 인간은 어리석고 항상 지나간 후에 후회하는지라 지금도 여러 지점들이 자꾸 떠오른다.
-기회가 생겨 한경TV 뉴스 꼭지 짧은 인터뷰도 진행했다.
2018년 12월
-연말이라 오래 못보던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들이 많았다. 더불어 살도 뒤룩뒤룩.. 즐거운 자리가 지속될수록 몸은 무거워져만 갔다. 1월 대비해서 도대체 몇 kg가 찐거지.. ㅠㅠ 새해의 다짐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우연히 기사를 접하고 운동용으로 108배를 시작했다. 약 20분정도 걸리는데 온전히 몸의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고 디지털 기기와 단절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기사에는 15일만에 4kg이 빠졌다고 했는데 나는 아직 그정도의 효과는 못 봤다. (그만큼 먹은걸수도..)
-2018년 최고의 선물 타자기키보드를 받았다. 역시 선물은 내가 사기 아깝고 받았을때 행복한게 짱이다. 칠 때마다 찰칵찰칵 챱챱거리는 촉감이 좋아 나도모르게 계속 뭔갈 쓰고싶어진다. 오늘의 회고도 이 친구 덕분임.
쓰고보니 tmi 잔치다.
2019년 맞을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