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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 Feb 17. 2016

아프리카에서 느낀 이기심

잠비아 리빙스톤-루사카를 잇는 기차에서 느낌


BGM : Oasis - Little by little  


우째 이리 시커멀 수가 있을까 싶은 사람들이


앞, 뒤로 배낭을 메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나를  쳐다본다.


유난히 돋보이는 흰자위

반쯤 감은 듯한 짙은 쌍꺼풀의 눈

삐죽  튀어나온 도톰한 입술

내 빠마는 비교도 되지 않을, 초극세사 곱슬머리


당장이라도 로이 존스 주니어로 변신해

유연히 상대를 피하며

단숨에 날 넉다운 시킬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지만

용기를 내, 씽긋 웃으며 (아주 상큼하게-)

"Hey~!" 인사를 한다.


졸려 보이던 눈이 땡그래지면서!

하얀 이와  붉디붉은 잇몸을 드러내며!!

등과 바닥의 경계가 뚜렷한, 엄지를 치켜드는!!!

당장이라도 날  잡아먹을 것 같았던 사람들.


참 좋다.

참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잠시나마

내가 그들과 교감을 하는 건가 하는 착각이 든다.


맘 같아선 다 끌구 가서

맥주 한 잔 하자고 하고 싶지만

내 마음은 그리 넉넉지 못하다.

마음의 넉넉함이 주머니의

넉넉함과 비례한다고 느끼는 순간.


헌데, 막상 따지고 보면

내 주머니 사정이 그리 나쁜 것도 아니다.


그저, 지난 시간

날 떠난 물질들을 향한 그리움에 사로잡혀

내가 날 빈곤하게 만들었을 뿐.


결국 내가 그런 사람인 것이다.



오전 11시 도착 예정이었던 기차는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버스로 6시간 거리를

공식적으로 15시간 걸리는 기차로

이동한다 하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며  의아해했다.


내가 좋다는데 왜 참견이냐.

내가 싫다는데 왜 참견이냐.

하지만 그 참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아집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버리지 못할 것 같다.


손  윗사람이든, 손  아랫사람이든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다고 믿으면서,

배울 건 배우고 바꿀 건 바꾸자 하면서도,

결국은 아집을 버리지 못하는

표리 부동한 사람이다.


자기합리화의 달인.


22시간 동안

창 밖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곤

무슨 생각을 그리 했는가.


문득 쥐구멍이 있으면

쥐구멍으로 숨어버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쥐구멍을 찾아봤지만 쥐구멍은 없더라.


만약 찾았다면, 들어갔을까?


7번 척추까지 받쳐주는 등받이에 기대

꼼짝 않고,

귀에 꽂은 이어폰에선  

끊임없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들었던 음악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또 나오고...

같은 것 같지만 달라지는 풍경을 보면서,


이미, 내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오래전에

없어져 버렸을 수도 있을,

태양이라는 절대자에 가려진,

달이라는 친숙한 존재에 희미해져 가는,

별을  바라보면서.  


아프리카 = 불모지라는

고정관념이 있던 나에게 보여지는

창 밖의 풍경은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 편협한 사람인가...

새삼 깨닫게 해준다.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로 들어가는 길에 지나는 빈민촌.

기찻길 옆에 다 쓰러져 가는

판잣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쓰레기 투기장인지

사람 사는 마을인지 분간하기가 힘든 곳.


일주일에 두 번 지나가는 이 기차를 보면서,

나 어렸을 때 모기차 쫓아가던 그 모습 마냥.

인터넷은커녕 티브이도 없을 이들에게,

그들 앞을 지나가는 이 기차를 구경하는 건

그들에겐 분명 또 다른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게다가 그 안에는

자신들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손을 흔들고 있으니...

(부정하려 하지 마라...)

이번 주는 조금 특별한 기차 구경이 되었겠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자 하는 욕심을 참지 못하고

카메라를 꺼내 들고

좋-다고 사진을 찍어대는 나를 보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난 너무 이기적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마저도 이기적이다.


쓰러져 가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보며

스러져 가는 기억을 잡아 보고자 하는 나.


ETA를 훌쩍 지나버린

기차 안에서의 마지막 두 시간은

날 공황상태로 만들었다.


정신분열이 일어나려는 찰나

나랑 같이 출발했지만,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이는

시간 따위 전혀 개의치 않아 보이는

기차 안에 있다는 게

마냥 행복해 보이는 꼬마를 안고 있는

그 내외를 보면서...

나의 조바심에 치를 떨었다.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가 되고 싶었고

여행자를 넘어서

모두를 품을 수 있는 그것이 되고 싶었지만

내 그릇은 그렇지 못하다.


한 없이 더운 바람만 불 줄 알았던 이 곳에서

이리 시원한  바람맞아가매

하얀 사람들과, 안전한 숙소 안에서

풍류를 즐기자니...  


너무 추워서 다  얼어붙었다는

우리 집 보일러를 녹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이 여행 속 여행이 정리되어 감을 고백한다.  


-홀로 취해 초저녁에 잠들었다 밤을 꼴딱 샌

  하루가 더 많은 2월의 어느 하루, 낯선 곳에서-



2012년 나의 페이스북에서 찾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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