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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Jul 28. 2021

우리 집이 없다│앗, 집이 필요하구나!

Prologue│결혼3년 차,내 집의 필요성을 이제야 깨달았다

2019년 1월 결혼했다. 신혼집도 구했다. 

당시 회사에서 차로 15분. 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나홀로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결혼 3년 차. 여전히 그 집에 전세로 살고 있다.


3년 전. 신혼집을 구하면서 집을 살 생각은 아예 못했다. 말 그대로 집을 산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못했다. 7개 지역의 40개가 넘는 집들을 약 6개월 동안 보러 다니면서도 한 번도 '내가 집을 지금 산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다. 물론 당시 집을 사고 싶다고 해서 집을 쉬이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갑자기 집값이 너무 오른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때가 적기였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지금 이 상황에 마주한 후에야 하게 된 것이지, 신혼집을 구할 때는 아니었다. 남편이나 나 모두 생각도 안 했다. 안 한 건지, 못한 건지 확실하진 않지만. 어쨌든 집 구매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부부가 약간 멍청했던 것 같다. 대책 없이 희망적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때는 그냥 그게 당연했다. 경제활동 시작 2년 만에 결혼을 한 나는 모아둔 돈이 없었고, 경제활동을 조금 더 오래 한 남편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그리고 아직 큰돈이 없으니까 전세에 사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게 전세에 살면서 앞으로 조금씩 저축하면서 계획을 세워서 조금 큰 집으로 이사도 갔다가, 언젠가는 내 집도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들의 여러 이야기는 그냥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리고 집을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우리 부부의 매일매일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우리 이름으로 된 집'은 없어도, '우리의 삶'은 꼭 지켜나가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행복하고 즐겁게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 9월. 전세 만료 시기가 다가왔다. 3년 전 신혼집 구할 때를 생각하고 가볍게 부동산에 문의했더니 재연장은 안되고, 다른 집도 없다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당황스러웠다. 부동산 사장님도 당황스러워하며 '이번 기회에 집을 무조건 사거나' 아니면 '집주인한테 사정해서 연장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전세 대란이었다. 뉴스에서도 온통 난리였다. 귀한 전세 물건을 보기 위해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다고도 하고, '면접'을 통해 세입자를 결정하는 집주인 이야기도 들려왔다. 2년 사이 너무나 달라진 상황에 우리 부부는 멍해졌다. '최악의 전세난'이라는 단어가 내 삶, 이렇게 깊은 곳까지 찾아올 줄이야.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살고 있던 집은 2배가 올랐고, 전셋값 역시 2배 이상 올라있었다. 오르기만 했으면 다행이라 느껴질 정도로 전세 물량 자체도 없어지고 대부분 월세도 바뀌어있었다. 이렇게 많은 것이 크게 변해가고 있었는데 무지한 우리만 모른 채 '하하호호' 즐겁게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집주인 분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전세금 상향 없이 같은 금액으로 기간만 1년으로 조정해서 재연장하기로 했다. 1년의 시간을 번 것이다. 하지만 재연장 확정까지 우리가 보낸 3개월 정도의 시간은 '다행스럽게도'라는 짧은 단어로 묻어버리고 싶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해외근무로 5년은 살 수 있다고 해서 전세지만 벽지와 도배, 조명까지 고치고 들어갔는데 집을 팔아버린 전 집주인분에 대한 서운함은 둘째 치고, 특별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명확하지 않은 상대의 마음을 읽어가며 상대의 호의만을 바래야 하는 상황은 우리에게는 참 어려웠다.


어쨌든 이렇게 당황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 우리는 재연장된 1년 동안 뭐라도 해야 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래서 작년 12월부터 적극적으로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한 지 6개월. 여전히 '아니, 이렇게 비싸단 말이야?'와 '와, 이게 말이 되는 건가?'만을 반복하고 있다. 보면 볼수록 말도 안 되는 상활에 점점 더 우울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시간들 역시 우리 부부의 삶이기에 무조건 재미있게 잘 보내보고 싶다. 솔직히 이 상황이 나아질 것인가에 대한 희망은 없다. 하지만 이 시간들의 의미 있게 우리에게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그래서 집을 구해가는 이 시간들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이 기록의 끝에, 우리 집이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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