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2022년│Episode 84│2022.04.29
월화수목금. 평일은 오일이다. 그중 삼일(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은 남편이 중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하고, 내가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남은 것은 월요일과 금요일. 이틀이다. 그날들을 어떻게든 대충 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서 오히려 좋기도 하다. 평일 매일 저녁 여유가 있을 때 보다 훨씬 생산적이고 알차게 보내는 것 같다. 오늘도 시간이 많고, 내일도 시간이 많다고 느껴져 결국에는 아무것도 못하던 때에 비하면 훨씬 더. 화요일과 수요일, 그리고 목요일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주로 한다. 집 정리라거나 책 읽기, 일기 쓰기와 같은 것들. 그리고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주로 바깥으로 간다. 맛집을 찾아간다거나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 가는 식이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일주일 중 가장 신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주말이 다가오는 설렘과 업무를 잘 정리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그런 어떤 중간의 시간인 것이다. 보통의 금요일이라면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칼퇴를 꿈꾸기에) 오후 5시쯤에는 얼추 일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퇴근까지 남은 한 시간 동안 오늘의 저녁과 주말 동안의 일정을 짜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말일이다. 보통 내 업무는 정해진 업무가 있는 날들이 몇 있다. 예를 들면 말일과 일일, 그리고 10일 경이 그렇다. 아. 20일과 25일도 있다. 대부분의 내 업무가 그래도 하루 정도씩은 앞뒤로 유동적인 것에 비해 저 날들은 꼭 그날에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말일과 일일의 일들이 제일 많다. 게다가 오늘은 아침에 너무 일찍 나오겠다가 서두르다가 오히려 모든 것이 꼬여서 출근도 일찍 하지 못했다. 아침의 작은 실수는 하루 종일 나를 정신없게 했고, 여유로운 업무 마무리는커녕 평소 퇴근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만들었다.
7시가 훨씬 넘어 퇴근하니 갑자기 정신이 멍하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배가 고픈 것인지 안 고픈 것인지도 모르겠다. 집에 가서 그냥 누워버리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지만,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날 자신은 또 없다.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내게 남편은 말한다.
"오랜만에 명동 가서 칼국수 먹을까?"
"오! 좋아. 무조건 콜!"
그 길로 바로 출발한다. 명동역에 도착하자마자 <명동교자>로 걸어간다. 다행히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평소보다 조금 늦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칼국수를 주문한다.
역시 맛있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심지어 지금 일기를 쓰고 있는 와중에도 또 먹고 싶다.) 진하디 진한 육수에 (짜다고 느낄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후들거리는 면이 찰떡이다. 게다가 볶아진 양파와 다진 고기, 그리고 목이버섯까지. 모든 토핑이 맛있다. 피가 얇은 만두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다. 나는 심지어 양파와 다진 고기, 만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이곳에 오면 모든 것 하나 남기지 않고 싹 다 비운다. 게다가 이곳의 마늘 듬뿍 넣은 겉절이는 또 얼마나 맛있는지. 너무 많이 먹어서 늘 입 안이 얼얼한데도 늘 많이 먹게 된다.
계획하지 못했지만, 계획보다 더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오늘 하루의 힘듦이, 아니 지난 일주일의 힘듦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다. 난 참. 뭐랄까. 단순한 것 같다. 그래서 꽤 다행인 것 같다. 힘들었던 것들이 칼국수 한 그릇으로 상쇄될 수 있다니. 감정 기복이 심하고, 소심하고,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라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많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 덕분에 또 작은 것들에 금세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말일의 금요일 꽤 빡셌지만, <명동교자> 칼국수 한 그릇으로 충전 완료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