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말고 혼자 베트남(하노이 편)

by SseuN 쓴


DSC00507.JPG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날엔 수영을 다녀온다. 수영장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불금, 먹토의 부담감이 조금은 희석되는 느낌이 들어 좋다. 수영장 특유의 물냄새는 몸이 깨끗해지는 마법이 걸린 거 마냥 온몸을 타고 지난다.


워낙 일찍 일어난 탓에 급격하게 배가 고파진 나는 늘 가던 가게로 차를 몰았다. 우리 지역은 행정구역에 때라 외국인분포가 다른 편인데. 내가 사는 동네의 경우엔 다양한 외국인들이 살며 본인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차가 익숙한 도로를 달리며 비 온 뒤 확연히 달라진 아침 기온을 느끼며 시원함과 추움의 경계에 선 날씨를 즐긴다. 북부정류장이라고 부르는 대구 서구의 버스터미널은 일요일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왕례가 보였다. 내가 찾는 곳은 원래 이른 시간에 장사를 시작하는 곳이라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베트남 식당.

사실 아침부터 월남쌈이나 짜조, 분짜를 먹으러 온 것은 아니고, 바로바로 반미를 먹으러 왔다.

DSC00398.JPG

베트남 하노이에선 설령 돈이 없더라도 끼니 걱정 할 필요가 없다. 아침에 구워 나온 쌀 바게트에 쉽게 볼 수 있는 채소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파는데, 하나를 사 먹어도 우리나라 돈 2천 원 남짓이면 먹을 수 있다. 물론 속을 더 채우려면 그에 따른 비용이 들지만 빵 하나로 쉽게 배부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말은 이래도 생각보다 먹을만하다. 아니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반미 특유의 거친 식감은 우리나라 베이커리에서 파는 바게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반미도 바게트에 속하긴 하지만 원료가 쌀가루여서 식감은 전혀 다르다.


쌀 바게트를 반으로 갈라 버터와 마요네즈를 고르게 펴 바르고, 물기를 털어낸 채소를 채운다. 고기도 선택이 가능한데 기본양념이 되어있는 고기라 간이 절묘하게 맞아 들어간다. 어떤 이는 본인 입맛에 안 맞다고는 하지만 그건 본인의 성향차이라 본다.

DSC00417.JPG
DSC00451.JPG

무엇이든 잘 먹을 수 있어 베트남 여행이 더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았는지도 모른다. 아침 일찍 일어나도 열려있는 수많은 식당부터 주전부리를 파는 작은 점포까지 나에게 맞춘듯한 하노이의 풍경은 절로 행복함을 준다.


잘 익은 쌀국수에 향긋한 고수와 쉴 새 없이 튀겨 나오는 고기 완자, 거를 타선이 없는 메뉴에 늘 배가 부른 상태로 돌아다닌 것 같다.

DSC00468.JPG
DSC00469.JPG
DSC00470.JPG
DSC00476.JPG

보쌈에 김치, 국밥에 새우젓, 흰밥에 스팸 한 조각처럼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 있다. 식후에는 커피, 여행에는 맥주처럼 말이다.


커피는 한국에서부터 좋아하는 음료다. 호주에 도착해 커피 문화를 처음 알게 되었고, 가장 위에 있는 메뉴가 가장 대표 메뉴라는 생각에 에스프레소만 마셔대던 과거의 나는 아메리카노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에스프레소 중독자였다.


워홀을 다녀와 대구에 커피점이 생겨나고, 서울엔 스타벅스 1호점이 들어올 무렵엔 나 혼자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원산지가 베트남 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커피는 커피 벨트라는 경, 위도가 정해져 있다. 커피가 잘 자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 베트남도 이 커피벨트 위에 있는 나라 중 하나이며 아시아 최대 생산국 중 하나로 자리한다.


커피가 유명한 만큼 콩카페도 유명하다. 지금은 수많은 카페들과 로스터리가 선두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별반 다름이 없는 (막 입을 가진 나) 커피를 파는 가게들은 경쟁이 될 수도 없다. 메뉴가 다르기 때문이다.


코코넛과 커피. 상상을 할 수나 있었을까? 그 둘의 조합을 말이다. 한번 더 생각해 보면 특별히 나쁘진 않다. 커피와 우유를 섞어마시는 라테는 고소함을 더해주 듯. 커피와 기름기 풍부한 코코넛은 특유의 향과 품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니까 말이다.

DSC00483.JPG
DSC00493.JPG

덥고 습한 나라는 맥주도 빠질 수 없는 음식의 짝이다. 베트남처럼 걸음으면 땀이 나는 곳에서는 시원한 맥주가 소주보다 낫다. 현재 베트남에도 소주 회사들이 진출해 한국에서 여행 간 사람들을 대상으로 팔기도 하고, 현지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저변을 확대하곤 있지만 글쎄.


맥주는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얼음에 맥주를 부어주는 곳도 있는데, 동남아 특유의 문화인 듯했다. 녹으면 맥주가 맛이 없을 것 같지만, 얼음이 녹기 전에 다 마셔버리는 통에 싱거운지 아닌지 잘 모를 정도다.

DSC00553.JPG
DSC00564.JPG

한국인 몇 명과 함께 자리하게 되었다. 지금은 다들 졸업하고, 결혼하고 잘 사는 중이지만 그땐 그렇게 혼자 여행하는 느낌이 좋았다. 친구라 둘이 와서 노는 것도 재미있고, 가족도 함께하면 즐겁지만. 때론 혼자 와서 즐기는 시간도 중요하다.


혼자의 느낌, 여행자라는 느낌, 누군가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는 것에 기분 좋은 여행으로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됐다.

DSC0053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