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선상파티? 하롱베이 투어

by SseuN 쓴

여행은 사람에서부터 시작한다.


하노이를 여행하면서 가장 신선한 경험을 했다. 포트에서 배를 타고 2박 3일 동안 수 천 개의 기암을 경험할 수 있는 작은 배를 타는 프로그램인데 꼭 한 번은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늘은 이 여행에 대한 이야길 해보려고 한다.


하노이에 도착하면 많은 루트를 고민해 본다. 선택지도 다양하기에 꽤나 고민되는 일이다. 우선 방송에 많이 나와서 인기를 얻게 된 '사파', '하롱베이'. 하노이에서 얼마 안 걸리는 '하이퐁', 야간버스를 타고 조금 멀리 이동하면 '후에', '호이안' 등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게 바로 선상 크루즈


선상 크루즈라고 설명하지만 사실 동동배를 타고 근해를 돌아보는 가벼운 여행이다. 한국에서 크루즈를 탄다면 수영장이 딸려있고, 몇 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홀, 수많은 음식들, 오락실 등등 다양한 놀거리와 쉴 거리가 준비되어 있는 아주아주 큰 배를 의미한다.


달리기로 비유하면 마라톤이라고 할 수 있고, 베트남 하롱베이에서 타는 배는 10Km 단축 마라톤과 같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배 위엔 수영장은 없지만 선베드와 맥주가 담긴 아이스박스가 준비되어 있다. 선두엔 베트남 국기가 펄럭거리고 있고, 선미에는 선베드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이 늘어져 여유 부릴 정도의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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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의 끝에서 끝까지 다 보이는 작은 배에서 우리는 한 팀을 이룬다. 배에 승선하는 인원은 정해져 있다. 인원이 덜 찬다고 해서 출항을 안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초과하는 인원이 배에 오를 수는 없었다. 같은 날 배에 올라 투어를 시작하는 우리는 이제 한 팀이다. 좋든 싫든 같은 배에 올라 여행을 즐겨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린 좋은 사람들과 한 팀이 되었다. 다양한 나라애서 온 팀원들. 나이도 모두 다르고 성별도 다르지만 한 배에 올랐다는 인연만으로도 벌써 친해진 느낌이다.


우리 배만 그런 건지 모든 배가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우선 배에 오르면 방을 배정해 주고, 짐을 놓고 음식을 먹는 식당에 모이게 된다. 웰컴 푸드라고 할 수 있는 가볍은 음식들과 물이 준비되어 있고, 모든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선장과 배에서 일하는 선원들을 짧게 소개하고, 승선한 모든 손님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라와 이름을 듣고 나니 조금씩 친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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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서 우린 간단하게 인사만 나누었다. 짐을 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우리는 다시 갑판으로 올라가 썬베드에 누워 시간을 보내거나 베트남 하롱베이의 모습이 떠있는 바다를 한동안 바라보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맥주는 무한히 먹을 수 있다고는 했지만 막상 취할 정도로는 먹을 수 없었고, 중간중간 시간이 되면 맥주를 하나씩 꺼내 먹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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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취할 새도 없이 비슷한 듯 변하는 풍경을 텔레비전 삼아 동동배의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의 볼륨을 귀에 담으며 전자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내가 꿈꾸는 선상 크루즈 여행은 비록 할 수 없었지만 미래의 어느 날 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연습을 해봤다.


요즘은 꼭 유럽이나 미국을 가지 않아도 중국에서 인천을 지나 일본을 다녀올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있고, 부산에서 일본으로 가는 여행도 있어서 생각보다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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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엔 이렇게 늘어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게으른 시간을 보냈다. 할 일도 딱히 없고, 육지라 멀어지니 핸드폰도 잘 안 터졌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저녁이 되었다. 음식이 준비된 식당으로 내려가니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된 사람, 술을 마신 사람,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놀았던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첫날 저녁이라 그런지 아직은 어색함이 감도는 식당 풍경이었다.


배가 불러오고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2층 갑판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낯엔 수많은 바위를 봤다면 저녁엔 수많은 별을 보는 듯했다. 사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하늘에 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비슷한 크기의 배들이 한 곳에서 정박하면서 켜놓은 불들이 마치 별들이 내려앉은 모습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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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어색했지만 맥주병 하나씩 손에 들고 들여오는 음악을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었다. 각자의 나라 유머, 성대모사 같은 걸로 분위기는 점점 가볍고 즐겁게 바뀌었다. 특히나 홍콩에서 온 남자 친구들 3명 중 한 명은 나라 별 영어 발음에 대한 성대모사를 하면서 분위기가 최고로 좋아졌다.


여행에서 다른 나라 사람을 만나게 되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 외교관이 된다. 나도 내 나라를 소개하는데 침을 튀면서까지 열을 냈다. 사실 나도 잘 모르는 지역들이 있었지만 서울이며 부산, 내가 살고 있는 대구까지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홍보도 했다. (3명의 홍콩 친구 중에서 2명은 서울에서 놀다감)


저녁은 짧았다. 친한 사람들이 생겨서 그런지 선장이 그만 들어가야 된다고 할 때까지도 밖에 있었다. 아마 안전 문제로 모든 이들이 방에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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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어 다시 배는 엔진을 깨웠다. 간단한 조식을 먹고 동굴을 향했다. 우리가 갈 동굴은 이미 먼저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둘째 날은 이렇게 노는 시간이다. 동굴도 신비하긴 했지만 워낙 많은 동굴을 보고 난 다음이라 큰 감흥은 없었다. 다만 동굴 앞 해변에서 즐기는 수영 시간이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배로 돌아와 더 놀고 싶은 마음에 선장에게 이야길 하니 물이 잔잔한 곳에 배를 정박하고, 가약을 내려주었다. 우리는 카약을 나누어 타고, 주변을 유영하며 조금 더 가까이 자연을 경험했다. 아니나 다를까 카약을 타고 나선 노를 젓느라 달아 오른 몸을 식히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땐 나도 못하는 수영이지만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즐거운 분위기 속에 배를 떠나 우리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물론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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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보다 더 오랜 시간 선상에서 분위기를 즐기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두 번째 날이긴 하지만 마지막날이기도 했기에 처음엔 함께 모여 즐겁게 놀다가 각자 일행이 있는 무리를 만들었다. 나도 같이 여행 온 형이랑 같이 자리하며 남은 베트남 여행을 이야기하며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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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소리가 문득 들려 눈을 떠보니 늦은 아침시간이었다. 일찍 밥을 먹고 선상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서니 나를 위해 밥을 남겨두었다. 직원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그간 고마움을 전했다. 팁 문화가 없는 베트남이라 인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챙긴 뒤, 정리를 마친 직원과 사진을 찍었다.


가방에서 꺼낸 인화로 사진을 인화해서 직원께 방금 찍은 사진을 나누어 줬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나는 내가 더 고맙다면 한사코 인사를 거절하며 방으로 들어와 마저 짐을 싸고 누워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지, 노크 소리에 밖으로 나와보니 우리가 배를 처음 탔던 항구로 돌아와 있었다.


어떤 배 보다 작았지만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마치 나의 여행을 기억할 수 있게 이곳에 존재하는 듯 그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비로 육지에 발을 딛자마자 헤어지긴 했지만 간혹 SNS로 삶을 보는 정도의 사이로는 남았다.


인생에 큰 방향성을 제시했다거나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마치 그 여행에서 그들이 없었다면 즐거운 여행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는지 중요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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