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 본능에서 기술로
지난 글에서 나는 대학원 시절과 유학 생활의 치열함 속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익혔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닥쳐오는 과제와 삶의 난관들 앞에서 제한된 자원과 시간 안에 답을 찾아내야만 했던 그 시절, 나는 문제를 만날 때마다 본능적으로 다음 단계를 떠올리고 하나씩 매듭을 풀어가는 법을 몸으로 배웠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임기응변에 가까웠다. 눈앞의 불을 끄고, 다음 발을 내딛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번역가에서 AX 프로세스 설계자로의 확장을 준비하며, 나는 이 오래된 본능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내가 가진 이 문제 해결 능력은 과연 프로세스 설계와 같은 것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차원의 능력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나는 내 경력의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는 번역이라는 행위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익숙했던 내 일에서 새로운 사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무언가를 끊임없이 설계하고 있었다.
번역, 구조를 꿰뚫어 보는 훈련
번역가로서 십수 년을 일하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아니었다. 복잡한 비즈니스 문서나 기술 보고서가 내 앞에 놓였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텍스트 이면에 숨겨진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왜 이 단어를 선택했는가? 이 문단은 앞뒤 문단과 어떤 논리적 흐름으로 연결되는가? 이 문서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이며, 독자는 누구인가?
나는 원문의 의도를 정확히 해석하고, 흩어진 정보들의 맥락을 연결하며, 독자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작업을 반복해 왔다. 이것은 단순한 언어 치환이 아니었다. 정보를 해체하고 독자의 언어로 재조립하여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 즉 보이지 않는 의미를 구조화하는 작업이었다.
이 과정은 프로세스 설계의 본질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었다. 클라이언트의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진단하고 AI와 자동화 도구를 연결하며 최적의 워크플로우를 만들어내는 일. 대상이 텍스트에서 업무 프로세스로 바뀌었을 뿐, 그 작동 원리는 놀라울 정도로 동일했다.
나의 번역 능력은 곧 설계 능력이었다
결국 나의 문제 해결 본능은 단순히 눈앞의 장애물을 치우는 힘이 아니었다. 그것은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뼈대를 찾아내고, 그것을 더 나은 구조로 다시 세우는 힘이었다. 대학원 시절 막연하게 익혔던 그 능력이 수많은 번역 프로젝트를 거치며 정교한 설계 역량으로 단련되어 왔던 것이다.
번역가와 프로세스 설계자.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두 직업 같지만, 나에게 이 둘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두 개의 줄기다. 텍스트의 구조를 설계하던 번역가로서의 역량을 확장하여, 이제 나는 일의 구조를 설계하는 영역으로 나아간다.
이 깨달음은 나에게 새로운 확신을 주었다. 나는 새로운 무언가가 되려고 애쓸 필요가 없었다. 나는 이미 설계자였으니까. 이제 남은 과제는 이 무의식적인 설계 능력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론으로 만드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나의 이 오랜 경험과 본능을 체계화한 나만의 무기, T.A.D 프레임워크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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