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배움, 두 가지 다른 온도
최근 브랜딩과 AI 자동화 시스템을 배우고 직접 실행해 보는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즐겁고 생각보다 수월하다. 새로운 지식을 접하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고, 배운 것을 내 프로젝트에 바로 적용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문득 이런 경험이 과거 대학원 시절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30여 년 전, 학부를 마치고 영어 공부에만 매달린 후 미국 경영정보시스템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나는 이론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가장 부러웠던 건 직장 경험이 있는 동기들이었다. 그들은 실제 자기 업무에서 느꼈던 페인포인트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근무 경험에서 나오는 실질적인 이야기들로 토론을 채워나갔다.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는 나와 달리, 그들의 과제에는 실존하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오는 생생함과 구체성이 살아 있었다. 이론만 가진 나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이 있었다. 그때 막연하게 느꼈던 실행의 중요성을 나는 지금 온몸으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실행, 지식을 완성하는 그릇
결국 지식은 실행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책상 앞에서 아무리 많은 이론을 쌓아도, 그것을 내 손으로 직접 구현하고 부딪혀보지 않으면 죽은 지식에 불과하다. 과거 대학원 시절의 나는 아는 것에만 집중했지만, 지금의 나는 하는 것을 통해 배우고 있다.
AI 자동화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고 디버깅하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은 어떤 책이나 강의보다 더 깊고 강력하다.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을 실제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현해 냈을 때 느꼈던 그 전율.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시스템이 작동하는 순간의 희열은 실행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진짜 지혜를 선물한다.
이것이 바로 경험 많은 40-50대 전문가가 AI 시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십수 년간, 아니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삶의 현장에서 쌓아온 실행의 지혜, 즉 손끝의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IMF 시절 본가의 지원이 끊어진 후에도 귀국하지 않고 학위를 마쳤던 그 치열한 유학 생활 동안, 나는 끊임없이 닥쳐오는 삶의 문제들을 제한된 자원으로 해결해 나가며 자연스럽게 단단한 문제 해결 능력을 익혔다. 그리고 그 이후 수십 년간 그 능력을 갈고닦아왔다. 그렇게 축적된 경험이야말로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전문가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실행은 질서를 요구한다
하지만 실행을 거듭할수록 또 다른 갈증이 생겨났다. 마구잡이로 부딪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실행의 속도가 빨라지고 다루는 문제가 복잡해질수록 이 모든 경험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리할 수 있는 나만의 틀이 필요해진 것이다.
나에게 그 틀은 번역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도 모르게 만들어온 프레임워크와 닮아 있다. 방대한 분량의 작업 앞에서도 내가 세운 기준에 부합하는 품질을 유지하게 해 주고, 끝내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게 만드는 것이 그 힘이다. 작업이 끝날 때마다 지침을 다듬고 워크플로우를 개선하며 다음번엔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이제 나는 그 무의식적인 습관을 의식적인 프레임워크로 정립하려 한다. 실행이 지식을 완성한다면, 프레임워크는 그 실행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뼈대이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오랫동안 무의식적으로 사용해 왔던, 그리고 이제는 의식적으로 다듬어가고 있는 나만의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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