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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 Mar 14. 2016

이적생의 이야기 14

예? 합격했다고요?

"2월 18일, 학원에서 셋째 날"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서 학원으로 향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될 때도 됐는데, 여전히 정신은 몽롱하다.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 종일 학원에서 공부만 하고, 집에 와서 자고, 잠깐의 쉴 틈도 거의 없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아침에 일찍 가서 앞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자습을 하고 수업이 시작된다.


학원에서의 하루하루는 정말 버틴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 스스로가 당당하지 못하니, 부끄러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수업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오늘 저녁에 중학교 교재를 사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퇴증을 받아야 해서 교무실로 내려간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은 보이지 않는다.


'잠깐 자리를 비운 건가…'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시간이 아까워서, 첫째 날부터 배웠던 내용을 정리해둔 노트를 보면서 기다린다. 한시가 급한데, 머리에 하나라도 더 집어넣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는다. 교무실 앞에서 정리해둔 노트를 보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제 열정적인 국어 강의를 하셨던 선생님께서 교무실로 들어오시며 나를 발견한다.


"그래, 올해 나이가 몇이고?"

"스물여덟입니다."

"그래, 교실에서 나이 많은 사람이 열심히 하는 모습 보이면 교실 분위기도 좋아지고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하시고 교무실로 들어가신다. 난,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잠시 뒤, 선생님은 다시 나오시는데, 그때까지도 내가 가지 않고 그러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 다시 말씀을 하신다.


"시간 됐으니까 이제 올라가자."

"아… 저 오늘 조퇴증 받으려고 담임선생님 기다리고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누구지?"

"심상호 선생님이십니다."

"아, 심상호 선생님 아까 퇴근하신 것 같던데, 그럼 조퇴증 내가 끊어줄게."

나오시던 선생님은 교무실 책상 쪽으로 다시 가서 앉으신 다음, 조퇴증을 작성한다.

"사유는… 집안 사정으로 하면 되제?"

"네…"


조퇴증을 내게 건네주시고, 선생님은 교실 쪽으로 올라가신다.


"감사합니다."


조퇴증을 받아서, 우선 교보문고로 향한다. 중학교 EBS 교재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년 교재는 모두 폐기된 상황이고 올해 교재는 1학기 교재밖에 나와있지가 않다. 다급한 마음에, 얼마 전에 중학교를 졸업한 혜선이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직 교재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그렇지가 않다.


"아~ 오빠야, 내 친구가 아마 가지고 있을 건데 한 번 알아볼게."

"그래 고마워."


그렇게 전화를 끊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다.


'아… 근처에 헌책방이 있었지…'


헌책방으로 가는 와중에 혜선이에게서 문자가 온다. 책이 있다고는 하는데, 아마 모레나 되어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소리였다. 지금 당장 필요한데… 일단은 헌책방에 가서 알아보기로 했다. 시내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반월당 방향으로 걷는다. 이렇게 바깥공기를 쐬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오랜만에 자유와 여유를 느껴보는 것 같았다. 물론 마음은 급했지만 바깥공기는 상쾌했다. 비록 시내 공기라 탁했을 것이지만 말이다. 걷다 보니 헌책방에 도착한다. 헌책방에 들어가서 책을 보려고 하는 무렵,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사실, 학원에 있을 때도 전화는 몇 번 왔었지만, 모르는 번호가 온 관계로 전화를 받지 않았었다.


그리고 공부하느라 전화가 온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기도 했고 말이다. 평소 같으면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잘 받지 않는 나인데, 웬일인지 전화를 받고 싶었다.


"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입학관리처입니다. 응시하신 편입시험에서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네? 잘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다른 학교에 합격하신 건가요?"

"아… 그게 아니라…"

"네, 그럼 등록일은 다음 주 21일 월요일 10시부터이고요. 하루입니다. 전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전화가 끊어진다. 어안이 벙벙해진다.


"합격?"


혜선이와 중학교 교재 문제로 문자를 주고받던 중이었는데… 다시 전화기를 확인해보니, 전화 통화를 하던 중에,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성균관대 합격!!"이라고 적어서 문자를 보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다니… 내가 문자를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이 온다.


"잉???????????? 언제!!!!!!!!!"라고 말이다.

"방금 전화 왔음!" 다시 그렇게 답장을 보낸다.

전화를 받고 나니, 헌책방은 어느새 문을 닫았다.

우선, 가장 먼저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내 성균관대 합격했다."

"엉?"


그리고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학원에서 수학이 안돼서 중학교 수학교재를 사러 왔는데 전화를 받았다고, 그리고 학원에서는 해봤자 계명대 이상 가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을 했다고 말이다. 형은 우선 생각을 좀 해보자고 하고 우선 어머니께 알려드리라고 한다. 전화를 끊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린다.


"성균관대 합격했어."


어머니는 일하는 중이라 이따가 전화를 주신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학원을 계속 다닐지, 그만두고 학교를 갈지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좀 해보자고 한다. 그렇게, 난 갑작스럽게 찾아온 합격통보를 여러 사람들에게 알린다. 문자로, 전화로… 그러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전화가 온다.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안 되는 수학하지 말고 그냥 학교 가서 영어 하자." 어머니께서 말씀하신다.


사실 이때, 내 마음도 거의 기운 상황이었다. 수능으로 내가 성균관대 이상의 학교에 갈 수 있다는 보장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수학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여기저기에서 축하 문자가 들어온다.

이런 경험은 정말 처음이다. 난생처음으로 합격이라는 통지서를 받은 관계로, 뭘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우선은 예전에 공부했던 경북대로 향한다. 예전에 같은 층에서 공부하던 사람들도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안도의 한숨 같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는, 홍윤이가 천국이와 자취방에 있다기에 그리고 향한다. 홍윤이와 천 국 이도 역시 경북대학교 도서관에 같이 공부를 했던 사이다. 자취방에 들어가자마자 축하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컴퓨터로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온다. 이름과 수험번호를 적어 넣고 확인 버튼을 누른다.


▲ 이번에는 진짜라고요?

"성균관대학교 최종 합격을 축하드립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We are the Champion"이라는 노래가 흐른다. 그리고 아래에는 "성균관대학교 合格!!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이제 자랑스러운 성균인 입니다."라고 쓰여있다.


'정말 합격이구나…'


이제야 감흥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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