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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브이씨 THE VC Aug 02. 2022

'경영권 매각' 카드 꺼내든 왓챠

데이터로 보는 왓챠 위기의 원인과 전망 

최근 넷플릭스(Netflix)의 유력한 대항마로 꼽혔던 대표적인 토종 OTT 서비스 왓챠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설이 돌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왓챠가 대기업과의 OTT 경쟁 격화로 인한 경영난으로 경영권 양도, 소수지분 매각 등의 옵션을 열어놓고 자금 유치에 나섰다는 설인데요. 최근 왓챠가 전체 인력의 약 30%에 이르는 인원을 정리해고했다는 보도까지 더해지며 이같은 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넷플릭스도 ‘흔들’, 엔데믹과 함께 냉각되는 스트리밍 시장


왓챠의 이같은 부진의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그 중 하나는 이른바 '엔데믹' 국면 진입으로 인한 스트리밍 시장 전반의 침체입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홈엔터테인먼트 수요 급증으로 승승장구했던 넷플릭스 역시 올해 5월 비용절감을 위해 정규직 직원 150명을 정리해고한 데 이어, 6월에도 직원 300명을 추가로 정리하며 한 달 만에 두 차례의 대규모 감원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투자시장의 냉각세 역시 뚜렷한데요. 올해 2분기와 전년동기인 지난해 2분기의 '음악/영상스트리밍' 영역 투자/M&A 움직임을 비교해보면, 올해와 지난해 모두 투자 건수는 총 17건으로 동일하지만, 투자 금액은 올해 2분기가 841억 1,100만 원, 지난해 2분기가 1,944억 원으로 올해 2분기의 투자금액이 전년동기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왓챠 역시 이같은 시장상황으로 인해 신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매각을 옵션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2021년 2분기 '음악/영상스트리밍(기술)' 투자(투자금액 내림차순)
2022년 2분기 '음악/영상스트리밍(기술)' 투자(투자금액 내림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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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 ‘공룡’들의 진격


그러나 왓챠의 위기는 시장 상황의 변화 때문만이라고 보긴 어려운데요. 국내에서 왓챠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트리밍 업체들 중에서도 왓챠의 부진이 유독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왓챠의 최근 30일간 앱스토어 순위
왓챠의 최근 30일간 구글 플레이 순위


위의 그래프는 더브이씨의 왓챠 제품/서비스 페이지에서 데이터닷에이아이(data.ai, 구 앱애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왓챠 앱의 최근 30일간 앱 순위를 나타낸 것으로, 앱스토어에서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분야 앱 순위 최고 14위에 머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점유율이 높은 구글 플레이의 경우, 최근 30일 중 최고 순위가 5위로 상대적으로 양호하나, 그래프를 보면 순위가 최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실제 7월 31일 기준의 순위는 16위로 같은 날 앱스토어에서의 순위인 18위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반면 그래프 하단에 나타난 ‘쿠팡플레이’, ‘웨이브’, ‘티빙’ 등 왓챠의 주요 유사서비스 앱들의 경우 꾸준히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쿠팡플레이와 웨이브, 티빙의 최근 30일간 구글 플레이 최고 순위는 각각 1위와 3위, 3위로 나타났으며, 7월 31일 기준 순위도 각각 1위, 6위, 3위로 모두 왓챠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쿠팡플레이, 웨이브, 티빙의 최근 30일간 구글 플레이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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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유사 서비스 중 거의 유일하게 왓챠보다 낮은 최근 순위(2022년 7월 17일 21위)를 기록한 ‘시즌’의 경우, 지난달 17일 티빙이 운영사인 ‘케이티시즌’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시즌을 티빙과 통합하겠다고 발표하며 왓챠를 한층 더 열악한 입지에 몰아넣은 상황입니다.


케이티시즌의 최근투자/M&A 현황



“음악·웹툰 결합한 왓챠 2.0으로 돌파”, 성공 여부는 ‘글쎄’


그렇다면 왓챠가 이처럼 부진에 빠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왓챠 프로필 페이지의 토론 탭에는 서비스와 기업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 모두 공존하지만, 최근 리뷰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웨이브의 HBO 제휴로 왓챠의 OTT로서의 강점이 희석"되었다거나, "높은 콘텐츠 가변 비용 구조와 국내 대기업 OTT 경쟁 상황 속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는 등, 대기업 서비스들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상황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과연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빈번히 제기되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왓챠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리뷰 또한 "자체 콘텐츠 제작만 늘어난다면 IPO까지 성공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거나, "넷플릭스를 뛰어넘으려면 시청자를 모아야 하는데 네이버나 카톡하고 합병하면 대박"일 것이라고 평가하는 등, 콘텐츠 확보를 위한 추가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나 대기업과의 인수합병을 통한 통합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난 수년간 광범위한 콘텐츠 라이브러리의 확보, 자체 콘텐츠 제작, 누적된 리뷰 데이터 및 사용자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고도화 등 많은 리뷰에서 공통적으로 주목한 왓챠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 오지는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왓챠가 미래를 위해 어떤 대비를 했는지를 왓챠의 관계사 목록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데요. 현재 왓챠의 자회사는 아래와 같이 총 세 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왓챠의 관계사 목록


기술력 강화를 위한 인수에 해당하는 기드소프트(동영상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 2020년 10월 인수)를 제외하고, 신사업과 관련된 관계사콘텐츠프로토콜과 더불유피어 두 곳으로 분석되는데요. 첫 번째 암호화폐 붐이 한창이던 2018년 7월,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제공해 콘텐츠 소비와 제작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목표로 출범시킨 자회사 콘텐츠프로토콜의 경우, 암호화폐 규제 불확실성과 사업 전망 부족을 이유로 아예 2020년 2월 사업을 정리한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또다른 자회사인 더블유피어의 경우, 음악사업 자회사로, 음원 유통 사업 '왓챠뮤직퍼블리싱'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더블유피어를 통해 K-POP 음악 영상 플랫폼 '뮤비트'를 제공하고 있는 MBC의 자회사 블렌딩을 인수한 바 있는데요. 왓챠의 개인화 기술 및 디지털 플랫폼 역량을 음악에 접목시켜 음악 스트리밍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실제로도 왓챠는 올해 초, 미디어데이 행사를 통해 올해 연말 IPO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동영상 서비스에서 음악, 웹툰으로 서비스를 확대한 '왓챠 2.0’ 플랫폼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는데요. 상장을 앞두고 확장성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분석되었으나, 이미 동영상과 음악 서비스를 하나의 번들로 묶어서 제공하고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YouTube Premium)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한 만큼 성공하기 쉽지 않은 전략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상의 상황들은 왓챠가 올해 초부터 추진해 온 1,000억 원 규모 프리IPO 유치에 실패하고 경영권 매각을 통한 자금조달까지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의하면, 아직까지 매각 지분가치에 대한 논의는 본격적으로 이루어지 않고 있으나, 왓챠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매각에 나서게 된 만큼 종전 기업가치 대비 일전부분 할인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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