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내 동료가 된 날

Chapter0.

by 하루한줌

"배송 이슈 지역 찾아서 리스트업 해줘."

나는 이 말을 컴퓨터에게 했다.

옆 동료에게 말을 하듯 컴퓨터에게 말을 걸었고,

컴퓨터는 실제로 일을 했다.

이상했다.


오랫동안 기업들과 일을 해왔다.

계약을 성사시키고, 문제를 풀고, 숫자를 만들어냈다.

"안 될 것 같은데요?"라는 말에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었다.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을 연결하는 것. 그런 파트너십이 나의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파트너가 하나 더 생겼다.

컴퓨터였다.

정확히는, 자연어로 말을 걸 수 있는 컴퓨터였다.


많은 회사가 AI를 "도입" 한다고들 한다. AI를 활용할 전략을 세우고, TF를 꾸리고, 보고서를 쓴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냥 사용해 봤다.


기상청 API를 연결해서 날씨가 나빠지면 배달업체에 메일이 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러 업체의 제각각인 양식을 하나의 마스터 시트로 통합했다.

수천 개 점포의 배달 권역을 지도 위에 올려서 한눈에 들어오게 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개발자가 되지 않았다. 파이썬을 깊게 배우지도 않았다.

대신, AI에게 말을 걸었다.

"이렇게 해줘."

"저렇게 해줘."

그러면 AI는 했다.


그러다 알게 됐다.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AI를 어떻게 일하게 만들 것인가였다.


엑셀은 내가 직접 만져야 한다. 수식을 넣고, 그래프를 그리고, 데이터를 정리한다.


하지만 AI는 달랐다.


"배송 지연 지역을 찾아줘"라고 말하면, AI는 데이터를 뒤지고, 패턴을 찾고, 리스트를 만들었다.

"이 지역 담당 업체에 보낼 메일 작성해 줘"라고 하면, 메일 초안을 써주고, 발송 버튼만 누르면 됐다.


나는 판단만 했다.

"이 지역이 문제야", "저 업체에 연락해야겠어."

AI는 그 판단을 실행으로 바꿔줬다.


이게 AI를 일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판단은 내가 하고, 실행은 AI가 한다.

이 관계를 이해하면, AI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나는 AI를 "잘 쓰는 법"을 고민하지 않았다.

대신, AI를 어떻게 일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래서 이 연재는 "AI 활용법"에 관한 게 아니다.

AI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일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이야기다.


이 연재는 AI 기술을 설명하지 않는다.

모델 구조도, 프롬프트 공식도, 튜토리얼도 없다.

대신, AI를 일하게 만드는 사람의 사고 구조를 다룬다.

"AI에게 뭘 물어야 하는가?"

"AI를 어떻게 일하게 만드는가?"

"AI와 일한다는 건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내가 경험한 것들로 풀어보려 한다.


나는 AI를 아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AI를 일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조직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은

문제는 해결보다 정의가 먼저라는 것.

판단은 사람이 하고, 실행은 시스템에 맡기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


AI를 만나고 이 원리가 다시 확인됐다.


나는 개발자가 되지 않았다. 대신,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 되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AI가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람.

그래서 스스로를 이렇게 부른다.

"AI Translator"

AI를 세대와 상황에 맞게 번역하고, 업무와 삶 모두에 연결하는 사람.


이 연재를 읽는 당신이 파이썬을 모르고, 프롬프트 공식을 외우지 않아도 괜찮다.


AI 시대에 필요한 건 코딩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다.

문제를 정의할 수 있으면, AI는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준다.

그걸 할 수 있으면, AI는 이미 당신의 동료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자, 이제 시작해 보자.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