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1.
비가 오면
배달이 느려진다.
이건
데이터가 없어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비가 오고 나서야 반응했다.
배달 지연이 늘어나고,
고객 문의가 들어오면
그제서야 업체에 연락했다.
"무슨 일 있나요?" 라고.
항상 한 박자 늦었다.
"기상 악화 지역을
한눈에 확인할 수는 없을까?"
물론,
기상 악화 지역을 파악한다고 해서
없던 배달원이 갑자기 생기는 건 아니다.
배달 업체가
배달을 임시 중단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그래도
전국의 날씨를 파악해서
선제적으로 소통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상청 API를 연결해서
날씨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전국의 단기예보 데이터를 받아
강수 조건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해당 지역을 표시하고,
배달업체에 보낼 안내 메일 초안을 만들게 했다.
코드는 AI가 작성했다.
나는 기준만 정했다.
어디까지를 ‘기상 악화’로 볼 것인지,
어떤 문구로 안내할 것인지.
판단은 내가 했고,
실행은 AI가 만들었다.
사실 대시보드를 만드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는 AI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상청 단기예보 API를 써서
비가 오는 지역을 한눈에 보고 싶다.
지역을 클릭하면
아웃룩을 통해 안내 메일을 보내고 싶다.
기상 악화 지역이 많을 때는
지역별 발송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고민해달라.
나는 코드를 설명하지 않았다.
기능을 설명했다.
AI는 그 기능을 코드로 바꿨다.
여기서 중요한 건
API가 아니다.
자동 메일도 아니다.
판단과 행동 사이에
AI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이 조건이면 선제 대응한다.”
그 기준을 정하자
그 이후는 시스템이 움직였다.
나는 행동을 설계했고,
AI는 그 설계를 실행했다.
이 경험 이후
AI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AI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됐다.
반복되는 일은 무엇인지,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그 다음 행동을
누가 대신하게 할 것인지.
기상청 API 프로젝트의 진짜 가치는
대시보드가 아니었다.
“이게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개발팀이 없어도,
코딩을 깊이 몰라도,
판단만 명확하면
실행은 따라올 수 있다는 것.
그때 처음으로
AI가 도구가 아니라
운영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