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를 위한 브랜딩 법칙 ④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좋은 일을 할 때, 순수한 이타심으로 하라는 격언인데요. 뜻은 좋지만 브랜드를 알려야 하는 입장에서는 섭섭한 말씀일 수 있습니다. 하여, 오늘은 반대편에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고객의 집중력을 뺏어가는 콘텐츠가 범람하는 지금. 착한 일일수록 더욱 큰 목소리로 외칠 필요가 있습니다. 소셜임팩트의 브랜딩은 자기다움을 바탕으로 고객과 만나는 모든 곳에서 매력을 어필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디자인은 소셜임팩트 기업·조직이 취약한 분야 중 하나입니다. 저마다 맞딱뜨린 미션과 씨름하느라 우리가 이해되어 마땅한 모습으로 우리를 가꾸고 보여주는 일에 시간을 쓰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그렇다 보니, 다소 투박하더라도 매일 쓰다 보니 그런 대로 정들고 익숙해진 우리의 얼굴과 차림새를 그냥 내버려두기 쉽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브랜드 관리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죠.
하지만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고객의 눈으로 우리 브랜드의 디자인을 들여다봤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 한번 만들어둔 채로 방치하는 사이 우리의 브랜드가 점점 과거의 것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를 가꾸는 것은 곧 사업을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브랜딩은 포장이 아닌 생존을 위한, 성장을 위한 활동입니다. 우리가 당당하고 매력적으로 보일 때 우리가 하는 일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이고 더 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상당 부분 직관에 의존하며, 비합리적입니다. 관련한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대선 투표처럼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도 (후보자의) 외모를 중요하게 본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순수하게 정책만으로 승부를 내는 선거는 없습니다. 소셜임팩트도 결코 품은 뜻만으로, 선함만으로 평가받지 않습니다. 미닝아웃이 다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결코 부끄러운 제품을 들고 다니지 않습니다. 우리 브랜드의 첫인상과 현재 인상을 꾸준히 살피며 관리해야 할 이유입니다.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는 ‘장사는 분위기가 70, 맛이 30’이라고 말합니다. 맛만 있다고 해서 음식 장사가 잘 되는 게 아니고, 오히려 맛 이외의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인데요. 소셜임팩트 기업·조직 또한 업무 외적인 부분과 함께 인식되며, 평가받습니다. 비주얼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단지 로고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오프라인 공간·홈페이지·SNS 등 우리를 보여주는 모든 곳에 디자인이 있습니다. 고객은 우리를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우리에 대한 인상을 축적합니다.
소셜임팩트 브랜드의 비주얼은 대체로 착하고, 얌전하고, 가치 지향적이죠. 그렇다 보니 보기에 심심하고, 인스타그램 탐색 탭 같은 데서 다른 브랜드 사이에 섞여 있을 때는 있는 듯 없는 듯 흘러가는 일이 잦습니다. 그게 전부 우리의 잘못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가 사회의 관심과 시선이 충분히 닿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일하는데, 어쩌겠습니다. 누구라도 홈리스의 도전보다는 화려한 인플루언서에게 먼저 끌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용기 내어 새로운 옷을 한번 입어 보면 좋겠습니다. 기준을 높게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영역이라고 하는데요. 가깝게는 홈페이지와 SNS 피드, 또는 벌써 몇 년째 업데이트하지 못한 리플렛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내부에 디자이너가 없다면 소셜임팩트 브랜드, 스몰 브랜드를 전문으로 컨설팅하는 파트너를 만나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드리려 합니다. 다음의 질문을 따라 우리 브랜드를 점검해 보고, 바꾸거나 새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떠올려 보세요.
1. 우리 로고는 우리가 뜻하는 바대로 잘 읽히나요? 의도와 다르게 읽는 분들이 있지는 않나요? 또 우리 브랜드의 자기다움과 상징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도 함께 점검해봐도 좋겠습니다.
2.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우리 로고가 사용되는 모든 곳을 정리해 보세요. 특정 지면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거나, 어색한 느낌을 주지는 않나요? 특히, 역사가 깊은 소셜임팩트 브랜드라면 디지털 환경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3. 판매 중인 제품이 있다면, 경쟁 브랜드의 제품과 함께 진열해 보세요. 동일한 장소에서 봤을 때도 우리 제품의 디자인이 충분히 눈에 띄고, 선택받을 만한가요? 또는 고유한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나요? 타깃 고객이 봤을 때도 그러한가요?
4. 우리 브랜드는 홈페이지나 SNS, 문서 등에서 어떤 폰트를 사용하나요? 구성원들은 그 폰트를 마음에 들어 하나요? 혹시 통일된 것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우리의 정체성을 담은 무료 폰트를 지정해 보세요. 눈누 같은 사이트를 살펴봐도 좋겠습니다.
5. 우리 브랜드의 핵심 컬러가 유사 및 경쟁 브랜드가 주로 사용하는 컬러와 차별화되는지 점검해 보세요. 특히, 후발주자이면서도 경쟁사와 같은 색을 사용하고 있다면 변화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업계 특성상 사용할 수 있는 컬러가 한정적이라면, 한끗이라도 다르게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 보세요.
6. 캐릭터가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기존에는 도장을 찍은 것처럼 고정된 자리에 한 가지 모습으로 콕 박혀 있던 캐릭터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브랜드에 활력이 생길 거예요. 캐릭터를 페르소나로 내세워 고객에게 말을 걸 수도 있겠습니다.
또 한 가지 드릴 팁이 있습니다. ‘안 본 눈’을 사세요. 창업가와 구성원은 이미 우리의 디자인에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다루는 영역에 관심이 깊은 사람, 그럼에도 우리 브랜드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인사이트를 아낌없이 전해줄 거예요.
참, 이 아티클의 제목에 대한 해명도 덧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섹시해야 한다’라는 말은 획일화된 매력을 따르라는 뜻이 아닙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치라는 얘기도 아니고요. 단지 자기다움을 바탕으로 마음을 잡아끌 수 있는 우리만의 매력을 구축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나답지 않은 옷은 불편해서 오래 못 입습니다. 우리 매력을 어필하려면 늘 하던 틀을 벗어나 과감한 시도를 통해 성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전에 우리라면 하지 않았을 시도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움을 전달해 보세요.
달라졌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고, 세상에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는 좋은 신호입니다. 소셜임팩트, 그중에도 규모가 작은 스몰 브랜드에게 중요한 것은 도전입니다. 색깔이든, 포토그래피든, 폰트든, 캐릭터든 가까운 곳에서부터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 보세요. 그중에 우리의 고객이 가장 반겨주고, 내가 오래 지속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스타일이 바로 우리다운 디자인입니다.
이번 화에서는 제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플레이플라Play Pla(그린그림㈜)’라는 브랜드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플레이플라는 이시아 대표가 2018년에 시작한 브랜드인데요. 착한 일회용품의 대중화를 위해 보기에도 좋고 쓰기에도 좋은 제품들을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해 왔습니다. (이 대표는 그린, 그림, 그루라는 세 아이의 어머니로, 아이의 이름을 걸고 다음 세대에 대한 약속을 사명에 담았습니다.)
플레이플라의 브랜드 네임에 있는 PLA(Poly Lactic Acid)는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을 뜻합니다. 100% 천연 자연 곡물로 만든 PLA 제품은 환경 호르몬이나 중금속 등의 걱정 없이 기존의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죠. 매립하면 생분해되고, 소각해도 나쁜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플레이플라는 PLA 빨대, 생분해봉투 같은 대표 제품 외에도 100% 재활용 원단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버킷햇·티셔츠와 플로깅백, 파우치 등을 판매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DON’T PANIC KEEP PLOGGING” 같은 로고 플레이인데요. 큼직한 배치로 시선을 끌면서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제품이나 상세페이지,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도 시인성이 높은 색상을 사용했습니다. 포토그래피의 스타일도 눈에 띄는데요, 홈페이지나 펀딩 페이지 같은 공들여 만든 지면 외에 인스타그램에 일상적으로 올리는 사진에서도 브랜드의 감각과 노력이 느껴집니다.
지난 3월, 플레이플라는 비굳커피(BE GOOD COFFEE)라는 전국 유일의 ‘찐환경카페’를 제주시 아라일동에 오픈했습니다. 매장 전면에 슬로건을 크게 붙이고 간판을 네온으로 만드는 등, 브랜드를 자신감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더스트리얼한 컨셉에 플랜테리어를 더해 놓은 매장 내부도 볼 거리가 많습니다. 한쪽 벽면에 ‘퇴비화 연구실’을 둬서 브랜드 스토리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요.
고객 후기에서도 ‘힙한 감성의 카페라서 놀랐다’, ‘눈길을 끄는 요소가 많았다’ 등의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전면에 드러내고 쓰고 싶은 색깔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톤 앤 매너가 브랜드의 개성을 뚜렷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끝으로, 아티클을 요약하면서 아티클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1)우리의 매력을 아낌없이 드러내자. 2)소셜임팩트 또한 업무 외적인 부분과 함께 인식되며, 평가받는다. 3)로고부터 커뮤니케이션까지 찬찬히 다시 살피자. 4)꾸준히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 보자. 5)브랜드를 가꾸는 것은 곧 사업을 키우는 것과 같다.
소셜임팩트를 위한 브랜딩 법칙, 다음 화는 ‘우리의 고객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라’라는 제목으로 이어집니다.
소셜임팩트 조직의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온, 스몰 브랜드 개발 플랫폼 아보카도(www.abocado.kr)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혁신하는 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전하는 소셜임팩트뉴스와 협업 기고를 시작합니다. ‘소셜임팩트를 위한 브랜딩 법칙 10’은 총 10개의 아티클로 격주 월요일마다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