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를 위한 브랜딩 법칙 ⑦
며칠 전,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재활용 디자인 소품을 제작하는 협동조합 내일만사, 제로웨이스트 키트 온라인 마켓 ‘지구하라’ 브랜드를 운영하는 ㈜세이버스코리아를 만났습니다. 한 자치구에서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대상 역량 강화 프로그램 일환으로요.
두 곳 모두 차근히 한 단계씩 성장을 거듭해 나가고 있었어요. 자연히 대표님들의 고민 범위도 넓어지는 중이었죠. 운영, CS, 개발..그 중에서도 특히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어요. 브랜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꾸준히 운영하는 방법, 우리 타깃 고객을 향해 어떤 홍보와 프로모션이 적절할지 등이요.
여러분은 마케팅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려운 질문일 수 있지만, 각자만의 답이 있다면 충분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일’이라고요. 먼저 인사를 하고 말 걸지 않는다면 아무도 우리를 모르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존재 자체를요. 특히 규모가 작은 브랜드일수록 불리한 게 사실이에요. 인력, 자원이 풍족하지 않아 한계점이 있으니까요.
다행인 사실이라면, 소셜임팩트 브랜드는 말하고 싶은 게 비교적 분명하고 뚜렷한 편이라는 겁니다. 우리의 메시지가 정해졌다면 이제는 열심히 알릴 차례예요. 알리는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대중을 상대로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메시지를 알리는 홍보(Public Relations), 판매 촉진을 목표로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마케팅(Marketing) 그리고 우리의 존재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알리는 브랜딩(Branding)입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 브랜딩에 관해 좀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 이유는 브랜딩이 홍보와 마케팅의 전략 수립 기준이 되어주기 때문이에요. 브랜딩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정체성을 찾는 겁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정의하는 거죠.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라고도 부릅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일은 곧 우리가 도달하려는 목표, ‘북극성’을 표시해 줍니다. 한 걸음씩 뚜벅뚜벅 걸어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꼭 손을 흔들고 말을 걸어 보세요. ‘우리 여기 있어요’, ‘지금 이 방향으로 걸어가는 중이에요’ 라고 말이에요.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말을 걸고 우리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세 가지 팁을 드리겠습니다.
1. 먼저 우리가 어떤 메시지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명확하게 정리해 보세요. 즉, 브랜드 스토리와 슬로건 같은 것들이죠. 멋지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소박하고 담담한 게 우리라면, 그게 정답이에요.
2. 우리 브랜드의 성격에 가장 잘 맞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찾아보세요. 영상이 적합하다면 유튜브, 비교적 호흡이 긴 텍스트가 어울린다면 블로그, 감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을 떠올려 볼 수 있겠죠.
3. 동일한 이야기를 두고도 표현 방식은 무한할 수 있어요. 주변의 친구들만 봐도 그래요. 어떤 친구는 몸짓과 손짓을 이용하고요. 또 누구는 차분히 손 편지로 적어서 알려 주기도 해요. 우리 브랜드에 어울리는 톤앤매너와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해 보세요.
서두에서 소개한 협동조합 내일만사를 사례로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해 볼게요. 내일만사는 8명의 조합원으로 이뤄진 협동조합입니다. 구성원 연령대가 비교적 낮은 편이에요. 그래서 공감대 형성이 가장 자연스러운 MZ세대(1981년부터 2010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일컬음)를 타깃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죠.
‘니가 그런다고 지구가 달라지는 선택지’ 라는 슬로건이 메시지의 중심에 있어요. 보통 제로웨이스트 운동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이 ‘나 혼자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라는 마음이거든요. 이걸 꼬집어 재치 있는 슬로건으로 만든 거죠.
젊고 재치 있는 구성원들이 모인 집단이기에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스펙트럼도 넓습니다. 먼저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주는 매거진 《선택지》를 발행하고 있어요. 환경 보드게임 <지구인카드>를 소개하거나, 제로웨이스트와 관련된 장소를 모은 <지구라고 구할지도> 제작기를 다루는 식으로요.
내일만사는 리사이클 HDPE(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만든 다양한 핸드메이드 소품을 판매하는 ‘플라스틱 플래닛’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에어캡 완충재, 마스크, 김치 포장지 등 다양한 소재를 재활용해 만든 제품을 마치 전시회의 작품처럼 인스타그램에 올려 관심을 유도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기도 해요. 텀블벅이라는 펀딩 플랫폼을 통해서요. 타깃 고객인 MZ세대가 모여있는 곳을 판매 장소로 정한 것은 똑똑한 전략이죠.
그런데 온라인에서만 메시지를 외치고 고객에게 말을 거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내일만사는 온라인숍 외에 조그만 오프라인 상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도록 도와주는 욕실, 주방용품 그리고 화장품과 비누류를 판매합니다. 가게에 무언가를 사러 방문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병뚜껑이나 작은 플라스틱을 전달만 해도 됩니다. 가끔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비누를 깜짝 세일하기도 하죠. 이렇게 작은 공간을 활용해 고객과 직접 만나 부대끼는 활동은 우리 브랜드가 전하는 말의 밀도를 높여줍니다.
내일만사의 북극성은 지속 가능한 소비 생활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앞서 소개해 드린 것처럼 뚜렷하면서도 재치 있는 메시지를 정하고, 매거진과 온라인 및 오프라인 숍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열심히 ‘말을 건네고’ 있죠. 마케팅을 더 잘하고 싶으신가요? 고개를 잠시 돌려, 우리 주변의 고객 한 명에게 인사를 건네 보세요. 그리고 우리 브랜드의 메시지를 우리만의 방식대로 전달해 봅시다. 이 작은 행동이 우리를 북극성으로 안내해 줄 겁니다.
소셜임팩트 조직의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온, 스몰 브랜드 개발 플랫폼 아보카도(www.abocado.kr)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혁신하는 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전하는 소셜임팩트뉴스와 협업 기고를 시작합니다. ‘소셜임팩트를 위한 브랜딩 법칙 10’은 총 10개의 아티클로 격주 월요일마다 연재됩니다.
소셜임팩트를 위한 브랜딩 법칙
고객에게 어떤 말을 걸어야할지 고민이라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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