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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웨이브컴퍼니 Nov 24. 2022

워케이션이 지역에 미치는 좋은 점엔 뭐가 있을까?

[Work & Vacation] 스물두 번째

※ 더웨이브컴퍼니는 서울을 떠나 강릉, 사무실에서 벗어난 해변, 그리고 로컬에서 일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역 그리고 일과 휴가, 워케이션에 관한 저희의 생각과 고민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워케이션, '소멸 위기' 지자체들의 대안으로 뜨다


최근 자주 볼 수 있는 기사입니다. 언론과 지방자치단체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워케이션'이라는 키워드가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렸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워케이션에 대한 내용은 워케이션의 정의, 현재 워케이션으로 뜨는 지역(제주, 강원), 체험기, 지자체나 대기업의 도입 사례, 해외 워케이션 사례(예 : 일본 워케이션 등)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로컬과 청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화두로 삼아 비즈니스와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더웨이브컴퍼니에게 있어 '워케이션이 지역 경제, 지역 활성화에 정말 도움이 될까?' 하는 문제는 굉장히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기사는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워케이션은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직접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앞선 콘텐츠에서 ‘워케이션을 실제 도입하려는 회사들에게 사내 문화, 라이프스타일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전달드렸습니다. 이와 같이 지방자치단체, 워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는 지역의 기업과 경제 공동체에게 워케이션이 도움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이하 촬영  : 더웨이브컴퍼니



관계 인구의 증가


'관계 인구'


도시계획, 도시 재생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용어로 최근 일본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입니다.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자신의 거주 지역이 아닌) 지역(Local)을 방문하면서 해당 지역과 관계를 쌓은 외부인을 의미한다. (중략) 이를 통하여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반드시 지역에 정주인구를 늘릴 필요는 없다는 발상이 등장하였다. 단순히 숫자로서 지역의 인구보다는 지역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류영진, 학술지 ‘지역사회학’ 中 「일본의 ‘관계 인구(関係人口)’ 개념의 등장과 의미, 그리고 비판적 검토(The Emergence of Relational Population Concept in Japan and its Meaning)」, 2020년 일부 인용)


이 말은 일본의 미디어와 시민단체, 야마니시현과 같은 인구 소멸 위험 도시의 인구대책에 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관광과 체험을 목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는 '교류 인구', 한 지역에 터를 잡고 거주하는 '정주인구'와는 다른 개념으로 만들어졌지요. 


일본의 시민활동가 타카하시 히로유키는 2016년에 출간한 책 '도시와 지방을 섞다'에서 관계인구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인구대책과 인구 유입에 있어) 교류 인구는 일회성의 성격이 짙습니다. 그렇다고 정주인구를 증가시키는 것, 이러한 정책을 유도하는 것은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주기적으로 해당 지역에 관심을 갖는 관계 인구를 개발해야 합니다. 이는 정주인구와 교류 인구의 중간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무조건 자신의 지방에 오라고 하는 방식이나, 기업이전, 공장 증설 등을 통한 '정주인구' 증가 방식보다 관계 인구에 의한 인구 유입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관계 인구'를 해당 도시의 인구, 인력을 유입하고 로컬로 정착을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워케이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짧게는 3일에서 일주일, 길게는 2주에서 한 달, ○개월 동안 한 지역에 머물면서 원격으로 일을 합니다. ‘어떤 도시를 알려면 그곳에 살아봐야 한다’는 말처럼 메트로폴리스에 사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로컬을 알 수 있는 계기일 겁니다. 워케이션은 이러한 계기, 로컬과 연결되는 물꼬를 트는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책 「마을의 진화」에서는 가미야마에서 '가미야마 주쿠'를 창업한 게도인 씨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대학생, 창업가, 워케이션으로 이곳에 온 직장인들이 로컬에 관심을 갖고 남게 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가미야마 주쿠에서는 이곳에 남으라는 말 따윈 하지 않습니다. 그럴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죠. 사람들이 남기를 선택하는 것이 지역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자신과 마주하고 미래를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 학생이 남기를 선택하는 것이 지역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도시를 떠나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곳으로 이주, 이동해서 생활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정보의 부족, 거주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 구직활동에 대한 불안함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주저하는 20대와 30대, 40대가 많습니다. 


워케이션을 통해 로컬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관계 인구를 늘리는 동시에 지역에 일할 사람, 소비자, 경제 공동체의 증가를 이룰 수 있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합니다.


더웨이브컴퍼니는 청년마을 '강릉살자'와 워케이션 '일로오션'을 통해 이러한 니즈를 확인할 수 있었고, 강릉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정착을 고민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일하는 도시의 이미지


"거기가 어디에 있지? 백화점은 있어?"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나오는 대사입니다. 전남 순천에서 학업을 위해 상경한 해태(손호준)가 여수에서 온 동기와 함께 '여수가 더 큰 도시다, 순천이 큰 도시다'라고 다투는 장면에서 서울 출신 동기가 던진 말이죠. 


생각보다 많은 도시민, 특히 서울과 경기 지역에 사는 수도권 사람들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을 '시골, 지방' 등으로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깡촌'이라는 단어를 말하면서 '수도권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죠. 대도시보다 지방 중소도시의 기업환경, 업무환경이 더 낫다고 보긴 힘들지만, 워케이션 환경이 잘 갖춰진 도시, 공간에서 일하면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워케이션을 국가정책, 지자체의 지역 활성화 방안, 기업의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선정한 일본에서는 워케이션을 통해 '낙후되었다'라는 지역 이미지를, '쉬면서 일하기에도 좋은 도시'로 바꾼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와카야마현 워케이션 공식 인스타그램


일본 워케이션의 대표적인 고장으로 알려진 와카야마의 경우, 우리의 도청소재지에 해당하는 현청 소재지인 와카야마 시에 현 전체 인구에 40% 이상이 살고 있고 긴키 지방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100만 명이 되지 않는 지역입니다. 또한 고베, 오사카와 가까운 북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공업지역이 없는 것도 약점이었죠. 일본인들은 와카야마를 두고 '자연경관이 예쁜 도시', '사람이 없어 쉬고 가기 좋은 관광도시', '시라하마초의 해변이 참 예쁘다' 정도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와카야마현은 2017년부터 시작된 기업 협업을 통해 미쓰비시지쇼, 세일즈포스 등을 포함해 100개가 넘는 기업과 워케이션 협약을 맺고 지역에 워케이션 참가자들을 모았습니다. 또한 해변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도록 현에 있는 해변 대부분에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해 와키야마 현의 해변 어디를 가더라도 노트북을 펴놓고 일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게 했습니다. 


이후 도시는 2017년 8월 '워케이션 포럼'을 여는 등, '워케이션의 성지', '일하기 편하고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시라하마초 해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 참가자의 모습 / 출처 : 와카야마현 워케이션 공식 인스타그램



새로운 관광 콘텐츠


강릉은 강원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중 하나입니다. 강릉에 오는 관광객,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관광'을 목적으로 온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 '관광 도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먼저 생각합니다. 


바다를 품은 도시에서 쉰다고 하면 '즐기는' 모습이 먼저 생각났기 때문일까요? 강릉은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문화, 역사, 산, 바다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만, 관광객들은 '동해 바다'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다에서 진행하는 워케이션 ‘일로오션’에 참여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주에 일로오션에 참여했던 한 참가자 분은 "강릉 바다라고 해서 경포대처럼 시끌시끌한 곳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고요해서 놀랐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대화를 통해서 워케이션 전에는 해수욕을 떠올렸다면 워케이션 후에는 '일하기에 괜찮은 곳'이라는 이미지가 생기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로오션을 경험한 참가자는 앞으로 강릉 하면 경포대, 동해 바다와 함께 ‘조용하게 일하고 쉴 곳이 많은 도시’를 떠올리게 될 겁니다.  



더웨이브컴퍼니는 워케이션을 관광 아이템이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시작, 미래의 일하는 방식으로 여기고 다채롭게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들 수 있습니다. 결국 잘 팔려야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 판매자,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팬데믹 이후 침체된 관광시장을 일깨울 트렌드로 워케이션이 꼽히는 이유, 많은 지자체와 기업이 워케이션을 주력 사업으로 고민하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단순하게) 놀고먹는' 유흥의 면을 강조한 관광의 이미지와 달리 워케이션을 통해서 '일하면서 쉴 수 있는' 생산적인 휴가를 떠올리는 소비자가 늘수록 해당 지역에는 더 다양한 수요가 창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이름만 ‘워케이션’을 쓴 상품이 아니라 업무공간이 제대로 갖춰진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이러한 긍정적 요소를 로컬에서 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로오션과 강릉살자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이런 말을 많이 했습니다. '강릉과 친해지게 되어서 좋다.',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말이었죠. 기업과 공공기관 등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워케이션을 통해 로컬을 사랑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 로컬을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것이 지역에 미치는 가장 긍정적인 영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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