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 Vacation] 스물세 번째
※ 더웨이브컴퍼니는 서울을 떠나 강릉, 사무실에서 벗어난 해변, 그리고 로컬에서 일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역 그리고 일과 휴가, 워케이션에 관한 저희의 생각과 고민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더웨이브컴퍼니는 지난번 연재 콘텐츠에서 워케이션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관계인구', '정주인구', '지역 소멸'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지요. 강릉을 기반으로 로컬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저희에게 지역의 문제는 저희 역시 맞닿뜨리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 경쟁력 감소와 지역 소멸은 로컬의 가장 큰 위기 중 하나입니다. '인구가 많아지고 한 곳에 몰려서 인구밀도가 높다'라고 하지만 어떤 곳들은 사람이 없어서 조금씩 도시가 나이 들어가고 힘을 잃어가고 있지요. 선거 때면 정당, 지방자치단체, 언론 등에서 '워케이션이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저희는 이 부분이 궁금해졌습니다. 워케이션은 지역에 새로운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워케이션이 지역 소멸을 막는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생활인구와 워케이션
워케이션과 지방 소멸 방지, 두 가지는 언뜻 보면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단어의 맥락만 보면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걸로 보이는 게 당연할 겁니다. 워케이션은 업무 방식의 하나이고, 지방 소멸 문제는 인구감소와 인구 유출로 인한 지역 경쟁력 감소의 원인이 있으니까요.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향후 20년간 매년 정부출연금 1조 원을 지원해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지방 소멸 대응기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참고 링크 : 행안부 정책 안내, 관련기사).
지자체들은 해당 기금에 508건의 사업을 신청했습니다. 문화·관광사업은 130개이며 그중에서 '워케이션'이 들어간 사업만 14개에 이르렀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의 확대, 라이프스타일과 업무 환경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워케이션이 각광받은 데 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많은 지자체가 워케이션과 지방 소멸을 연결하는 이유로 인구 집계 방식의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입법 예고한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시행령'에 기재된 ‘생활인구’와 그에 따른 인구집계 방식의 변화가 지방자치단체들의 워케이션 사업 참가를 촉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콘텐츠에서 다룬 '관계 인구'처럼 '생활인구' 역시 한 지역에 거주하면서 살고 있는 정주인구가 아니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해당 시행령에 따르면 생활인구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주민등록을 이전한 경우,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정기 교류 등을 목적으로 체류하는 사람, 외국인이 포함됩니다.
인구 집계 방식의 변화에 따라 인구정책 예산 역시 달라질 수 있기에 '짧게 머무는 사람이라도 붙잡아야 한다'라는 인식이 지자체 사이에 공유되었다고 보입니다. 앞선 지방 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생활인구'가 들어간 사업도 5개가 있는 것을 통해 워케이션처럼 일하는 사람들, 일과 휴식을 위해 로컬을 방문하는 이들을 조금 더 오래 머물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려는 움직임은 커지고 있습니다.
'Hot한' 워케이션은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인구유출로 인한 지역 경쟁력 감소가 큰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출산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고 직장, 교육 환경 등의 이유로 지역을 떠나는 인구가 늘면서 자연적인 인구 증가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지역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더웨이브컴퍼니는 강릉시와 함께 청년마을 지원사업 '강릉살자'를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실시했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해당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 살이에 대한 큰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지역과 원 거주지 사이를 오가며 일하는 이들이 많고 이러한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강릉살자 참가자들은 로컬에 먼저 정착해 자신들의 사업, 콘텐츠, 활동을 이어가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보고 이주를 고민하거나 강릉을 제2의 거주지로 여기고 새로운 활동을 이어가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일로오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워케이션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고객과 기업이 많았고, 실제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이를 확인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워케이션' 키워드가 핫한 것과 별개로 워케이션, 원격근무, 리모트 워크는 아직 업무 방식, 생활방식에서 대세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 방식이 가능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워케이션으로 지방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거주를 하게 하는 것, 오랜 기간 이곳에서 일하게 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라고 보입니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많은 지자체가 달려들고 있고 여기에 '워케이션'을 붙이고 있지만, 지역 인프라에 대한 변화 없이 막연히 단순한 청년 창업, 청년 정착, 워케이션 센터 건립만 하는 것은 워케이션이라는 키워드를 남용하는 한편, 준비되지 않은 채 로컬에 정착하려다가 실패하는 사례를 늘려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커집니다.
로컬을 떠나려는 이들을 붙잡기 위해서,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겪는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를 연결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살고 싶은 곳에서 워케이션을 하고 싶다
더웨이브컴퍼니는 일로오션, 소금별 등 여러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이런 질문을 건넸습니다.
"워케이션 지역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것인가요?"
프로그램의 가격, 개인적인 시간적 여유, 거리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중에서 "내가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 관심이 있는 지역에서 하는 워케이션이라서 더 관심이 갔어요"라는 답변이 인상 깊었습니다. 꽤 많은 분들이 '서울이 아닌 지역 중에서 내가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에서 워케이션을 통해 분위기를 알아보고 싶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워케이션이 지역 소멸을 막는 대안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일과 휴식을 제공한다'라는 워케이션 본연의 목적과 함께, '일자리를 구해서 생활을 이어가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집과 분위기, 여유가 있어야 한다'라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국 여러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워케이션에 대한 만족도(관련기사)는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업과 근로자 모두 워케이션에 만족한다는 기사와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이를 시행하려는 기업,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워케이션의 특성상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에서 수개월 동안 로컬에 머물기 때문에 워케이션을 하는 해당 지역에서 소비를 하게 됩니다. 이에 따른 고용유발효과, 생산효과 등도 따라오게 되죠. 하지만 지자체들이 눈앞에 있는 수치에만 매달린다면 워케이션이 지역 균형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워케이션의 특성상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원격근무를 해도 문제가 없는 직군, 근로자가 대상이기에 상대적으로 그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고, 이들 역시 평균적으로 1~2주 동안 머물다가 복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기 체류, 장기 워케이션으로 이어지려면 지역이 그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게 전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문화, 경제, 로컬 분위기, 콘텐츠, 교통, 직장 등 다양한 요소가 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로컬에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이 떠나려고 하는 도시에 새로운 사람들이 살려고 할까요? 워케이션이 지방 소멸을 막으려는 대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더 많은 부분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