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 Vacation] 서른 번째
※ 더웨이브컴퍼니는 서울을 떠나 강릉, 사무실에서 벗어난 해변, 그리고 로컬에서 일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역 그리고 일과 휴가, 워케이션에 관한 저희의 생각과 고민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봄의 문을 열었다'는 입춘(入春) 절기가 지났습니다. 겨울 워케이션 참가자들이 내부에서 일과 휴식을 즐겼다면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바깥 활동을 즐기는 참가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외에 강릉의 로컬 콘텐츠나 장소를 묻는 경우도 늘고 있고요.
이번 <Work & Vacation> 콘텐츠는 봄과 여름, 가을까지 날씨가 따뜻한 계절에 워케이션 기간에 걷기 좋은 산책길을 추천해드리려고 합니다.
선교장길
경포 생태저류지(경포동 주민센터) - 난곡길 - 서지가마솥설렁탕 - 서지초가뜰 - 선교장
선교장길로 이름 붙인 이 산책길은 공식 명칭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적인 공간인 선교장을 중심으로 걷기 좋은 산책코스입니다. 더웨이브컴퍼니에서 워케이션의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는 이진우 매니저가 추천한 곳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사대부 가문의 생활양식을 알 수 있는 300년 넘는 고택인 선교장을 중심으로 한 산책길로 주변에 다른 관광지와의 접근성도 좋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대로와는 다른 조용한 느낌을 줍니다. 대나무와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과 중간중간 마당이 깔끔히 정돈된 고택을 보면 한적함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산책길입니다.
경포호수에서 이어져 있는 경포생태저류지에서 출발해 경포동주민센터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주변으로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경포천을 따라 걸을 수도 있고 골목으로 들어가 로컬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며 걸을 수도 있어요. 시루봉, 센트파인 CC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설렁탕 가게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전통찻집 서지초가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잠시 쉬어가고 싶다면 이곳에서 옛집을 보며 차 한잔하기를 추천합니다.
시루봉을 향해 북쪽으로 발걸음을 북쪽으로 옮겨도 되고, 선교장을 향해 내려올 수도 있어요. 이번에는 선교장으로 향하려고 합니다. 선교장에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30분에 오르간 연주회를 정기적으로 진행합니다. 주중에 선교장 길을 둘러볼 생각이라면 이 정보도 참고하시면 좋을 거예요.
선교장 안에도 가옥을 구경하면서 걷기 좋습니다. 선교장을 나오면 경포호 쪽에 있는 강릉 해운정으로 향할 수도 있고 산책길의 시작점이었던 경포생태저류지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경포생태저류지도 좋고 오죽헌 인근으로 이어진 메타세쿼이아길을 향해도 좋습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오죽헌과 화폐박물관, 오죽 한옥마을이 위치해 있어 관광을 이어가기에 좋아요.
경포호수길
강릉 3·1 만세운동 기념탑(주차장) - 경포대 - 참소리축음기 박물관 - 경포호수 - 아르떼뮤지엄
앞서 말한 선교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경포가시연 습지와 경포호수가 있습니다. 경포호는 강원도와 함경도 등 동해안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호수로 경포대 인근에 모래톱이 쌓인 사주가 만들어지고, 이후 바다와 호수가 분리되면서 만들어진 특별한 형태의 호수입니다. 경포호수 주변에는 수도권의 한강시민공원이나 일산호수공원처럼 호수 주변을 걸을 수 있는 산책길, 조깅로가 조성되어 있어요. 날씨가 춥거나 궂지 않는 한 많은 강릉시민과 관광객들이 운동을 하거나 트래킹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호수 둘레길은 경포대 해변과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 아르떼 뮤지엄, 초당 두부 마을과 같은 주변 관광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경포호수 산책길의 추천코스는 강릉 3·1 만세운동 기념탑에서 출발합니다. 경포 지역에는 여러 호텔, 유무료 주차장이 많습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꽉 들어차 자리를 찾기 힘든 경우가 많죠. 3·1 만세운동 기념탑 옆에 위치한 공영 주차장은 경포에서 멀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주차하기 편한 곳입니다.
경포해변과 초당 두부마을 등의 관광지에는 사람들이 가득해 시끄럽고 붐비지만 경포호수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한산한 편이어서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아요. 여름휴가철을 제외한 저녁 시간대는 운동하거나 주변을 걷는 강릉시민들이 있어 시끄럽지도, 적막하지도 않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기념탑에서 5분에서 10분 정도를 걷다 보면 경포 호수의 유래가 된 누각 경포대가 있고 그 옆으로 축음기박물관과 손성목 영화박물관, 에디슨 과학박물관이 있습니다. 가로수를 따라 걸으면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닮은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과 이탈리아의 카사를 닮은 라카이 샌드파인 호텔이 보여, 절반 정도 왔음을 알리는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절반 정도 호수를 봤다면 해변 쪽으로 갈 수도 있고 미술 전시를 보기 위해 아르떼 뮤지엄으로 향할 수도 있습니다. 걷기 대신 색다른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호수 주변에서 대여하는 자전거를 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명주동 골목
명주예술마당 - 햇살박물관 - 남문 경로당 - 뚝방길 - 명주 남문 골목 - 칠사당 - 강릉대도호부관아
명주동은 강릉의 옛 도심 지역으로 도시재생사업 이후, 새로운 도심의 여행지로 거듭났습니다. 이곳은 더웨이브컴퍼니와도 인연이 깊은 동네입니다.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이 시작한 곳이죠.
여러 콘텐츠에서 소개해드린 대로 명주동은 강릉의 옛 중심지이자, 현재는 일제강점기 때 적산가옥, 낡은 건물 등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한 카페, 갤러리, 공연장 등의 문화시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4월부터 명주동 주민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활관광 활성화사업 공모 현지 나들이형에 선정되어 ‘시나미 명주 나들이’ 투어를 운영했습니다. 아쉽게도 2022년 10월 30일을 끝으로 프로그램은 종료되었지만, 안녕단오코스, 명주마실코스가 남아있어 언제든지 해당 코스를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옛 명주초등학교 건물을 증축, 리모델링한 후 태어난 문화예술 전시공간입니다. 무료주차장이 위치해 있어 차량을 이용해 오는 분들은 이곳에 주차를 하고 전시를 본 후, 명주동 골목으로 가는 것을 추천드려요. 횡단보도를 건너면 때 묻은 옛 물건을 전시하는 햇살박물관이 있습니다.
햇살박물관이 있는 남문길을 걷다 보면 한 블록 위에는 남문 경로당이, 그 아래로는 단오제 때 퍼레이드가 이어지는 뚝방길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가구 거리를 지나 명주 사랑채, 명주배롱, 작은 공연장 단, 봉봉방앗간, 오월 커피 등이 자리한 남문 골목에서 여러 가지 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
명주동에는 일정 요일에 집안 공간을 공개하는 ‘마당여는 집’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강릉 사람들의 생활과 함께 로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 역시 열려 있습니다.
골목을 지나 대로로 향하면 양반 가옥인 칠사당과 옛 강원도의 행정과 군사 중심지였던 대도호부관아 건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천천히'. '느리게'라는 뜻을 지닌 강릉 사투리 시나미는 명주동 투어를 나타내는 브랜드이자 단어입니다. 이처럼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명주동을 거니는 경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바우길
바우길은 강원도 말로 '바위'를 가리킵니다. 강릉시와 관광공사, 사단법인 강릉바우길이 함께 만들고 운영 중인 강릉 바우길은 제주의 올레길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올레길만큼이나 다양한 코스와 바다, 산, 도심, 문화유적지, 계곡, 금강소나무 숲을 지나는 코스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바우길 홈페이지 링크)
총길이 400km로 강릉 바우길 17구간, 대관령 바우길, 계곡 바우길, 아리바우길 등총 29구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서 말한 산책길과 연결되는 바우길도 많아 트래킹을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