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서 보기' 부산비엔날레

by 최지예


전시 개막과 함께 한동안 정신없는 생활을 하다 보니, 비엔날레가 끝날 무렵에야 제대로 관람하게 되었다.

출장 겸 여행(?) 차 방문한 부산비엔날레에 막차 탑승을 하게 되었는데! 10월 20일을 끝으로 이미 전시가 끝나버렸지만, 나의 느낌을 풀어보고자 한다.



《어둠에서 보기(Seeing in the Dark)》

감독 | Vera May & Philippe pirotte with 박수지 협력큐레이터

장소 | 부산현대미술관, 부산근현대역사관, 한성 1918, 초량재



I. 어둠에서 보기 'Seeing in the Dark'

어둠이란 우리가 처한 곤경을 말한다. 어둠에서 본다는 것이 우리를 두렵게 하거나 미지의 세계를 상상해야 하는 긴요한 일이기도 한 만큼, 본 전시는 ‘해적 계몽주의’와 ‘불교의 도량량’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축으로 삼아 어둠 속에서 우리가 직면한 두려움과 곤경을 직시하고, 벗어나기 위한 거친 실험과 해방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부산비엔날레 홈페이지, 2024)


II. 도전과 해방

'어둠에서 보기'를 보며, 나에게 일관되게 떠오른 단어는 '도전'과 '해방'이다.

전시의 곳곳에 통제와 틀의 구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계몽주의적 시도가 묻어남을 보았다. 해적들이 기존 체제를 벗어나 자치 사회를 구축하고, 불교의 도량에서는 내면의 성찰을 통해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추구하듯, 전시는 어둠 속에서 새로운 해방적 상상력을 찾아 나가는 여정을 시사한다.


1층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었던 망망대해로 (정유진, 2024)는 난파된 해적선을 연상시키는데, 난민의 피난처였던 해적선이 난파되고, 그들은 또다시 갈 곳을 잃었지만 파괴된 잔해들이 또다시 해적선의 재료로 사용될 여지를 남긴다.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의 불안정한 현실을 상징하는 동시에, 파괴와 해체를 통해 다시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자유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image.png?type=w966 정유진, 망망대해로, 2024, 혼합재료, 가변크기. ⓒTHEWAYOF




정유진의 작품 왼쪽 반대편에는, 2022년 도큐멘타 15에서 반유대주의적 작품으로 논란을 일으킴과 동시에 결국 철거를 하게 된 인도네시아 아티스트 콜렉티브 타링 파디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쌀이 정치적 자본으로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고, 이로 인해 수년간 쌀값 상승으로 농민들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타링 파디는 농민들이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허수아비와 걸개그림을 통해 표현하며, 농민들의 저항과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쌀값 폭등과 정치적 불안정에 대한 농민들의 투쟁은 억압적인 권력에 맞서는 강력한 도전이며, 그들이 자립과 해방을 향해 나아가려는 염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image.png?type=w966 타링 파디, 메메디 사와/허수아비 , 2024, 혼합매체, 가변크기.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다소 아날로그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로 구성된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초량재에 위치한 우버모르겐의 은빛 특이점(2024)은 현실과 가상을 뒤섞은 독특한 감각을 전달한다. 이 작품은 억압된 사회적 수동성과 붕괴된 현실을 부정하며 대체 타임라인을 통해 ‘행복한 디스토피아’를 제시한다. 다양한 색과 재료가 어우러진 조형물, 숲의 소리, 미래를 암시하는 영상은 새로운 자유의 가능성을 내비치지만, 동시에 복잡하고 기이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우버모르겐, 은빛 특이점, 2024, 혼합매체, 가변크기. ⓒTHEWAYOF



III. 시사하는 바

'어둠에서 보기'는 혼란 속에서 세상을 대안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며, 제3지대 국가들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작가들이 '어둠'이라는 주제로 하나로 결집한 점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여준다. '해적'이라는 키워드는 강렬하게 부각된 반면, '불교적 도량'은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 아쉬움을 남겼으나, 불교적 사유가 작품 그 자체보다는 설명 속에서 주변적인 요소로 스며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적과 불교를 하나의 공동 주제로 묶어내려는 부산비엔날레의 시도는 매우 흥미로운 접근이었다.


그러나 항구 도시 부산의 지역적 특성과 문화적 다양성, 커뮤니티의 상징성이 전시에서 충분히 대변되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전시장의 미관, 특히 어수선한 작품 배치와 마감의 완성도 역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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