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자라는 이야기

by Whalestar 금예린


결혼식 날, 우리는 전통적인 케이크 커팅 대신 양가 부모님께서 함께 화분에 물을 주는 특별한 순간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히 독특해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그 행위에 깃든 깊은 의미 때문이었다. 두 가족이 하나로 연결되고, 함께 뿌리를 내리며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자는 상징적인 제스처였다. 그 작은 물 한 바가지에 담긴 마음은 달콤한 케이크보다 훨씬 더 진하게 느껴졌다.


그날 받은 화분을 나는 아직도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다. 원래 식물 관리에 소질이 없던 내가 이 화분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결혼식의 마지막 장면처럼, 누군가의 축복으로 시작된 생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틈만 나면 물을 주고, 흙을 살피며 그렇게 식물은 점점 무성하게 자랐고,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만큼 성장했는지도 모른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서로를 보살피는 일,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것 결혼이든 식물이든, 결국 뿌리 내리는 과정은 다르지 않았다.


요즘 그 화분은 제법 풍성하고 튼튼해졌다. 한때 작은 잎이었던 것이 줄기를 키우고 잎을 늘려가는 모습은 결혼 이후의 우리 삶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어딘가 부족해도 계속해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whalestar_김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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