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빙산 May 04. 2024

과학에 대한 오해-On Science

과학과 ‘과학주의scientism’구분하기-과학자의 역사 지식 점검하기

[이번 주에 살펴볼 오해] 역사 속에서 과학의 진보를 막은 주범은 OOO이다.


1. 과학자들이 "주도"하는 역사의 재편집


제가 과거에 마주했던 오해를 푸는 방법 중 하나는 타임머신을 타는 겁니다.

물론 비유 입니다.


문자적 기록이 없는 시대까지 돌아가더라도 마주하게 되는 ‘데이터’가 있긴하지만 그건 패러다임이 가지고 있는 전제해석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전제와 해석은 '앞을 가로막는 벽'이자 '발 밑의 땅'과 같아서 자기가 서 있는 기준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풀어야할 오해를 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더 큰 설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인류가 문자를 사용하여 편지나 책을 쓰고 있던 시대까지 돌아갈 수 있다면 다릅니다. 당대의 사람들의 기록을 살펴보고  그들이 뭐라고 했나 살펴보는 것 만으로도 많은 오해를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계몽주의,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유물론(materialism)적 사상을 기반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대중을 교육하는 현대 시대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암암리에 환원주의(還元主義/reductionism)가 학계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죠.


그리고 그 사이에 과학주의(Scientisim)란 철학이 과학의 탈을 쓰고 주류 문화에 퍼져갑니다.


기술의 발전이 대중이 과학을 우러러보게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거기서 발생하는 권위를 얻게 되고, 과학자들이 철학자들을 대체하여 이 시대의 사상가가 됩니다.

(위) 잘못된 역사지식의 대중화를 이끈 인기 과학자들과 (아래)그들이 인용한 잘못된 역사를 기록한 저자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은 그들이 말하는 과학적 사실과 철학적 주장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티븐 호킹 같은 천체물리학자가 신은 없다고 말하면 정말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과학의 한계, 그 분야의 범주를 아는 겸허한 과학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좌) 아인슈타인 (우) 리차드 파인먼


과학자들은 형편없는 철학자이다.
The man of science is a poor philosopher

-알버트 아인슈타인-



난 자기 분야 밖의 문제를 바라보는 과학자들이 옆에 있는 아무개 만큼이나 멍청하다고 믿는다.  
I believe the scientists looking at problems out of their field is as dumb as the next guy

난 과학자가 과학과 무관한 문제를 살펴볼 때, 다른 사람들과 같이 멍청하다고 믿는다.
I believe that a scientist looking at nonscientific problems is just as dumb as the next guy

-리처드 파인만
Richard Feynman-



유명 과학자들의 잘못된 역사 지식


대중은 과학자들이 잘못된 역사 이야기를 하면 그걸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칼 세이건(Carl Sagan),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 등 의 과학자가 역사학자들보다 역사를 더 잘 알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죠.


한편 어떤 과학자들은 자신의 철학을 지지하는 작가의 책이라면 역사학계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 검증하지 않고 인용합니다. (과학적 사고를 해야하는 사람들로서 게으른 선택을 한 걸까요?)



과학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역사가 대중에게 전해진 유명한 예 중의 하나는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근거 있는 역사적 기록을 먼저 말하자면 기원전 48년 율리어스 시저가 클레오파트라와 그 오빠가 싸운 이집트의 내전 때, 시저가 불을 붙인 배가 연안에 불을 옮기고, 도서관과 다른 건물들을 파괴했다는 기록들이 있죠. (플루타크코스의 ‘(Life of) Caesar’, 암미아누스 마르켈리누스 Ammianus Marcellinus )


[W]hen the enemy endeavored to cut off his communication by sea, he was forced to divert that danger by setting fire to his own ships, which, after burning the docks, thence spread on and destroyed the great library.

- Plutarch

당시 화재를 경험한 이 도서관은 대부분 파괴된 후, 그 후 (서기 272년) 로마 황제 아우렐리아누스(Emperor Aurelian),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 297 CE), 또 서기 642년, 무슬림 아랍이 이집트를 정복할 때 (The Arab Invasion) 그 잔해가 여러 차례 파괴 되었습니다.


 그의 유럽중심, 유럽우월적 관점이 문제가 되는 것 외에도 역사적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나열하지만 그 시대 (혹은 지금) ‘코스모스(cosmos)’를 보거나 읽은 사람들은 칼 세이건의 잘못된 역사 지식을 사실로 받아드리죠.


2024년 4월 교보문고 @롯데몰 은평점

아직도 과학도서의 베스트셀러로 진열 되어 있는 이 ’코스모스‘는 에드워즈 기번(Edwards Gibbon)의 '로마제국 쇠망사 (원제: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를 참고문헌으로 사용합니다.

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 (vol. 1) Gibbon, Edward, 1777

그는 기독교가 주요 종교가 된 로마 시절, 테오도시우스 1세 (Theodosius I, 서기 347-396년) 가 ‘자매 도서관’이 있는 이교도 신전을 파괴한 것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파괴한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기독교가 권력의 위치에 있기 이전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이미 파괴 되어있었습니다.) 에드워드 기본에 대해 알아보면 그는 당대 사람들에게 '영국의 볼테르'로 불렸을만큼 안티-기독교적 어젠다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현대의 대부분의 역사가는 그의 기록에 생략과 부정확성, 편견을 인지합니다.

그는 ...(생략)...역사기록을 조작한 것으로 비난받았다.
He was criticized for ...(생략).... manipulating the historical record.

- World History Encyclopedia - Gibbon's Decline & Fall of the Roman Empire

※이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 제국이 기독교인/크리스천들 때문에 멸망했다는 잘못된 역사를 기술합니다. 예를 들면, 서로마제국의 멸망(서기 476년) 후, 훨씬 더 기독교적이었고 동로마제국이 그 이후 약 천년간 더 번영했던 모순에 대해서는 무시한 분석입니다. - 물론 그렇다고 이 작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역사 과학적 사고를 사용해서 과거를 바라보는 대신 자신의 철학적 관점을 지지하는 해석을 역사처럼 쓴 거죠.



리처드 도킨스도 역사학자가 아닌 독일어 교수 조지 알버트 웰스(G.A Wells) 를 잘못 인용하고 예수라는 인물의 실존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주장을 한 후, 나중에서야 번복하죠.


그 외에도 갈릴레오가 종교재판으로 회부된 이유,그가 받은 처우도*; 중세시대 교회가 '지평설'(혹은'평평한 지구론' Flat Earth Theory)를 가르쳤다는 등 인기 많은 일부 과학자들에 의해 많은 오해가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언론에서도 이런 점을 기사화 한 적이 있어 링크를 남깁니다


2. 과학과 종교의 갈등론을 발명한 두 사람


전 옥스포드 대학교 수학교수 존 레녹스(John Lennox)의 강의, 미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 원자력 과학 및 공학 교수인 이안 허친슨(Ian Hutchinson)의 강의(링크)를 통해 과학주의(Scientism)에 대해 인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관련된 인물에 대해 조사해본 역사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세상을 속인 위대한 발명: ‘갈등논제(Conflict Thesis)’


허위 정보로 과학과 신앙이 대립한다는 논제(이론)을 만들어낸 두 사람: (좌) 존 윌리엄 드레이퍼 (우) 앤드류 딕슨 화이트

종교가 과학의 발전을 막았다는 주장. 소위 ‘갈등논제(Conflict Thesis)’ 라고 불리는 이 관점은 19세기 앤드류 딕슨 화이트(Andrew Dickson White)와 존 윌리암 드레이퍼(John Williams Draper)에 의해 대중화 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사람이 쓴 글들이 에드워드 L. 유맨스(Edward L. Youmans)라는 사람의 권유로 다른 시점에 각각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미국의 가장 대중적인 종교는 기독교이죠.


앤드류 딕슨 화이트의 저서 <과학과 기독교 신학의 전쟁사 (원제: A history of the warfare of Science with Theology in Christendom)> 는 잘못된 내용들을 가지고 종교가 과학의 발전을 막고 있었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전까지 대부분의 고등교육기관이 종교(기독교)인들을 통해 설립되고 운영되던 것에 불만을 갖고 고등교육의 세속화를 목표로 한 캠페인의 일부였죠. (그는 코넬 대학교를 공동창립합니다.)

*대학교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studia generalia는 수도승들을 교육하기 위해 시작되었고 대학교 자체가 기독교문화권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하버드, 캠브리지, 옥스포드 대학 영미권 주요 명문대학 모두 기독교 태생(?) 입니다.-출처: 브리태니커 사전)


존 드레이퍼의 인용에는 출처를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앤드류 딕슨 화이트는 수많은 주석note를 포함했기 때문에 그 주장의 근거를 쫓아가볼 수 있습니다.

실제 그 프로젝트를 진행한 작가들의 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허위사실을 날조했는데, 한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화이트는 그의 책에서 ‘장 칼뱅/John Calvin’이 “성령의 권위 위에 누가 감히 코르페니쿠스의 권위를 올리겠는가” 라고 썼다고 했지만, 그의 어떤 저서에도 코르페니쿠스에 대해 쓴 적이 없죠. 위 내용은 버트란드 러셀, 토마스 쿤 등 유명인사에게 인용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장 칼뱅은 천문학에 대해 쓴 적 이 있는데, 이렇게 써있죠.

천문학에 대한 공부는 즐거움을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굉장히 유용하다. 아무도 이 학문이 신/하나님의 지혜를 드러낸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학문에 노력하는 똑똑한 사람은 칭찬 받아야 마땅하고, 이런 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여유가 있는 사람은 이런 연구를 무시해선 안된다.

“The study of astronomy not only gives pleasure but is also extremely useful and no one can deny that it admirably reveals the wisdom of God. Therefore clever men who expend their labor upon it are to be praised and those who have ability and leisure ought not to neglect the work of that kind’

출처: John Calvin, “Sermon on 1 Corinthians 10:19-24”, Calvini Opera Selecta, Corpus Refomatorum,Vol 49, 677, trans. by Robert White in “Calvin and Copernicus: the Problem Reconsidered“, Calvin Theological Journal 15 (1980), p233-243, at 236-237

전혀 반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각주까지 만들어가며 날조 한거죠.

이런 오해는 갈릴레오에 관한 일화, 의학의 발전을 막았다는 등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


한 편, 존 윌리엄 드레이퍼는 훌륭한 화학자였습니다. 사람의 얼굴, 달 표면을 제일 먼저 찍은 과학자이고, 그 덕분에 사진인화 기술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년에 과학보다 역사가 잘 팔리는 사회풍조 속에 에드워즈 유맨스의 권유로 역사에 대해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에드워즈 유맨스가 출판 대박을 내고 시간에 흘러 이 오해가 대중의 인식에 자리 잡습니다.


역사학계는 이미 100여년 전에  'Draper-White 논제'(과학과 종교의 전쟁)이라는 이 관점에 대해 너무 단순한 해석이라며 이 논제를 부정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하지만 칼 세이건, 리처드 도킨스, 닐 디그래스 타이슨, 스티븐 핑커, 샘 해리스 등의 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이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죠. 그렇게 일반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줍니다.


안타깝게도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 고등학교 교과서 중 71%의 교과서가 이 '과학과 종교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인 '드레이퍼-화이트 주의 (Draper-Whitism)' 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교과서를 통해 특정 관점을 주입 받은 학생들이 대학생이 됩니다. 



강의 중간에 MIT의 이안 허친스 교수가 묻습니다.


”만약 A.D 화이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기독교가 과학의 발전을 몇 백년간 막고 있었다고 하면, 왜 다른 문화에서 과학이 급속히 발전되지 않았을까요?“



3. 현실은 어떤가요?


실제 역사를 살펴보면 어떨까요?

각 과학자 마다 한 권의 책 이상이 나올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다룰 수 있지만, 간략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1) 과학 혁명을 이끈 과학자들


- 아이작 뉴튼은 과학자이자 신학자였고 신학에 대해 더 많이 썼다고 알려졌죠. 그의 신학관의 일부가 정통적인 기독교와 다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그의 유명한 저서 <프린키피아> 에서도 그의 신앙을 드러내는 서문을 넣죠


- 마이클 패러데이 (Michael Faraday), 물리학자이자 화학자, 전자기장의 이해에 크게 기여한 실험들을 고안했습니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교회에서 읽고 쓰기를 배우죠. 그리고 과학자로서 그의 역할에 대해  우주의 물리적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그의 종교적 가치의 연장선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또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과학자로 성공한 그가 런던 상류 사회층의 부유한 삶을 사는 것을 거절하고 기사작위를 거절하고, 영국왕립협회장을 맡는 것을 거절합니다. 그의 삶을 연구한 학자들은 그의 이런 태도의 근원을 그의 신앙 때문이라고 하죠. 그는 Christmas Lecture를 시작하여 아직도 이어지고 있죠.


- 로버트 보일 (Robert Boyle), 보일의 법칙으로 유명한 그는 책을 통해 과학과 종교적 지식을 연결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브리태니커 웹사이트에선 아예 그를 자연철학자(Natural Philosopher)로 분류하고 그 아래 과학에 대한업적을 나열 합니다.)  우주를 커다란 기계로 기계론 철학(Mechanical philosphy)를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열성적인 영국성공회교도로 교육과 선교 활동을 지지한 바 있고, 자신의 연구들을 영국왕립협회 (Royal Society)에 남기고 기독교를 방어/옹호하는 강의를 남깁니다. 지금은 'Boyle Lecture'로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제임스 맥스웰 (James Clerk Maxwell), 마이클 패러데이와 상속된 재산이 많은 변호사 아버지 가정에서 자랍니다. 맥스웰 역시 남겨진 그의 서한등을 통해 신앙적 간증을 남겼고, 자신의 과학적 업적을 '신의 계획'으로 생각했습니다. (The Life of James Clerk Maxwell)


그 외에도 존 달튼, 요하네스 케플러, 그레고리 멘델 등 나열하자면 너무 많아 생략합니다.


일부 옛날 사람만 골라서 예시로 삼은 거 아니냐구요?

좀 더 시간대를 넓혀 통계를 보면 어떨까요?


(2) 과학과 종교에 대한 통계


미국 워싱턴 대학교 사회학자 로드니 스타크(Rodney Stark)의 연구에서도 1543년의 코르페니쿠스의 책부터 1680년까지 태어난 과학자들 52명의 과학사의 스타들을 나열합니다. 그 중 60%가 독실한 기독교인, 38%가 관습적인 기독교인, 단 한 명만 회의주의자이자 무신론자였습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사회학자 로버트 우쓰나우(Robert Wuthnow) 의 연구(2009)는 이런 체계적으로 조사된 통계가 있습니다. 미국 전체 인구통계롤 봣을 때는 신앙이 있는 사람이 더 작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학계 전체를 봤을 땐 종교가 있는 사람이 적은 게 사실이지만, 인문사회학과 과학분야를 구분했을 때는, 과학자들이 기독교인인 비율이 높았다는 거죠. (사회학에서는 종교에 관심없음 49%, 신을 믿지 않음 41%, 인문학에선 46%, 신을 믿지 않음 36%; 과학분야에서는 종교에 관심없음이 38%, 신을 믿지 않음이 20%.) 만약 과학과 신앙이 상충된다면 반대 결과가 나왔어야 한다는 말이죠.


과학분야가 아니라 노벨상 전체로 한 흥미로운 조사도 있습니다.

<100 years of Nobel Prizes (번역: 노벨상의 100년) >(Baruch A. Shalev) 에서 언급된 1901년부터 2000년 사이의 654명의 노벨수상자들을 대상으로 28개의 종교로 나누어 조사한 통계가 있습니다. (p.59, and p.57)

1901년-2000년 사이 노벨수상자들의 종교


100년간 노벨수상자 중 65.4%가 기독교인, 21.1%가 유대인이었습니다. (유대인은 인구수에 비해 굉장히 높은 비율이죠)


어떤 이들은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세계관이 과학의 발전을 도모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4. “오해”를 제작하는 방법


2019년 겨울, 우연히 인터넷에서 어떤 밈/짤을 만나게 되었고, 그 진위여부를 알아보고자 그 짤 속에 언급된 모든 주장에 대한 조사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 모든 주장들을 따라 처음 인용된 책, 그 책에서 인용된 책, 이렇게 100년, 200년,300년.. 따라가보니 오해의 근원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진실을 살펴본 후, 인터넷에서 떠도는 그 그 짤을 만들기 위해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1) 대부분의 디테일을 생략하고 2) 남은 부분의 묘사를 부정확하게 표현 한 후 3) 유사하게  보이도록 나열 하고  4) 근거가 없는 허위 정보를 추가해서 유사성을 확보 합니다.


별 생각없이 이 ’짤‘을 받아드리는 사람들은 현실과 멀어지게 되는 거죠.


한편 어떤 경우에는 주로 생략을 사용하는 패턴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선 문자기록(책, 편지)을 통해 확인이 가능한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확인 합니다.


사실의 예:

(1) A는 N세기의 사람이다. A는 B나라 사람이다.

A는 C라는 사상/철학/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A가 D, E, F를 발명/발견했다 (혹은 발전시켰다).


(2) G는 N세기 사람이다.

G도 B나라 사람이다.

G도 C라는 사상/철학/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G가 H,I,J,K를 발명/발견했다 (혹은 발전시켰다).

...

(생략)

....

(6) M은 N세기, B국, C사상/철학/ 세계관을 가진 사람인데 X,Y,Z를 발명/발견/발전시켰다


이 인물들에 대해 조사하는 역사가(혹은 역사학 전공자)들이 당시 시대 배경과 각 인물들이 어떤 저서를 썼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펴보니 이렇습니다.


단순 분석: 1차적으로 이 사실들을 나열하면 N세기 C라는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D,E,F…X,Y,Z를 발견했다.


물론 상관관계 자체가 인과관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패턴을 인식하게 된다면  이 N세기를 연구하는 역사가들은 자연스럽게 “왜 그 떄, 그 곳에서 이런 발견이 있었을까?” 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C라는 세계관이 영향을 미친 건 아닌가? 란 질문을 해볼 수 있겠죠.


그런데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P)가 도래합니다.

저자들이 명시적으로 적은 내용들보다 읽는 사람들의 해석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게 됩니다. 저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원래 의미 보다는 저자가 적은 텍스트가 자기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된거죠.


그리고 해석자의 철학적 전제가 데이터(사실)을 해석할 때 주입 됩니다.

이 시대(P)를 살아가는 학자들은 위 사실들을 종합해서 그 시대의 사람들에 대해 책을 쓰고 이론을 만듭니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C라는 사상/철학을 경시 하거나 무시합니다. 위 역사 속의 인물, 그리고 그 시대의 산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C라는 사실을 배제합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청소년, 대학생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단어가 뭔지도 모르는 시대(PP)가 됩니다. 하지만 그 포스트모더니즘이 소비되는 문화와 철학의 기초가 되어 있는 시대가 됩니다.


이 시대(PP)의 철학적 전제: C라는 사상은 미개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이 C라는 사상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켰다.


교육체계에서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지 않은 사실인 C에 관한 내용을 생략/삭제합니다.


이 시점(PP)에 알려진 사실: A,B,C,D…M은 N세기, B국 가진 사람인데 X,Y,Z를 발명/발견/발전시켰다.



일반 대중들이 과학자들로부터 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배울때, 과학적 지식 외에 그들이 인용하는 잘못된 역사지식과 그들의 철학을 함께 배우게 됩니다. 칼 세이건의 경우, 주로 유럽중심적 사상을 기초로 반종교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걸 대중은 모르죠. 그렇게 우리는 역사 속의 과학의 선구자들이 가지고 있던 C라는 사상/세계관을 배제한체 배우게 됩니다.  


실제 구 소련이 붕괴된 후, 러시아, 동유럽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의 교수진이 학술교류가 재개되어 강의를 갑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에 대한 설명, 과학사를 가르칠 때, 과학자들의 C라는 부분에 대해 알게 된 구 소련 과학자들은 외칩니다.


“왜 우리들은 그들이 C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걸 배우지 못했나요!”   

(사회주의 국가에선 기독교 사상과 가치관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죠.  용서를 명령하고 나약함을 하대하지 못하게 합니다.)


반종교적이면 사실 여부도 알아보지 않고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작용합니다.

갈릴레오에 대해서, 중세 교회에 대해서, 많은 잘못된 역사지식이 팽배합니다.

그게 우리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읽고 있는 과학자들에 대한 역사가 되었습니다.



모든 시대에 파편적으로 존재해온 기술의 발전.


중국에서 화약이 개발 되고, 한국에서도 금속활자가 유럽보다 먼저 개발됐죠.

중국에서 중국 4대발명으로 자랑하는 화약. 당나라 말기(서기 904년)부터 군용으로 사용되었다는 화공(火攻) 과 관련된 책략에 대한 기록이(《九国志》)이 있고, 송나라 시대에 화약무기로서의 발전이 이뤄졌다고 합니다.(중국 기록에 따르면 중국에서 인도를 거쳐 아랍으로 간 후, 그 다음 그리스 사람들에게 전해졌다고 합니다. 서구에선 13세기초부터 폭죽에 대한 언급된 기록이 있고, 그제서야 화약제조공식을 얻었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1. Baidu 백과; 2. 영문자료 (History of gunpowder, Time line of the gunpowder age)


하지만 왜 이론과학, 천체물리학, 물리학, 유전학은 유럽에서 시작되었을까요?

우연일까요?





Ep.2 맺는 말: 현실에 대한 해석


동양 철학, 동양 종교에서는 자연을 신성시 합니다. 힌두교의 경우, 신과 이 세상은 구분이 없고, 자연과 신을 동일시하죠. 그렇기 때문에 자연이 연구대상이 아닌 숭배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유대교와 기독교에선 자연을 창조자가 만든 피조물로 구분합니다.

창조자가 보편적인 법칙으로 이 세상을 운영하고 있다는 가정을 할 수 있게 하고, 그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이 세상을 운영하는 신의 법칙을 기대하고 탐구하게 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어느 종교가 우월하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유대-기독교 문명의 서구문화 속의 기독교세계관이 과학적 체계를 잡아가는 철학적 틀이 될 수 있었다는 주장.

그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를 나눠보고자 한 겁니다.


기독교가 과학의 진보를 막았다?
기독교/종교가 과학의 적이다?


이건 사실과 거리가 먼 오해입니다.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세계관의 진위여부와 무관하게 이건 역사적 오류 입니다.

이 오해를 풀어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의 31.6~31.7%*의 사람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내려놓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계: 31.7% 2011 Pew Research, 31.6% Statistica 2024 )의 사람들에 대해


일부 국가에서 두드러지는 기독교인 수의 감소가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통계에 따르면 전 지구적으로 봤을 때는 무교(unaffiliated)가 14.4%이죠. 2011년 31.7%에서 13년 간 0.1%가 감소했을 뿐입니다.

2024년 Statistica


과학은 딱히 종교를 차별하지 않는데, 무신론은 종교를 차별하는 성향이 있죠.

자연과 자연의 법칙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과학은 그 법칙에 대한 관찰과 해석이죠.


무신론은 그걸 물질주의적 철학적 전제를 가지고 해석하고, 기독교와 같은 종교는 과학이 신을 가르키는 힌트라고 주장할 뿐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