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무관한) 과학자들의 비평: 21세기 교양지식 (2024년 5월)
들어가는 말
지난 편에서 언어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언어는 ‘진화’의 산물일까요?
언어의 기원.
오랜 시간 거쳐 인간이 진화하면서 단순한 의사표현에서 복잡한 의사표현이 가능하게 된 걸까요?
명사부터 시작되어 동사가 생겨났을까요?
자음부터 시작해서 모음이 시작되었을까요?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Noam Chomsky)의 견해를 빌리는 것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그건) 가장 기본적인 팩트들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언어의 진화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언어가 제스처나 던지는 동작, 아니면 씹는 것에서 진화했을 수 있다는 둥의 것들이 전부 입니다. 그런 것들은 말도 안됩니다.
원문) ”(it) doesn’t seem at all consistent with even the most basic facts. If you look at the literature on the evolution of language, it’s all about how language could have evolved from gesture, or from throwing, or something like chewing, or whatever. None of which makes any sense’
(Noam Chomsky, The Science of Language: Interivews with James McGilvray (Cambridge: CUP, 2012),P.49
촘스키 선생님(?)은 인간의 수학능력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하기도 했죠.
"(수학능력이) 자연선택으로 진화할 수 있을리가 없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최근 들어 소수의 사람들이 사용하기 전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건 그냥 다른 방법으로 발전한 거다.
[원문](It) could not have evolved by natural selection; it’s impossible because everybody’s got them, and nobody’s ever used them, except for a very tiny fringe of people in very recent times. Plainly it developed in some other way.’
(Chomsky, Science of Language, p.15)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님의 책에 인용된 미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프리맥(David Premack/펜실베니아 대학교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의 언어는 진화론에 있어 당혹스러운 존재이다.
언어가 선택적 적합성(selective fitness)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다.
‘Human Language is an embrassment for evolutionary theory because it is vastly more powerful than one can account for in terms of selective fitness’
-Cited by Steven Pinker, Language, Cognition, and Human Nature: Selected Articles, 1st ed. (Oxford: OUP,2013), p.146
"인문계 박사가 하는 과학이론 평가가 무슨 가치가 있나요?"
그럴 줄 알고 준비했습니다.
자연과학만이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겠지만, 자연계 과학자들도 ‘신다윈주의’ 진화론이 과학적 근거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 새로운 과학적 발견들이 시사하는 바를 등한시 하는 거라고 비평합니다.
저희가 인터넷에서 주로 유명한 과학자가 유명한 종교인 혹은 일반인들에 대해 비평 (혹은 조소) 하는 것들을 봅니다. 그래서인지 이 주제에 대한 비평의 불균형적인 시선을 갖게 되는 지도 모르죠. 같은 '급'의 학자들의 토론을 보면 느낌이 달라집니다. 예전에 살펴본 토론의 예(https://bitl.tistory.com/108)도 있지만 오늘은 다른 구성으로 설명해보려 합니다.
옥스포드 대학교 생리학자 데니스 노블(Denis Noble) 교수, 시카고 대학의 분자생물학자 제임스 샤피로, 진화론과 발생생물학을 접목시킨 evo-devo의 전문가 이론생물학자 거트 뮬러 (Gerd Müller) 교수 등 총 81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웹사이트(링크) 입니다. (1명만 독립조사원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생물학, 진화생물학, 분자생물학, 동물학 등 진화론과 관련된 분야의 교수나 박사들이었습니다.)
이 웹사이트는 그들의 Rationale(방침/신조)에 대해 이렇게 소개합니다.
[번역]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물학적 다양성을 설명해내는 방법이 두가지 뿐이라고 믿습니다.
하나는 신성한 창조자의 개입에 의존한 창조론creationism입니다. 그건 과학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진화과정에 임의의 초자연적 힘을 불러들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건, 보편적으로 받아드려지는 대안인 '신-다윈주의(neo-Darwinism)'이죠. 자연주의적 과학이지만 최신 분자(과학)적 증거 대부분을 무시하고, 우연한 유전적 성격에 대해 일련의 근거없는 가정을 언급하죠.
신-다윈주의는 공생발생(symbiogenisis), 수평적 DNA전달 (Horizontal DNA transfer), 이동성 DNA의 작용, 후생적 변형(Epigenetic Modification)과 같은 중요한 급속 진화과정을 무시합니다.
무엇보다, 어떤 신-다윈주의자들은 실질적 근거없이 '자연선택'을 진화와 관련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독창적인 '창조적 힘'으로 격상시킵니다. 오늘날 많은 과학자들은 진화 과정에 대해 더 깊고 완전한 탐구의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웹사이트의 성격이 잘 드러나죠?
이번 글을 통해 제일 먼저 풀고 싶은 오해는 바로 이겁니다 :
진화론을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종교인들 뿐이다
찰스다윈 시대 이후, 우리 인류는 여러 분야에서 과학적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분자생물학, 유전학, 나노엔지니어링, 합성유기화학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들은 찰스 다윈의 이론을 더 지지할까요? 아니면 그의 가설을 더 약하게 만들고 있을까요?
유신론자도 아니고, 창조론을 부정하는 과학자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신-다윈주의는 공생발생(symbiogenisis), 수평적 DNA전달 (Horizontal DNA transfer), 이동성 DNA의 작용, 후생적 변형(Epigenetic Modification)과 같은 중요한 급속 진화과정을 무시합니다. ”
그 외에도 ‘A scientific dissent from Darwinism (번역: 다윈주의에 대한 과학적 반대/이이) 라는 웹사이트에도 이미 1,000여명의 과학자들이 서명을 했죠. (2019년 기준) 적어도 생물학, 화학, 수학, 공학, 컴퓨터 과학 등의 자연과학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들만 이 리스트에 기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동참한 과학자 목록 링크 *나중에 세어보고 숫자를 업데이트 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서명하면 현 패러다임 밖의 학자로 취급받아 학회에서 왕따를 당합니다.
데니스 노블 교수는 ’신 다윈 주의에 대해 이렇게 평가합니다.
신 다윈주의가 생물학을 반세기 이상 지배해 왔기 때문에 그 관점은 대학교과서를 포함한 과학문헌에 너무나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생물학자들이 불일치성(모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거나 오류를 인식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개념적 본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신다윈주의의 언어 자체가 보다 포괄적인 이론의 발전을 막는 강력한 장벽(장해물)입니다…. 신다윈주의의 전체적 개념 자체가 어려움을 만들어 냅니다. 모든 개념과 비유가 전체적 마인드셋을 강화해서 그 체계 밖에 서서 이게 얼마나 매혹적인 기만인지 평가하는 걸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연초에 진화론에 대한 조사로 많은 자료를 검색을 해봤습니다.
종교적 입장에서 진화론을 비판하는 글과 과학의 탈을 쓴 철학적 주장을 하는 글도 많이 있었습니다. 주로 종교적 입장에서 진화론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비과학적 목소리가 비판을 받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한편, 반종교적 입장에서 진화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주장에서도 비과학적인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양쪽 다 깊은 이해 없이 반복적인 인용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깊이 있는 글들도 있었겠지만 제가 살펴본 범주 안에서 입니다)
여기엔 이런 오해가 도사리고 있었죠.
종교가 있으면 비과학적이고, 종교가 없으면 과학적이라는 생각.
미남교수 리처드 도킨스님이 널리 퍼뜨린 과학주의적이며 반종교적 태도이죠.
구글 검색엔진의 선호를 받고 있는 브런치스토리의 글도 제게 실망을 안겨준 건 마찬가지 입니다. 일련의 근거와 과학적 참고자료 없이 ‘진화론에 대한 오해’에 대한 검색글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주장에 설명을 더했을 뿐이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비평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글이었습니다.
(비밀:이번 글은 검색엔진 상위권 탈환을 목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진화론을 이야기 하면서 어떤 진화론을 이야기 하는지 조차 세부 구분을 하지 않는다면, 그 글은 시작부터 부정확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그 시작점을 지구로 제한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대진화macroevolution, 소진화microevolution, 화학진화chemical evolution, 이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화학진화는 화학원소들이 어떻게 첫 생명체/유기체가 시작되었는지, 생명의 기원과 연관된 진화입니다. Abiogenesis라고도 표현합니다.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조사하신 분들은 모두 생명의 기원에 대한 모든 학설은 다 가설이라는 부분에 동의할 거라 생각됩니다.
자, 그럼 대진화가 가능하려면 일단 소진화가 축적이 되어야겠죠.
환경에 대한 적응과 소진화에 대한 구분도 차칫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열심히 운동한 아빠의 두꺼운 팔뚝이 그 후세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잠시 공식 아닌 공식으로 정리해보죠.
[자연선택] x [돌연변이] x [긴 시간]
=> 점진적 변화의 누적 => 소진화 => 대진화 ?
찰스 다윈이 후세에 남긴 ’반론 챌린지‘
찰스 다윈의 책 <종의 기원>을 통해서 찰스 다윈이 관찰한 것은 ‘소진화’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생물이 환경에 따라 적응하는 것을 관찰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찰스 다윈에 대한 ’신화와 같은 전설‘과 오해도 꽤 많지만, 이번 글에선 그와 무관한 두 개만 다루겠습니다.
그는 ‘점진주의gradualism’을 진화의 정수essence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론에 대해 도전하는 반대자들에게 이렇게 썼죠.
만약 수많은 연속적이고 작은 개선들을 통해 복잡한 유기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입증한다면 내 이론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찰스 다윈, <종의 기원>
원문: ‘If it could be demostrated that any complex organ existed which could not possibly have been formed by numerous, successive, slight modifications, my theory would absolutely break down’
출처: The Origin of Species, 6th ed. (New York: New York University Press, 1988),p.154
리처드 도킨스 역시 <눈 먼 시계공>에서 이 주장을 반복하죠.
출처: Dawkins, Blind Watchmaker (London:Longmans, 1986), p.91
얼핏 봤을 때는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으로 ’진화‘한다는 거죠.
당시의 현미경으로 세포를 겨우 보던 시절. 그런 주장을 반박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현미경이 발달하고 분자단위를 관찰하게 된 지금은 어떨까요?
Irreducible Complexity (환원불가한 복잡성)
생화학자 마이클 비히(Michael Behe)가 그 예를 찾았다며 반기를 들고 나타납니다.
환원불가한 복잡성, Irreducible complexity라는 단어를 들고 왔죠.
이미 오래 전에 발견된 Bacetrial Flagellum이 바로 그겁니다.
(이미지)
모터, 로터, stator, bushing, drive-shaft 가 있는 이 ’나노머신‘은 어떤 ’부품‘ 하나가 없으면 기능하지 못합니다. 모터는 비유가 아니라 실제 모터 같이 작동하는 기관입니다.
(각 '부품'에 해당하는 부위에 대해 네이처 논문(링크)이 따로 개제될 정도 흥미로운 녀석 입니다)
마이클 비히는 쥐덫을 비유로 사용하며 대여섯가지 부품으로 구성된 쥐덫이 최소의 기능하는 유기체라고 하면, 그 부품들이 단독적으로는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이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의 예라고 주장합니다.
기원에 대한 오해에서 제가 예시로 사용한 아장아장 걷는 ‘모터 프로틴motor protein’ 기억하시나요? 키네신의 예를 들자면, 이동할 수 있는 ‘다리’, 운반할 수 있는 ‘팔’ 등이 단독적으로 점진적으로 생겨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죠.
물론 논리적으로 보면 찰스 다윈의 주장 자체가 'negative'를 입증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좀 우습긴 합니다. 무엇이 없다는 걸 입증하는 게 어렵다는 거죠. 리처드 도킨스의 스타일을 빌리자면 ‘ㅇㅇ이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ㅇㅇ이 있다고 믿어야 하느냐’ 가 되겠네요.
마이클 비히 박사는 대놓고 현대 과학계의 패러다임에 반기를 들면서 학계에서 괴짜로 취급 받습니다. 하지만 진화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은 그 뿐이 아닙니다.
시카고 대학의 생화학과 분자생물학 교수 제임스 샤피로 (James A. Shapiro) 박사는 자신의 책 <Evolution: A View from the 21st Century>(진화: 21세기의 관점) 을 통해 말합니다. DNA의 증거가 (찰스 다윈의 언어를 빌려서) “수많은 연속적이고 작은 개선들을 통해 ” 진화가 이뤄진다는 생각을 거부하게 됐다며. (그는 점진주의와 ‘지적설계’ 모두 반대 합니다.)
<종의 기원> 이후, 150여년의 긴 시간이 지나, 자칭 ‘이기적 유전자’ 교회의 반종교주의의 전도사, 리처드 도킨스 님은 불가능해보이는 이 점진적 도전을 이렇게 해결하려 했습니다.
‘불가능을 아주 작은 처리가능한 부분으로 나눠서, ’오를 수 없는 산‘을 완만한 경사를 기어 돌아서 올라가는 겁니다. 백만년에 1인치씩 ’
...breaking the improbability up into small manageable parts, smearing out the luck needed, going round the back of Mount Improbable and crawling up the gentle slopes, inch by million-years inch.
- Richard Dawkins, Climbing Mount Improbable (London:Penguin, 2006, p.68)
점진주의적으로 이어지려면 늘 두 가지 선택지를 마주합니다.
성공 혹은 실패. 진화가 말하는 자연선택에 의해 이어지거나 사라지겠죠.
예를 들어 이 산의 정상까지 1,000개의 계단이 있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2의 1000승 분의 1 이 됩니다.(1/2^1000)
약 10의 300승 분의 1이죠. (1/10^300)
자, 그럼 우리 몸에 존재하는 헤모글로빈으로 예를 바꿔보겠습니다.
구소련 출신 생화학 교수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보스턴 대학)가 계산한 ‘아미노산으로부터 무작위random하게 헤모글로빈 분자가 형성될 가능성’
이 분자들은 4개의 아미노산 사슬로 구성되어 있고, 각 사슬은 14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생명체에서 발견된 아미노산은 20 종류이죠.
그럼 이 20개를 146개의 연결고리로 배열하는 경우의 수는 20의 147승입니다. 10의 190승이죠. (천체물리학자들이 계산한 우주 전체의 광자proton의 수는 10의 70승 개입니다.)
자, 그럼 우주의 나이는 어떻게 될까요. NASA의 기준으로 130.7억년 (13x10의 9승)입니다.
헤모글로빈이 우연히 제대로 기능할 순서대로 나열될 가능성 (10^190개)
우주의 나이* (13x10^9)년
(1999년의 예측, 70억~120억년에서 변경됨. 2023년 267억년이라는 주장의 연구도 새로 나옴.
출처: https://phys.org/news/2023-07-age-universe-billion-years-previously.html .. 그래도 부족함)
(13x10^9)/(10^190) = 1.3e-180
…
아미노산의 기본 구성요소를 일부 얻어냈다고 가정을 해도 그게 바른 순서대로 조합될 가능성을 계산하면 이렇게 됩니다. 만약 단백질이 아미노산과 짧은 단백질들로 구성되었다면
일단 편의상 100개라고 가정을 해봅시다. 그것들은 두 가지 유형인 L형(L-form)과 D형(D-form)으로 존재하죠.
예시 L-amino acids and D-amino acids
이 두 유형은 서로 거울의 상처럼 존재하고, 생명이 존재하기 전 시뮬레이션에서 둘 중 하나를 얻게 될 확률은 50% 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백질은 L형(왼손잡이성 단백질)이고 100개의 L형을 얻을 확률은 100의 거듭제곱의 절반 정도가 되고, 그건 10의 30승 분의 1의 확률입니다.
1/(10^30)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우린 맞는 사이즈를 얻는 것에만 아주 큰 확률적 문제, 너무 작은 가능성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아미노산들을 결합해야 합니다. 그리고 단백질은 특정종류의 펩타이드 결합을 요구 합니다. 이건 아주 중요해요. 단백질이 3차원적으로 올바른 구조로 접혀야 합니다. 그런데 시뮬레이션에선 결합의 절반 만이 펩타이드 였습니다.
그럼 다시 우린 그걸 100개 얻을 확율은 10의 30분의 1입니다. 이제 10의 60승분의 1로 줄었습니다.
1/(10^60)
따라서 아주 처음부터, 아미노산의 정렬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생명이 출현하기 전의 시뮬레이션 속의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그런데 아미노산은 20개의 종류가 있죠.
하나를 특정 위치에 넣을 확률은 20분의 1. 100개를 바른 순서대로 넣으려고 하면 20의 100승분의 1이 됩니다.
1/(10^130)
그런데 한 생명체 안에는 수백만개의 단백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확률은 10의 40000승분의 1이 됩니다.
1/(10^40000)
그래서 프레드 호일 같은 수학자가 유명한 보잉747에 대한 비유를 한 겁니다.
그냥 극단적인 비유를 한 게 아니라, 저런 확률을 잘 설명해낸 거죠.
우연히 생명이 만들어질 확률은 토네이도가 자원회수 스테이션(고철더미)를 쓸고 지나가며 보잉747을 만들어낼 확률과 비슷하다
-Sir Fred Hoyle 프레드 호일 -
프레드 호일이 괴팍한 성격으로 노벨상을 놓치기도 했지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조세프슨(Brian Josephson)(캠브리지 대학)이 도킨스의 ‘등산’ 시도에 숨어 있는 전제/가정을 지적하는 겁니다.
<눈 먼 시계공>과 같은 책에서 하는 주장의 중요한 요소는 생명의 기원에서부터 인간까지 이어지는 연속적인 경로/길path의 존재여부에 있다. 그 길은 우연히 일어날 수 있을만큼 작은 단계가 있고, 자연선택의 선호를 동시에 받아야 한다. 그런 길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적 필연성이 있는 것처럼 소개 되지만, 실재로 그런 논리적 필연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화론에서 보편적으로 이런 길의 존재 필요성을 가정한다.
(원문) In Such books as The Blind Watchmaker, a crucial part of the argument concerns whether there exists a continuous path leading from the origin of life to man, each step of which is both favoured by natural selection, and small enough to have happened by chance. It appears to be presented as a matter of logical neccessity that such a path exists, but actually there is no such logical neccessity; rather commonly made assumptions in evolution require the existence of such a path.
'Letter to the Editor', The Independant, 12 January 1997.
번역을 하려고 하면 원어를 살리려 하는 경향이 있어서 문장이 복잡해졌습니다.
제 말로 다시 풀자면, 이렇게 됩니다.
점진적 작은 변화가 자연선택과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논리적 필연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컴퓨터 모델링 Biomorphs 을 통해 햄릿에서 나온 문장인 “Methinks it is like a weasel’을 가지고 원숭이들이 타이핑하며 많는 문장이 나오는 시뮬레이션을 그립니다. 알파벳과 띄어쓰기(space)를 고려하면 28개의 원숭이겠네요.
모든 원숭이가 ‘타겟 알파벳’ 있고, 타겟이 되는 문장이 있죠.
(물론 이 설계 자체가 목적성이 있기 때문에 다윈주의의 개념과 반대가 됩니다. )
여기에 대해 수학자이자 작가인 David Berlinski가 비평을 합니다.
그런 행위는 .....자기 기만의 업적이다
The entire exercise is …an achievement in self-deception
- David Berlinski -
The Deniable Darwin (Seattle, WA: Discovery Institute, 2010), p.60
존 레녹스 교수는 리처든 도킨스의 주장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가지 이유로 도킨스의 제안은 증명하고 싶은 것을 가정하는 또 다른 예에 불과합니다.
For multiple reasons, therefore, Dawkins’ proposal turns out to be nothing but a further example of assumuing what you wish to prove”
John C. Lenox
도킨스가 ’불가능에 가까운 낮은 확률‘을 극복하려는 전략은 그저 ’그 놀랍도록 낮은 확률‘에 대한 주목을 ’시간이 지나면 원하는 결과를 생산해내는 효율적 법칙‘으로 이전했을 뿐이라는 거죠.
수학도 나오고 너무 지루한 것 같아 포맷을 Q&A 형식으로 바꿔볼게요.
Q. 확률이 낮긴해도 긴 시간동안 소진화가 점진적으로 누적되면 대진화가 되는 거 아닌가요?
A: 소진화가 대진화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Q. 뼈의 구조가 비슷한 건요?
A: 글쎄요.
Q: 생물시간에 헤켈의 척추동물 배아발생 그림 배웠잖아요?
A: Haeckel’s Embryos 요? 그건 그냥 사기로 판명되서 그 분이 영웅이자 빌런으로 남게 되었죠.
(참고자료: https://www.cam.ac.uk/research/features/haeckels-embryos-the-images-that-would-not-go-away
Q: 포유류의 태아를 보면 초기에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생긴 부분이 있지 않나요? 그게 우리 인간의 조상이 바다에 살았다는 증거 아닌가요?
A: 아니요. 그건 그냥 목에 주름입니다. 물고기도 그 단계에선 아가미가 없어요. 피상적으로 비슷할 뿐이죠.
유사성은 그저 환상일 뿐입니다.
The resemblance is only illusory
루이스 월퍼트 Lewis Wolpert
-런던대학교 석좌교수 발생생물학자
출처: The Triumph of the Embryo (Oxford: OUP, 1991), 185
루이스 월퍼트:
Awards: Waddington Medal, Royal Medal(2008), Royal Society of London Michael Faraday Prize (2000), Fellow of the Royal Society
Q. 그럼 시조새는요? 그건 반은 새이고, 반은 파충류 아니에요?
A. 아니요. 시조새(Archeopteryx)는 현대 새와 같은 깃털을 가진 새죠. 새와 파충류는 여러가지로 달라요. 골격구조, 폐, 체중분배, 근육.
Q. homology, 물리적 유사성이 공통조상에 대한 근거 아닌가요?
A. 글쎄요. 순환논리 구조 안에서 구분하고 해석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죠.
- 새의 조상이 파충류라고 주장하려면 화석기록에서 그렇게 나와야하겠죠. 하지만, 시조새가 나온 후, 백만년 후에 새와 닮은 파충류가 나옵니다. 시조새는 새입니다.
Larry D. Martin, “The Relationship of Archaeopteryx to Other Birds,” in M. K. Hecht, J. H. Ostrom, G. Viohl, and P. Wellnhofer, editors, The Beginnings of Birds (Eichstätt: Freunde des Jura-Museums, 1985), 182
Q. 화석기록이 진화의 증거가 아니라구요?
A. 1999년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깃털이 있는 공룡이 새의 조상이라는 증거를 댔죠.
그런데 그걸 중국 고생물학자가 공룡 꼬리를 원시새에 붙인 거라는 걸 증명해버렸던 적이 있죠. Discover 매거진에서 이 Archaeoraptor의 사기에 대해 조사할 때, 진화생물학자 Alan Feduccia는 이런 인터뷰를 남겼습니다.
“Archaeoraptor시조새 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가짜 화석은 아주 많아요.
Kathy A. Svitil,“Pllucking Aprt the Dino-Birds,” Discover (Feburary 2003)
Q. 그럼, 닭 크기의 공룡 bambiraptor은요?
A: 분자생물학자들이 6500만년된 공룡뼈에서 새 DNA를 발견했다고 했죠. 새가 공룡과 연관됐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요. 재미있는 건, 그 DNA가 칠면조와 100%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었다는 거죠. 다른 새들도 겨우 94%인데. 게다가 그 공룡은 새랑 관련 없는 공룡이 아니구요. 그리고 연구진들도 자신들의 터키샌드위치랑 상관이 있는 게 아니었나 의심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연구 관련 기사 링크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288.5464.238b
대중의 인식 속에서 화석기록은 진화론을 지지한다고 생각되죠.
하지만 실제는 어떨까요?
찰스 다윈이 살던 시절, 그의 이론에 가장 강력한 적수는 고생물학자paleontologists 다고 합니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생략)...만약 같은 속genera이나 과family에 속하는 수많은 종species이 실제로 동시에 생명을 시작했다면, 그 사실은 자연 선택을 통해 천천히 수정되는 혈통 이론에 치명적일 것입니다.
-찰스 다윈, <종의 기원> 중 -
[원문] The abrupt manner in which whole groups of species suddenly appear in certain formaitons has been urged by several palaeontologists - for instance by Agassiz, Pictet, and Sedgwick - as a fatal objection to the belif in the transmutation of species. If numberous species, belonging to the same genera or families, have really started into life at once, the fact would be fatal to the theory of descent with slow modificaiton through natural selection.
(Charles Darwin, On the Origin of Species, World’s Classic Edition (Oxford: OUP, 2008), p.302
위 문장의 Louis Agassiz 는 빙하와 물고기 화석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당대의 하버드대학 선도적 고생물학자 였고, Adam Sedgwick 은 영국 지질학자로 현대 지질학의 창시자 중 하나 입니다. 두 학자들은 Precambria 선캠브리아기 지층strata에서 선조격 화석의 흔적이 없이 새 생명체들이 갑자기 출현했다는 것이 신경쓰였던 거죠.
다윈의 시대에는 충분한 화석기록이 없었기 때문에 후대 사람들이 발견하는 것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거라고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가 되어 캐나다에서 65,000개의 화석을 수집하고 캠브리아기 대폭발이란 이름으로 알려지죠.
하지만 파면 팔수록 다윈의 가설은 흔들리는 셈이죠.
1979년에 이미 이런 트렌드에 대해 말한 사람이 있죠.
시카고 필드 자연사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David Raup/시카고 대학 석좌교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다윈 이후 120년이 지났고, 화석기록에 대한 지식이 광대히 확장되었습니다. 우리는 25만개 정도의 화석을 가지고 있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진화의 기록은 놀랄 정도로 불규칙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진화적 전환의 예는 다윈의 시대때보다 적다”
(David Raup, ‘Conflicts Between Darwin and Paleontology’, Field Museum of Natural History Bulletin, January 1979. P.25)
그럼 화석기록은 뭘 얘기할까요?
하버드 대학 지질학/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이렇게 말합니다.
1. 정체(stasis). 대부분의 종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안 방향성 있는 변화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사라졌을 때와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화석 기록에 나타납니다. 형태학적 변화는 일반적으로 제한적이고 방향성이 없습니다.
2. 갑작스러운 출현(Sudden Appearance). 어느 지역에서나 종은 조상의 꾸준한 변화에 의해 점진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완전히 형성'된 상태로 한꺼번에 나타납니다.
1. Stasis. Most species exhibit no directional change during their tenure on earth. They appear in the fossil record looking pretty much the same as when they disappear; morphological change is usually limited and direction-less.
2. Sudden Apperance. In any local area a species does not arise gradually by the steady transformation of its ancestors; it appears all at once and ‘fully formed.’
(‘The Episodic of Evolutionary Change’ in The Panda’s Thumb (New York: W.W. Norton, 1985, page unknown)
재연불가능한 과거의 사건은 엄밀히 말하면 ’역사 과학 historical science‘에 속합니다. 하지만 생애주기가 짧은 생명체/유기체를 가지고 실험을 할 수는 있죠.
초파리로 실험을 하기도 하고, 대장균과 말라리아로 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실험은 미시건 주립대학의 리처드 E. 렌스키 박사(Richard E. Lenski)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대장균(e.Coli)를 6만세대 까지 배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대장균인 상태이죠. (대장균의 6만세대는 인간 수명으로 환산하면 200만년이라고 합니다.)
이 실험이 진화론을 입증했냐구요?
아닙니다. 그 반대에 사용됩니다.
유전체 향상성(Genetic Hemostasis)란 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돌연변이는 유익할까요?
인간에게 가장 익숙한 돌연변이는 암입니다.
암은 해로운 돌연변이이죠.
SF영화 밖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그렇습니다.
위에 언급한 마이클 비히 박사는 말라리아에 대한 연구를 이야기 합니다.
말라리아의 변이가 아미노산 2개를 이동하게 되어 클로로퀸(Chloroquine)에 대한 저항성/내성을 갖게 된 겁니다. (<네이처> 링크)
그 가능성을 계산하면 10의 20승분의 1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말라리아를 기준으로) 체내 기생세포의 수량이 많고 (10의 12승), 감염되는 사람의 수가 10억여명이라 수학적으로 발생가능한 확률이 됩니다. 하지만 인류가 이런 수준의 변이를 경험하기 위해선 현재 알고 있는 우주의 나이의 십만배 이상의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기서 ‘so….it’s possible?’ 하고 질문을 하신다면...
그건 아주 큰 믿음이 필요한 거라고 말하고 싶네요.
(철학자들의 재치 있는 비평이 많이 떠오르지만 다음 기회에 따로 소개하면 좋을 것 같네요)
다시 찰스 다윈으로 돌아가보죠.
찰스 다윈은 본인의 이론에 확신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을까요?
그의 성장배경,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이번 편에선 생략하기로 하고 편지 하나의 내용만 담아보려 합니다.
'다윈의 의심/의문'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그의 편지 내용엔 그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내 안에서 끔찍한 의심이 항상 일어납니다. 하등 동물의 의식/지성(mind)에서 발전된 인간 의식/지성의 확신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지?
어느 누군가 원숭이의 지성의 확신을 신뢰할 수 있까요? 만약 그 지성에 확신이란 게 존재한다면 말입니다
-1881년 7월 3일,
찰스 다윈이 윌리엄 그래햄에게 보낸 편지 중-
[원문] With me the horrid doubt always arises whether the convictions of man’s mind, which has been developed from the mind of the lower animals, are of any value or at all trustworthy. Would any one trust in the convictions of a monkey’s mind, if there are any convictions in such a mind? -
- Charles Darwin's letter to William Graham 3, July, 1881-
사실 이렇게 긴 이야기 할 필요 없이 철학적으로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과학적 매커니즘의 발견은 존재/행위자의 존재유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신론을 지지하고자 하는 이가 ‘신이 진화라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면 끝납니다.
애당초 생물학적 이론이 철학적 결론을 도출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쪽을 믿으시든 그게 양자택일일 필요는 없다는 게 철학적 분석의 결론입니다.
하지만, 과학적인 비평만 봤을 때도 진화론이 대중의 인식에서처럼 만장일치의 탄탄한 이론이 아닐 수 있다는 건 좀 알려졌으면 좋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The Third Way of Evolution같은 웹사이트나, 노벨상의 10배의 상금(100만 달러)을 건 EVO 2.0 PRIZE 가 있을 필요가 없죠. (진화론 공부하면 돈이 되냐구요? 상금 걸린 이 프로젝트가 있긴 합니다. 대부분의 이공계열의 학문의 길에서 진화론을 받아드리는 건 필수가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더 보편화 되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네요.
“난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진공청소기에서 진화 했어” 라고 주장하는 로봇을 만나게 되는 날이 올까요??
위 주제와 관련해서 더 상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블로그에 진화론에 대한 최신 내용을 담은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또 '진화론이 사실이다' 라는 주장을 만나신다면 이 글을 기억해주세요.
'어떤 진화론 말하는 거에요?' 로 시작하면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혹시라도 진화론을 배워서 종교적 신앙을 버리게 되었다는 사람을 만나면, 그 선택이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걸 알려줄 수도 있겠네요.
P.S= 완독을 하신 독자님께 선물...
최근에 (과분한 칭찬에 힘입어) 브런치스토리 콘텐츠의 음성지원을 위해 유튜브를 만들었다가...
군생활 시절(2009~2011)에 작곡한 노래를 올려봤어요.
(영상은 작년말 출장 갈 때 찍은 하늘. 비행기 타면 창밖 영상찍는 거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 글 발행 후, 부끄러워서 삭제될 확률은 아주 높습니다. 그래서 한정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아, 노래가 선물이 될만한 퀄리티는 아니고, 집에서 편히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땅.
이 풍경이 선물인걸로... 비행기 타야만 누릴 수 있는 시점이잖아요.
https://youtu.be/kBVbtQBM5fw?si=qnHLOPE3Vk2cFG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