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추는 저 깊은 마음속 생각
오랜만에 글을 쓴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 없이 몸이 가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밖을 돌아다니며 살았더니 시간의 물살에 휩쓸려 하류에 다다른 느낌이다. 느려진 유속 때문인지 이제야 정신이 들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메모장을 킨다.
나는 그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발버둥 쳤고, 그 발버둥은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한 애씀으로 이어졌다. 사람을 닿는 대로 만나고 다녔고, 수많은 날들을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대화했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알아보고 나를 알려주며 시간을 보냈다. 무척이나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한 나는 매주 새로운 사람과 약속을 잡고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생활이었다. 시간의 급류에 휩쓸리는 곡절곡절이 도파민의 축복이었던 것이다. 그런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누군가에게 정착하지 못했다. 인연을 만나지 못한 탓이라 핑계 댄다면 부디 아무도 대답하지 않기를.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속에 기억나는 몇몇은 쌓인 눈밭 사이 비치는 초록색 이파리처럼 드물고 소중하다. 스친다고 해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느려진 속도는 어느새 알 수 없는 어딘가 멈춘 내가 되어있게 만들었다. 그 자리에 정지된 나는 시간의 수면에 비친 나를 보며 내가 어떤 모습인지 돌아보려한다. 그리고 물 밖에 나와 오랜만에 나의 상태를 돌보며 새로운 곳에 있는 나를 인정하고 적응해보려 한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여느 때처럼 다시 어디로 가야 할지 불현듯 떠오를지도 모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