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게, 선하게.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사실 개봉은 한참 전에 했고 요즘 세계적으로 대흥행하고 있는 <신비한 동물사전>. 난 이제서야 봤다!!(영화 좀 보러 다녀라 인간아...)
보러 가기 전에 망설이긴 했다. 이 영화 개봉일에 룰루랄라 신나게 보러 나간 해리포터 키드 두 명이 잔뜩 실망해서 들어왔기 때문. <배대슈>, <수스쿼> 까지 들먹거리면서 그것만큼 재미없다 영화가 엉망이다 그래서 예매하면서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기대를 한껏 낮추고 가서 그랬던 걸까? 난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극장에서 나오면서 "괜찮은데 평가가 왜 그랬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
다들 이 영화의 9할은 에디 레드메인이라고 했고, 그 평가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에디 레드메인이 아니라면 '뉴트'라는 캐릭터에 이렇게 애정이 가진 않았을 것 같다. 에디의 청년청년함은 뉴트 스캐맨더의 열정과 만나서 캐릭터에 설득력을 가져다준다. 에디가 표현하는 뉴트의 웃음, 말투, 동작 하나하나가 굉장히 치밀하지만 자연스러웠다. 정말 믿고 보는 배우구나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른 캐릭터들도 나쁘지 않았다. 몇몇 배우는 타입캐스팅 같기도 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볼 만큼 좋았다. 여주인공인 티나에 대해서 "민폐여주"라는 말이 많은데, 이 점은 동의하기 어렵다. 뉴트가 오기 전 그녀는 자신의 일을 하다가 잘못된 선택을 했고, 그로 인한 벌을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크레덴스를 보호하고 혹시나 올 위기를 막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자기 일이 아니니까 이제 신경 쓰지 말아야 했던 것일까?자기 일이 아니니까 뉴트의 일도 간섭하지 말아야 했던 걸까? 그럼 영화를 왜 만들어요?
마법도 그렇거니와 동물들도 정말 귀여웠고, 동물들을 잡으러 다니는 뉴트와 일행들의 모험도 흥미로웠다. 콜린 패럴이 연기한 퍼시벌, 에즈라 밀러가 연기한 크레덴스도 시선을 끌었다. (텀블러와 트위터가 난리가 난 이유를 알겠다. 콜린 패럴 존잘 존섹...) 의상, 미술, 특수효과, 음악! 모두 다 어우러져 시대와 그 시대의 마법을 잘 표현했다. 뉴욕을 그렇게 부수는 걸 보며 올해 워너가 내놓은 블록버스터 몇 편이 생각났지만(...) 일단 다시 돌려놓으니까! 기억도 다 지우니까! 넘어가기로...
이 영화에서 묘하게 마음에 들었던 것,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좋았던 건 바로 시대적 배경인 1920년대와 마법이라는 소재의 조화였다. 1920년대라면 전쟁과 전쟁 사이의 아주 짧은 평화의 시대다. 패션, 삶의 방식 등이 묘한 변화의 과정을 거치던 때이기도 하다. 밀주를 파는 술집에서 들리는 재즈 선율과 함께 펼쳐지는 마법은 눈길과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의 억양과 스타일도 마법이라는 것과 묘하게 잘 어울렸다. JK 롤링이 굳이 1920년대의 뉴욕을 택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런저런 것에 시선을 뺏겨서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영화를 다 보고 다른 사람들이 쓴 리뷰를 보니까, 눈에 띄는 두 가지 평가가 있다. 주인공들 캐릭터가 약하다, 스토리가 중구난방이다. 스토리는 아주 탄탄하게 꽉 짜인 것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중구난방이진 않았다. 뒤의 사건에 대한 단서를 앞부분에 충분히 제공했다고 봤는데, 그게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는 듯하다. 반면 캐릭터에 대한 평가는 일견 동의하는 게, 약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전형적이란 느낌은 들었고, 캐릭터들이 더 큰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아주 드문드문 본 <해리포터> 시리즈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지점에서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세계를 다시금 쌓고 진행하는 것은 큰 위험이 따른다. 워너는 이미 올해 두 편의 영화가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먹는 걸 보며 세계관 세팅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신비한 동물사전>이 <해리 포터> 시리즈로 쌓은 거대한 팬덤 덕분에 안전하게 출발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고, 실제로 흥행 성적이 그 기대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세계 자체가 무조건 안전하진 않다. 앞으로 약 20여 년의 기간을,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맞물리게 해, 인간과 마법사들의 세계가 여러 지점에서 교차하고 충돌하게끔 그려진다고 한다. 그런 위험을 놓고 봤을 때, <신비한 동물사전>은 이 세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세팅해놓았다. 신비롭게, 선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 2편에는 또 무슨 이야기를 펼쳐놓을까? 은근히 기대하며 개봉을 기다릴 듯하다. 나원참이렇게덕후가되어가는군요.